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다은 기자] 굳건했던 SI '3대장'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SK C&C가 LG CNS의 성장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물론, 현대오토에버에게 매출액과 영업이익률 모두 밀리면서 SI 4위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SK C&C는 지주사에 흡수합병 된 이후 운신의 폭이 줄면서 경쟁사 대비 낮은 성장세와 영업이익률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분위기다. 이에 경영 효율화를 통해 수익성 개선에 힘쓰고, 디지털 시장 흐름에 따른 AT(AI전환)·DT(디지털전환)로의 체질 개선으로 국내외 시장에서 성과를 얻기 위해 노력해 3위 자리를 수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업계에 따르면 SK C&C는 삼성SDS, LG CNS와 더불어 국내 SI 3사로 꼽힌다. 2015년 SK㈜로 흡수합병됨에 따라 지주사의 사업부문으로 자리하게 됐다. 하지만 최근 현대오토에버가 치고 올라오면서 SK C&C의 위치를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다.
SK C&C의 '3인자' 자리는 2020년까지는 유지되는 듯 보였다. 2019년만해도 SK C&C는 무려 14.7%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경쟁사 대비(삼성SDS 9.2%, LG CNS 6.5%)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10% 이상을 유지하던 회사의 영업이익률은 2023년 5.0%로 곤두박질쳤다. 이는 삼성SDS와 LG CNS는 물론 현대오토에버보다 낮은 수치였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시기 개발 인력 수요가 급증하며 인건비가 상승했고, 고객사와의 거래가 지연됨에 따라 SK C&C의 영업이익이 급락했다"며 "그 여파가 지속적으로 회사의 영업이익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2인자' LG CNS의 경우 최근 5년 간 평균 14.8%의 성장세를 보이며 SK C&C와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5조6053억원의 매출과 8.3%의 영업이익률을 올리며 '1인자' 삼성SDS의 영업이익률(6.1%)을 상회했다. 올해 3분기도 3조9584억원의 누적 매출액을 달성, 누적 영업이익률 7.9%을 기록하며 경쟁사들을(삼성SDS 7.1%, SK C&C 5.2%) 가뿐히 추월했다. 내년 2월에 유가 상장(IPO)이 예정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LG CNS의 고공행진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오토에버는 SK C&C에게 가장 위협적인 존재다. 현대오토에버는 현대오트론과 현대엠엔소프트를 흡수합병, 소프트웨어 역량을 통합한 후 그룹사의 기술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2021년부터는 2조7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SK C&C를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그 후 회사는 ▲2022년 2조7550억원 ▲2023년 3조65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외형을 키워가는 것은 물론, ▲2022년 1423억원 ▲2023년 181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내실까지 챙겼다. 현대오토에버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2조5540억원, 누적 영업이익은 1517억원이다. 이번 분기까지 영업이익률은 7.1%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자동차 SW를 중심으로 한 전장 사업을 중심으로 큰 폭의 성장을 해서 종합 IT서비스 기업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지만 성장세는 만만치 않다.
반면 SK C&C는 올해 3분기 별도 기준 누적 매출액으로 1조8122억원, 누적 영업이익으로는 94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누적 매출액은 12.3%, 누적 영업이익은 56.5% 증가한 수치다. 회사는 "지속적으로 추진했던 운영 개선(OI)을 통해 경영 효율화를 이루고, 적극적으로 고객 확대를 추진한 결과 매출과 이익이 동반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는 글로벌 경기 침체와 반도체 업황 악화로 부진했던 지난해 실적의 기저효과로 인한 결과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이번 분기 회사의 누적 영업이익률은 5.2%에 그쳤다.
이에 업계에서는 SK C&C가 더 이상 'SI 3대장'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는 의견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경쟁사 대비 낮은 성장세와 급락 후 회복이 요원한 영업이익률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SK C&C는 지주사에 흡수합병 되면서 주춤한 틈을 타 현대오토에버가 현대자동차그룹을 발판 삼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IT서비스 업계 3위는 이제 현대오토에버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온다"고 말했다.
다만 각 업체마다 사업 다각화에 따라 매출로 잡히는 사업부문이 제각각이고, 이에 따라 주효한 매출처가 다르다는 것은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매출액 규모 1위 삼성SDS는 IT서비스와 더불어 '물류 플랫폼' 사업도 매출에 포함되며, 내부거래비중(캡티브)이 70% 수준에 머무르며 높은 내부 의존도를 보이고 있다. 현대오토에버도 차랑SW 중심의 사업재편 이후 현대자동차 그룹과의 거래가 매출의 90%를 웃도는 상황이다. LG CNS는 캡티브 60% 수준으로, 디지털전환(DX) 사업으로 체질을 개선한 뒤 해외 고객사를 포함한 외부 고객을 늘려가며 이상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SK C&C의 경우 캡티브는 60% 안팎으로 LG CNS와 유사하나, 지주사 특성상 별도 매출로만 실적이 잡혀 SI 사업 매출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는 핸디캡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해 SK C&C는 운영개선 및 고객 확대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향후 글로벌 엔터프라이즈 인공지능 회사(AI Company)로서 확고한 마켓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할 방침이라 밝혔다. 특히 'AI 랜딩존 서비스'와 자체 LLM '솔루어'를 통한 성장 동력 확보에 나선다. AI 랜딩존 서비스는 클라우드 자원을 안전하게 배포하고 관리하는 랜딩존에서 코드형 인프라(iaC)를 기반으로 생성형 AI 모델을 관리할 수 있는 클라우드 관리 서비스다. AI 랜딩존 서비스를 활용하면 AWS, MS, 구글 클라우드 등 어떤 클라우드를 사용하든 다양한 LLM을 빠르게 연계하고 활용할 수 있다.
SK C&C 관계자는 "이번 조직개편과 인사 단행을 통해 AT(AI전환)·DT(디지털전환) 사업 중심의 체질 개선에 나선 만큼, 효율적인 사업 수행을 통해 수익성을 높일 계획"이라며 "국내에서 실증적 성과를 거둔 후 이를 기반삼아 해외로 진출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SK C&C는 5일 'AT·DT'에 맞춰 사업 부문을 신설하고 조직을 개편했다. 아울러 고객 산업 전문성을 강화하고 사업 가속화를 지원하기 위해 현장과 기술 중심의 인재들을 임원으로 선임했다. 이로써 회사는 고객 중심 사업 수행과 기술 전문성을 강화함과 동시에, 디지털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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