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민규 기자] LG화학이 최근 실시한 임원 인사엔 전남 여수 납사분해시설(NCC) 2공장을 포함한 석유화학 분할매각을 위한 포석이 깔려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고경영자(CEO)인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을 필두로 이차전지 소재 등 신사업에 방점을 찍고 있는 인사들은 자리를 보전한 한편, 석유화학을 이끌어왔던 노국래 전 석유화학사업본부장(부사장)은 해촉됐다는 이유에서다. 시장에서는 이번 인사를 토대로 LG화학의 석유화학 비중 축소 기조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 중이다.
LG화학은 지난 21일 '2024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해당 인사에서 석유화학 사업의 구조 조정을 주도하고 있는 신학철 부회장은 물론, 이 회사 최고재무책임자(CFO) 차동석 사장의 연임이 결정됐다. 반면 노국래 전 부사장은 퇴임했다. 노 전 부사장의 경우 통상적인 임원 퇴임 수순을 밟았다는 게 LG화학 측 설명이지만, 업계는 석유화학이 아닌 이차전지 소재 등에 집중하기 위해 고위 경영진을 재편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LG화학 M&A 담당인 이지웅 상무가 전무로 승진한 점도 업계에서 이러한 반응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회사 측은 이 전무의 승진 배경에 대해 필름 사업 매각을 통한 재무 개선과 아베오 인수를 통한 해외 신약 사업 역량 확보를 통한 포트폴리오 고도화와 사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했다는 점을 꼽고 있지만 업계는 NCC 매각을 마무리짓기 위한 일환으로 내다봐서다.
LG화학에 정통한 관계자는 "현재 제일 중요한 것이 NCC 매각"이라며 "해당 딜이 원활하게 추진되지 않고 있다면 이지웅 상무를 전무로 승진 시켰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NCC 딜을 클로징하기 위해 (이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은 현재 NCC 매각을 위해 쿠웨이트 PIC(Petochemical Industries Company)와 협상 중이다. 앞서 이 회사는 올해 초 PIC와 여수 공장의 제2 NCC를 비롯해 폴리에틸렌(PE)·폴리프로필렌(PP) 같은 범용 소재, 태양광용 소재로 주목 받는 폴리올레핀 엘라스토머(POE) 등 고부가 사업을 분할한 후 합작사(JV)로 운영하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바 있다. 이후 지분 절반 가량을 넘긴다는 큰 틀에서 세부적인 지분율과 가격을 두고 PIC와 팽팽한 줄다리기를 지속 중이다.
시장에서는 준수한 수준의 '조 단위' 가격이 도출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신 부회장의 대표이사 임기가 내년 3월까지로, 연임을 노린다면 헐값에 서명할 수 없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아울러 LG화학의 경우 지난해 계약을 맺은 편광판 및 관련 소재 사업 매각 대금(1조1000억원 규모)이 내년 초엔 유입될 예정이라 현금이 급한 상황은 아니라는 게 업계 전언이다. LG화학이 보유한 현금은 지난 9월 말 별도 기준 2조2432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1471억원 늘어난 수준이다.
다만 화학과 배터리 소재 사업,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의 부진이 맞물린 상황에서 투자를 이어 가고 있는 만큼 재원은 필요하다. 'AA+/안정적'의 신용도를 토대로 우호적 조건에서 자금을 조달하곤 있지만, 대부분이 차환에 활용되는 실정이다. 실제 LG화학은 올 초 1조원 규모로 발행한 회사채 중 13%만 시설 투자에 할애했고, 나머지는 상환에 쓰기로 했다.
LG화학의 자본적지출(CAPEX)은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하고도 지난해 3조4000억원 이상이었으며, 올해는 9월까지 누적 1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실적 악화에 CAPEX 규모를 거듭 조정하긴 했지만, 올해 연간으로도 2조원대 집행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중기적으로는 굵직하게 ▲북미 양극재 공장 설립을 위한 9385억원 출자 ▲ RO(Reverse Osmosis) 멤브레인 생산 확대(청주 공장 증설 1246억원,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총 1200억원 규모 합작 프로젝트)가, 이 외 바이오 폴리아미드(PA) 합작 공장 건설과 차량용 접착제 사업 육성 등도 계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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