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고속도로 하이패스 사업을 영위하는 SM하이플러스가 그룹 계열사인 SM벡셀에 대한 지배력을 꾸준히 키워나가고 있어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이달에만 10만주에 가까운 지분을 사들이면서 지분율 50% 돌파를 목전을 바라보고 있다. SM하이플러스를 이끌고 있는 'SM그룹 오너가 2세' 우기원 대표가 신성장 동력이 될 모빌리티 분야에서 자신의 경영능력을 입증하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SM하이플러스는 지난달 SM벡셀 주식 9만7192주를 장내매수했다. 지난달 1일 SM벡셀 주식 602주 매수를 시작으로 28일 3000주까지 총 14차례에 걸쳐 매집이 이뤄졌다. 이에 따라 SM하이플러스가 보유한 SM벡셀 지분율은 기존 49.43%(5498만9343주)에서 49.52%(5508만6535주)로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SM하이플러스가 꾸준히 SM벡셀 지분을 확대해 온 만큼 결국엔 과반 이상의 지분율을 보유하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의 경우 2월 한 달간을 제외하고 매달 SM벡셀 지분을 매입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연말 48.47%이던 SM벡셀 지분율은 지난달 49.43%로 증가했다. 이어 지난달 추가 매집이 이뤄지면서 지분율 50%에 보다 더 근접하게 됐다.
SM하이플러스가 SM벡셀에 대한 지배력을 키우는 것은 우기원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행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부친인 우오현 회장이 일군 SM그룹이 건설업에 기반을 둔 만큼 새 먹거리인 모빌리티 분야에서 자신의 경영능력을 발휘하려 한다는 해석이다. 우 회장의 1남 4녀 가운데 유일한 아들인 우 대표는 올해 초 SM하이플러스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90여개에 달하는 SM그룹 계열사 가운데 모빌리티와 연관된 곳은 3개로 압축된다. 고속도로 하이패스 사업을 영위하는 SM하이플러스와 자동차 부품사인 SM벡셀과 남선알미늄 정도다. 남선알미늄의 경우 주택용 새시와 빌딩용 커튼월 등을 주력으로 삼고 있어 건설과 연계성이 높은 편이다. 이와 달리 SM벡셀은 생활 및 산업용 배터리와 실린더 헤드, TCCM, 피스톤 등 자동차 부품이 주요 제품군이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SM벡셀이 자동차 부품사로서의 색채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알카라인이나 망간전지 등에 집중해 온 배터리 부문이 최근 전기차용 배터리 분야로 포트폴리오를 넓혀나가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자동차용 시트 및 파워트레인 제조 계열사인 현대트랜시스에 220억원 규모의 전기차 구동 부품을 공급하게 되면서다.
SM벡셀은 지난 1월 제네시스 GV90 차종 등에 장착되는 전기차 감속기용 하우징 액추에이터를 공급하는 73억원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2026년 출시 예정인 GV90은 메르세데스-벤츠의 GLS와 BMW의 X7 등 럭셔리급 SUV와 경쟁하게 될 상징적인 모델이다. 이어서 이달에는 인버터 보호 장치에 해당하는 '미드케이스(Midcase)'와 모터의 회전 방향 속도를 제어하는 '하우징 액추에이터(Housing Actuator)' 145억원 어치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업계 관계자는 "분할 매입 행보에 비춰봤을 때 SM하이플러스가 SM벡셀에 대한 지분 과반을 넘겨 종속기업으로 편입시킬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며 "이미 기반이 다져진 건설과 해운에서는 우기원 대표가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 줄 여지가 크지 않은 만큼 자동차 관련 계열사에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