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민기 기자] 삼성의 올해 사장단 인사 키워드는 경영, 품질, 기술이다. 삼성의 위기론이 커지면서 쇄신의 목소리가 커지자 이를 반영하기 위해 신규 조직을 만들어 삼성 전반의 부족한 부분을 강화하고 '초격차' 삼성의 위상을 되찾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글로벌리서치 산하에 그룹사 경영진단과 컨설팅을 맡을 '경영진단실'을 만들어 초대 실장으로 최윤호 사장을 임명했다.
또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의 품질 논란이 터지면서 '품질의 삼성'의 명성이 흔들리면서 품질혁신위원회를 신설했다. 파운드리 사업의 기술력 강화를 위해 사장급 CTO(최고기술책임자)보직을 신설해 반도체 경쟁력 회복에 집중한다.
삼성은 28일 삼성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통해 삼성글로벌리서치는 사장급 조직인 '경영진단실'을 신설하고, 삼성SDI의 최윤호 사장을 신임 경영진단실장으로 임명했다. 삼성SDI의 빈자리는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을 내정했다.
삼성SDS와 삼성디스플레이는 내부 인사가 내정됐다. 삼성SDS는 황성우 사장이 4년 만에 떠나고 이준희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내정됐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이청 중소형디스플레이사업부장(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 내정했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주요 전자 계열사 수장 가운데 유일하게 유임됐다. '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삼성글로벌리서치의 경영진단실이다. 삼성글로벌리서치는 최근 삼성의 씽크탱크역할을 맡으며 중요성이 강화되고 있다. 오너일가인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의 남편인 김재열 사장이 글로벌리서치실장으로 있는 곳이다. 수많은 박사급 인재들이 포진 돼 있는 만큼 경영진단실을 통해 그룹사 경영진단과 컨설팅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장으로는 과거 미래전략실 전략팀과 사업지원TF에도 몸 담으며 그룹 총괄업무를 맡은 바 있는 최윤호 사장이 낙점됐다. 그룹 컨트롤타워와 계열사 대표를 두루 경험하면서 쌓은 노하우로 삼성의 계열사별 문제점을 파악하고 각 계열사별 장벽도 해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지원TF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기 때문에 경영진단실은 컨설팅 역할에 더욱 치중할 전망이다. 삼성의 각 관계사의 요청에 의해 경영·조직·업무 프로세스 등을 진단하고 개선 방안 도출을 지원하는 전문 컨설팅 조직으로 운영된다. 경영진단 대상 관계사는 25개 정도다.
그동안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컨트롤 타워가 사업지원TF로 축소되면서 거대해진 삼성 그룹의 경영전략을 모두 담아내기 어렵다는 비판이 컸다. 이에 경영진단실을 운영하면서 각 관계사 내 경영 문제점을 해결하고 역할을 분담해 그룹 관리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 사업지원 TF가 사업 전반의 운영을 총괄한다면 경영진단실은 관계사 맞춤형 미시 전략을 짜고 관계사별 경쟁력 강화 방안을 도출하는 역할 맡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더불어 이번 사장단 인사 때 새롭게 만들어진 조직은 품질혁신위원회다. 품질혁신위는 DX(디바이스경험)부문에 설치되지만, 반도체와 스마트폰, 생활가전 등 부문을 막론하고 전사 제품의 품질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한다는 구상이다. 위원장으로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이 선임됐다.
품질혁신위원회는 DX부문 산하에 설치되며, 품질 분야의 근본적인 혁신을 이끌어 내기 위한 조직이다. 최근 갤럭시 버즈3프로 품질 논란, 갤럭시 스마트폰 패번 오류 사태 등이 나오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외에도 스마트폰 발열 논란, 드럼세탁기 유리문 파손 등 '품질 경영'으로 명성을 쌓아온 삼성전자의 위상이 흔들리면서 품질위원회를 신설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사를 통해 이재용 회장의 파운드리 사업에 대한 의지도 재확인됐다. 파운드리 사업부에 사장급 CTO(최고기술책임자) 보직을 신설하면서 최근 적자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파운드리에 반전을 꾀한다. CTO 보직엔 남석우 글로벌제조&인프라총괄 제조&기술담당 사장이 맡게 됐다. 반도체 공정개발과 제조전문가인 남 사장은 반도체연구소에서 메모리 전제품 공정개발을 주도했다. 최근 파운드리 위기설이 나오며 사업분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이번 인사를 통해 파운드리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은 "경영진단실 신설은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관계사의 사업경쟁력 제고와 경영 건전성 확보 미션을 수행하게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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