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 추진으로 최대주주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매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보유 지분 매각은 두 회사의 주주환원 등 자본정책과도 맞물려 있는 만큼 매각 시기와 매각 규모, 매각 비율 등에도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앞으로 1년 동안 모두 1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는 계획을 의결했다. 이 가운데 3조원어치는 내년 2월까지 3개월 동안 사들여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에 따른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된다. 당장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삼성전자 보유 지분율이 지금보다 높아지게 되면 금산분리법(금융산업의 구조 개전에 관한 법률) 규제를 받게 된다.
금융사는 다른 회사의 의결권 있는 주식 10% 이상을 소유하려면 미리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올해 9월 말 기준 삼성생명(8.51%)과 삼성화재(1.49%)의 삼성전자 합산 지분율은 10%(보통주 기준)인데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 끝나면 10.08%로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놓고 개선 요구가 끊이지 않는 상황이라 금융당국의 승인 절차를 통과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 및 소각에 따른 초과 지분을 매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2017~2018년 삼성전자가 9조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추진했을 때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지분율 상승을 염두에 두고 2018년 5월 삼성전자 보유 지분을 각각 1조1200억원, 2000억원가량 매각한 바 있다.
사실상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이 불가피한 만큼 시장의 관심은 어느 기업이 언제, 어느 정도의 규모로 지분을 팔지 등에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 지분 매각 시기와 매각 규모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주주환원 등 자본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당장 증권가에서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지분 매각 자금의 일부가 배당 등 주주환원에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삼성생명은 2022년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회계와 무관하게 지분 매각 차익을 주주환원 재원으로 쓰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신한투자증권이 20일 발표한 삼성생명 투자보고서에서 "2018년 삼성전자 지분 처분 당시에도 처분이익이 특별배당으로 이어졌고 주식 위험 감소로 인한 킥스비율(K-ICS) 개선 등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특별배당 가능성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두 회사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 시점과 매각 규모 등은 연말 삼성그룹 계열사 사장단 인사 이후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 완료까지 아직 시간이 있다.
게다가 두 회사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은 그룹 지배구조와도 관련이 깊은 만큼 사실상 그룹 차원의 의사 결정이 주효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측면에서도 사장단 인사 등으로 그룹 분위기가 정리된 뒤 논의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삼성전자 보유 지분을 각각 얼마나 팔지도 눈여겨 볼 점이다. 앞선 2018년의 경우 두 회사 모두 삼성전자 지분율 비중에 따라 주식을 처분했지만 이른바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 통과 등 변수가 고려될 수도 있다.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주식 취득 제한 기준인 보험사 총자산의 3%를 따지는 척도가 '취득원가'에서 '시장가격'으로 바뀌게 된다. 이러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자사주 소각에 따른 상승분 외에도 추가로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21대 국회에서 논의됐다 결국 폐기됐지만 최근 다시 추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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