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연 기자] 주성엔지니어링이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고객사 지역과 사업을 다각화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는 중국향 매출 증가로 호실적을 내고 있지만, 최근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을 앞두면서 향후 정세가 불확실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주성엔지니어링 측은 미국에서는 비메모리 유리관통전극(TGV) 증착 장비를 앞세워 진출을 앞당기고 대만에서는 자신 있는 분야인 ALD 장비에 힘을 싣는다는 전략이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중국향 수주가 늘면서 '어닝 서프라이즈'에 가까운 실적을 내고 있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연결기준 3010억원, 영업이익은 95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61.5%, 영업이익은 무려 953.9% 늘었다. SK하이닉스와 중국 업체들을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는데, 최근 중국 업체들이 캐파를 공격적으로 확대하면서 장비 수주가 늘어난 덕분이다.
하지만 마냥 웃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반도체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는 것을 강하게 규제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은 최근 ASML,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등 글로벌 반도체 장비 기업들에 중국 사업 정보를 요청하며 대중국 수출 규제 움직임에 동참할 것을 시사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이라 이러한 움직임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기준 이 회사의 중국 내 매출은 전체 매출의 68%인 1937억원이었다. 올해는 3분기 누적분만 전체 매출의 86.3%인 2601억원까지 늘어났다. 대중국 규제 강화 이후에도 물량이 온전히 유지되기 힘들 가능성이 커, 타개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객사 지역 다변화에 나서기 위해 미국과 대만으로 눈을 돌렸다. 미국에서는 비메모리 유리관통전극(TGV) 증착 장비를 앞세워 진출하려는 모습이다. 이 장비는 주성엔지니어링이 주력 사업인 원자측증착(ALD) 장비 개발 과정에서 확보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제작했다. 당장 내년에 북미 고객사에 비메모리 TGV 장비 시제품(파일럿 라인) 공급을 앞두고 있다. 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현재 고객사 일정대로 시제품 공급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대만에서는 자신 있는 분야인 ALD 장비에 집중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주성엔지니어링이 TSMC의 파트너가 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이 지난해 "미국과 대만 업체에 반도체 ALD 장비를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이 장비가 시스템 반도체 생산라인에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TSMC가 유력한 잠재 고객사로 지목되는 중이다.
사업 다각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그 중에서도 태양광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에 에너지를 가장 효율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방법으로 태양광이 지목되면서 신사업으로 낙점한 것이다. 그간 개발한 공정 기술을 태양광 부문으로 확대 적용하면 양산 가격을 기존의 30분의 1로 낮출 수 있어 가격 경쟁력을 갖춘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한편 주성엔지니어링은 2021년 러시아 엔코어그룹으로부터 470억원 규모의 플라즈마 화학기상증착장비(PECVD) 공급계약을 맺은 바 있다. 이후 지난해까지 추가 계약이 없었으나, 올해는 새로운 수주 물량을 확보했다. 이번 계약이 기존 고객과의 추가 계약인지, 새로운 고객사와의 계약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내년 태양광 부문에서 700억원의 매출이 인식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점차 커지면서, 시장 개화를 앞둔 모습"이라며 "향후에 더욱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중국 규제 사항이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되지 않아,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추후 결정이 내려지면 이에 맞춰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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