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멕시코 공장에 쏠리는 눈
[딜사이트 이세연 기자] 삼성전기의 전장용 카메라모듈 멕시코 공장이 첫 삽조차 뜨지 못하고 있다. 테슬라향 수주가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섣불리 투자를 단행하기 어려워진 결과다. 이에 일각에서는 멕시코법인 청산설까지 돌고 있지만 삼성전기는 시장과 고객사 상황을 지켜보며 멕시코 공장 투자 시점을 조율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11월 멕시코에 전장용 카메라모듈 공장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이 회사는 모바일용 카메라모듈 생산을 주력으로 해왔다. 하지만 IT 전방산업 침체로 모바일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전장으로 눈길을 돌렸다. 더불어 멕시코를 점찍은 이유는 테슬라·포드·제너럴모터스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 공장이 위치한 미국과의 접근성이 뛰어나면서도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이 낮기 때문이다.
이후 삼성전기는 자본금 49억원을 지출해 멕시코에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하지만 공장을 건립한 부지 정도만 확보한 상태로 추정된다. 멕시코법인의 재무현황을 보면 올 3분기 자산총계가 41억원이고, 순손실이 18억원 발생했다. 이를 기반으로 계상하면 해당 법인의 자본총계는 31억원, 부채총계는 10억원으로 추정된다. 멕시코법인의 매출이 전무한 상태를 감안하면 외부 차입을 통해 공장 부지 매입과 함께 인건비 및 운영경비를 충당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기의 멕시코 공장 건립이 늦어지고 있는 이유는 테슬라향 신규 수주가 예상보다 저조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당초 이 회사는 테슬라를 주요 타겟으로 멕시코 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 상하이와 독일 베를린에서 테슬라 물량을 확보해 왔던 만큼 멕시코 공장을 건립하면 미국향 일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봐서다.
하지만 삼성전기의 예상과 달리 테슬라에서 충분한 일감이 나오지 않자 멕시코 공장 건립 시점을 조정하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테슬라의 미국 전기차 시장점유율은 2022년 70%대에서 지난해 55.1%로 하락했고, 올 3분기에는 49.8%까지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을 앞두면서 불확실성이 커진 것도 삼성전기가 멕시코 공장 건립을 쉽사리 추진하지 못한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 3대 수입국인 멕시코, 중국, 캐나다를 상대로 강력한 관세 카드를 꺼내들면서 향후 멕시코 공장 운영에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25일(현지 시간) "내년 1월 20일 내 첫 행정명령 중 하나로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제품에 관세 25%를 부과하기 위한 준비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시장 한 관계자는 "삼성전기도 미국과 무관세 협정을 맺었던 멕시코에 혜택을 노리고 진출했지만, 현재 관세 문제를 두고 다시 계산기를 두드리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삼성전기가 멕시코법인을 청산할 것이란 관측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생산능력이 부족하지 않은 상황에서 불확실성을 감수하면서까지 공장을 설립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현재 삼성전기의 카메라모듈을 만드는 광학통신솔루션 부문은 가동률이 70%대로, 당장 멕시코 공장을 설립하지 않아도 현재 수준의 수요는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기 측은 현재 트럼프 리스크까지 모두 포함해 시장과 고객사 상황을 지켜보는 단계라며 멕시코 공장 설립 시기가 늦어지고 있긴 하나, 청산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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