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에서]
K-콘텐츠 '생존의 몸부림'
콘텐츠 제작사, '불법복제물 배포자 고소' 등 자구책 막힐까 우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03일 08시 3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이 없음. (제공=웨이브)


[딜사이트 민승기 차장] 한국영화, 웹툰 등 K-콘텐츠의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대한민국의 최고의 수출품으로 자리매김한 K-콘텐츠는 어느새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흥행 보증 수표가 됐다. 그러나 화려함 뒤에는 짙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뿌리 뽑히지 않는 '불법복제물'이 대표적인 사례다. 반복되는 불법복제물로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해오던 기업들이 문을 닫기 시작했다. 이는 K-콘텐츠 경쟁력 상실과도 직결될 수 있는 문제다. 정부와 수사기관이 나서 불법 사이트 차단 및 운영자 검거에 나서고 있지만 불법 유통 문제는 사그러지지 않고 있다.


통상 불법 사이트 운영자들은 정부 단속을 피하기 위해 서버와 도메인을 해외에 두며 단속을 피해왔다. 정부가 불법 사이트를 차단해도 몇 일 뒤면 URL 주소를 바꿔 버젓이 운영을 재개하는 식이다. 운영자를 검거해도 유사한 사이트들은 사라지지 않고 다시 생겨나고 있다.  


이 때문에 대다수 K-콘텐츠 기업들은 자체 모니터링 작업과 저작권 위반 고소·고발을 통해 불법 복제물 문제에 대응해왔다. 통상 SNS(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포털사이트(네이버, 다음 등), 동영상플랫폼 사이트(유튜브, 토도우, 데일리모션 등) 등 플랫폼에 유포되는 불법복제물은 각 플랫폼 운영자에게 해당 게시물을 삭제해 달라고 일일이 요청해야 한다.


K-콘텐츠 기업들은 내부 직원들을 동원해 확인하기도 하지만 직원들이 이 업무만 전담하기도 어렵고, 보유하고 있는 작품이 많은 기업들의 경우 자신들의 작품들을 일일이 검색해 가면서 찾는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때문에 대다수 기업들은 모니터링 회사와 법무법인을 고용해 삭제요청 업무를 위탁한다. 불법복제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자구책인 셈이다.


최근에는 K-콘텐츠 기업들의 이같은 자구책도 제동이 걸리는 모양새다. 수사당국이 관련 업무를 진행 중인 법무법인을 '변호사법위반' 등의 혐의로 압수수색에 나서면서다.  


복수의 영화사들에 따르면 최근 불법 영화배포자들에 대한 모니터링 및 저작권법 위반 형사고소를 진행해오던 국내 한 법무법인이 수사당국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해당 법무법인은 국내 영화사 다수와 계약해 불법 영화배포 모니터링 및 관련자 형사 고소를 전담해온 곳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지난 10월 해당 법무법인을 변호사법위반 혐의로 인지수사를 시작,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검찰은 해당 법무법인이 합의금을 받아 부당이득을 취할 목적으로 고소권을 남용했고, 법률사무를 변호사 아닌 자가 하도록 했다고 본 것이다.


해당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영화사들 사이에서는 자칫 법무법인을 통한 불법복제물 모니터링이 원천 차단되고, 이로 인해 유통 사례가 더 확산될까 우려하고 있다. 그동안 K-콘텐츠 기업들이 법무법인과 계약을 맺고 불법복제물 모니터링에 나선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을 위한 몸부림' 성격이 강했기 때문이다. 이미 상당수의 모니터링 업체가 문을 닫고 관련 업무를 주력으로 하는 법무법인이 줄어드는 상황인 터라 이들의 불안감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특정 법무법인 수사에 대해 왈가불가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해당 법무법인이 분명 '정당한 가치를 지불하고 콘텐츠를 즐겨야 한다'는 이용자 문화 개선에 앞장서왔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로 인해 수많은 K-콘텐츠 기업들이 이들에게 의지를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들어 K-콘텐츠 산업을 '넥스트 반도체'라고 부르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그만큼 한국 경제를 이끌어 가는 핵심 산업이 됐다는 말이다. K-콘텐츠의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하기 위해선 말 뿐인 근절 정책보다 직접적인 모니터링과 저작권 위반 고소 등 실효성 있는 정책적 지원을 통해 더 적극적으로 불법유통 문제의 해결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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