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인사'안정 속 쇄신', 반도체 사장단 전면 교체

[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삼성전자가 반도체 경쟁력 강화와 불확실한 경영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안정 속 변화를 통한 쇄신인사를 단행했다. 기존의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과 한종희 DX(디바이스경험) 부문장(부회장) '투톱' 체제를 유지하는 한편 위기 상황인 메모리와 파운드리 사업부 수장을 교체하며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전자를 둘러싼 '녹록지 않은' 현실에 대해 "반드시 극복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만큼 이번 쇄신 인사를 통해 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고 근원 경쟁력 강화를 통해 삼성전자의 위상을 되찾겠다는 포부다.
삼성전자는 27일 사장 승진 2명, 위촉업무 변경 7명 등 총 9명 규모의 2025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고 이 날 밝혔다. 메모리 사업부는 기존 이정배 사장 대신 전영현 부회장이 직접 대표이사 직할체제로 메모리 사업부를 이끌기로 했다. 전영현 부회장은 2017년 이후 7년 만에 다시 메모리 사업부를 이끌게 됐다. 경영역량이 입증된 베테랑 사장에게 신사업 발굴 과제를 부여하는 쇄신 인사로 풀이된다.
반도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파운드리사업부에 사장급 CTO 보직과 DS부문 직속의 사장급 경영전략담당 보직을 신설했다. 파운드리 사업부는 기존 최시영 사장을 대신해 한진만 DS부문 미주총괄(DSA) 부사장이 맡게 됐다. 한 사장은 디램·플래시 설계팀을 거쳐 SSD개발팀장, 전략마케팅실장 등을 역임했으며 2022년말 DSA총괄로 부임해 현재까지 미국 최전선에서 반도체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기술전문성과 비즈니스 감각을 겸비했고 글로벌 고객대응 경험이 풍부해 공정기술 혁신과 더불어 핵심 고객사들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할 것으로 기대 받고 있다.
남석우 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 CTO 사장은 반도체 공정개발·제조 전문가로 반도체연구소에서 메모리 전제품 공정 개발을 주도했다. 메모리·파운드리 제조기술센터장, DS부문 제조·기술담당 등을 맡아 선단공정 기술 확보와 제조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했다. 반도체 공정 전문성과 제조경험을 바탕으로 파운드리 기술력을 제고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그룹 컨트롤타워인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김용관 부사장은 DS부문의 경영전략담당 사장으로 이동한다. 김 사장은 반도체 기획·재무업무를 거쳐 미래전략실 전략팀, 경영진단팀을 경험한 전략기획 전문가로 꼽힌다. 2020년엔 의료기기사업부장으로 보임됐고 지난 5월엔 사업지원TF로 이동해 반도체 지원담당을 맡았다. 풍부한 사업운영 경험을 토대로 DS부문의 새로운 도약과 반도체 경쟁력 조기 회복에 앞장 서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김 사장의 자리는 박학규 DX부문 경영지원실장(사장)이 사업지원TF로 넘어가 이어 받게 된다.
DX부문의 경우 한종희 부회장이 CEO(최고경영자)를 이어가고, 노태문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과 용석우 VD(영상가전)사업부장도 자리를 지킨다. 이원진 디바이스경험(DX)부문 글로벌 마케팅실장 사장은 2014년 구글에서 영입된 인사로 광고·서비스 비즈니스 전문가다. 삼성 서비스 사업을 만들고 성장시키면서 경영자의 역량과 리더십을 입증했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에서 축적한 경험과 소비자에 대한 이해도를 기반으로 경영 일선에 복귀해 마케팅·브랜드·온라인비즈 등을 총괄하게 된다.
고한승 미래사업기획단장 사장은 2008년 그룹 신사업팀과 바이오사업팀에서 현재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만들어낸 창립멤버다. 13년간 대표이사로 재임해 사업을 성장시킨 베테랑 경영자로 평가된다. 그룹 신수종 사업을 일군 경험으로 삼성의 새로운 미래먹거리 발굴을 주도할 예정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2인 대표이사 체제를 복원해 부문별 사업책임제를 확립하고 핵심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전 부회장은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메모리사업부장, 삼성종합기술원(SAIT) 원장을 함께 맡게 됐다. 품질혁신위원회를 신설해 한종희 부회장을 위원장으로 선임했다. 삼성전자는 부사장 이하 2025년도 정기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도 조만간 발표한다.
재계 관계자는 "내년 2월 예정된 이재용 회장의 항소심 판결, 현재의 위기 상황 등을 감안해 사업지원TF는 예상보다 인사 폭이 크지는 않았지만 반도체는 전면적인 쇄신 인사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12월 초까지 인사와 조직 개편 작업을 마무리하고 12월 중순 글로벌 전략 회의를 열어 내년 사업 계획을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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