[딜사이트 한은비 기자] 인구 감소가 급속하게 이뤄지는 가운데 모험자본을 농산업에 투입해 젊은 연구개발(R&D)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글로벌 밸류체인(가치사슬)을 선도하기 위해 농산업 분야에도 첨단기술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은 5일 서울 여의도 SK증권빌딩 11층에 위치한 한국성장금융 대강당에서 '첨단 기술을 활용한 농산업의 구조 전환과 모험자본의 역할'을 주제로 '2024 모험투자포럼'을 개최했다. 올해 9회를 맞이한 모험투자포럼은 한국성장금융이 모험자본시장의 주요 이슈를 짚어보고 미래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매년 열고 있다.
연사로 참여한 조영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농축산 분야의 첨단화는 불가피하다고 바라봤다. 조 교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우리나라 정부는 현재 반도체, 인공지능(AI), 자율주행기술, 우주항공 등 첨단 제조업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면서 "농산업도 첨단산업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청년세대들의 R&D 분야 전문성이나 숙련도가 기성세대보다 높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국내 제조업들과 과학기술 관련 산업 종사자들을 살펴보면 청년층에서 상용직이나 대졸자(대학 졸업자)가 많았다"면서 "상용직은 숙련도가 높다는 의미로 대학 졸업 여부는 전문성과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조영태 교수는 "첨단기술을 연구할 수 있는 청년 인력들을 충분히 양성해놓으면 이들이 나이 들어가면서 향후 4050세대들의 R&D 전문 인력 비중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조영태 교수는 농산업 분야의 첨단화를 모험자본의 역할로 꼽았다. 그는 "푸드테크 등 농수산식품 산업으로 미래 기술을 도입하는 스타트업들에 대한 투자가 많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농산업이 첨단 제조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전했다. 조 교수는 "모험자본을 통해 농업계가 청년들이 원하는 산업으로 떠오를 수 있게 돕고 관련 인력을 확충할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조 교수는 후속세대들이 R&D 분야로의 진출을 선호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저출산·고령화 심화에 따라 청년 인구는 매년 급감할 전망"이라면서 "미래 취업시장은 청년들의 경쟁이 아니라 기업들의 인재 쟁탈전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 교수는 이어 "인구 감소로 취업이 쉬운 상황에서 대학원 진학 등 고숙련 과정을 요하는 R&D 분야의 매력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했다.
조영태 교수는 해결방법으로 해외인력 유치를 제시하며 주목해야 하는 국가로 베트남을 지목했다. 그는 "정부는 인력 수급 상황을 점검하고 인력 아웃소싱(외주화)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이어 "인구 수와 경제 성장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면서 "국가경쟁력을 키우려면 인구 수뿐 아니라 생산성과 직결되는 청년들의 높은 교육 수준, 교육의 향상 속도 등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인구가 많다는 점에만 치중해 인도 시장만 바라볼 게 아니라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룬 1970년대 한국의 교육환경과 비슷한 베트남 시장을 주의깊게 지켜봐야 한다"고 말을 이었다.
더불어 그는 농축산업이 민간 자본을 통해 성장을 이룰 수 있는 유망 산업으로 바라봤다. 그는 "좋은 직업의 요인이라고 하면 전문성, 희소성, 다른 분야와의 융합 가능성, 글로벌 진출 가능성, 사회적 가치 등"이라고 말했다. 그는 "농축산업은 해당 요소들을 두루 갖춘 산업임에도 청년세대들의 관심도가 낮다"면서 "모험자본이 농산업으로 들어갈수록 관련 부문은 전망이 밝은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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