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전선지지부진 IPO…美 해저케이블 완공 후 진행?
[딜사이트 김민기 기자] 최근 LS그룹 오너 3세인 구본규 LS전선 대표이사가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나서 자사의 상장에 대해 이야기 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계획 없이 애매한 표현만 남발해 투자자들의 혼동을 가중시키고 있다. LS전선은 2010년부터 상장을 준비했지만 14년이 지난 상황에서도 상장에 대한 의지가 그리 크지 않다. 오히려 LS전선의 알짜 자회사들만 순차적으로 상장을 시키고 있어 결국 자회사들을 모두 상장 시킨 후 맨 마지막에 LS전선이 상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장외시장 'K-OTC'에 따르면 19일 기준 LS전선의 현재 장외 가격은 9만1900원이다. LS전선은 올해 5월 22일 18만3300원까지 올랐으나 최근 장외가격이 급락하면서 8만원 후반대까지 떨어졌다가 소폭 상승했다.
주가가 반토막 나면서 현재 시가총액은 1조9800억원대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현재 코스피에 상장돼 있는 대한전선의 시가총액인 2조1300억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LS전선의 매출액은 연간 6조원 초중반대 수준으로 대한전선의 3조원 중반대 보다 2배 많지만 오히려 시가총액은 밀리는 상황이다.
현재 LS전선의 주요 자회사는 JS전선, LS에코에너지(구 LS전선아시아), 가온전선, LS머트리얼즈, LS이브이코리아, LS마린솔루션, LS그린링크, 지앤피 등이다. 이 중에서 상장이 된 곳은 LS에코에너지, 가온전선, LS마린솔루션, LS머트리얼즈 등 4곳이다. 비상장사는 41곳으로 총 45곳의 연결대상 종속회사를 가지고 있다.
올해 전선 관련주들은 글로벌 전력망·해상 풍력 발전 프로젝트의 증가로 주력 계열사들이 호황기를 맞으면서 주가도 급등했다. 하지만 LS전선은 아직 상장을 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 이러한 수혜를 고스란히 얻지 못했다. 지주사인 LS나 상장된 일부 자회사들의 주가가 오르긴했지만 LS전선의 비상장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차익을 내기 쉽지 않았다.
이러한 불만을 의식한 듯 오너 3세 구본규 대표는 지난 9월 5일 열린 'LS전선 밸류업 데이(Value-up Day)' 행사에서 LS전선 상장을 반드시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상장은 반드시 생각하고 있다"며 "우선 현시점에서 돈을 잘 번다는 것을 투자자들에게 보여주는 게 우선이고 그 이후 상장을 고민하고 있다. 아주 먼 미래는 아닐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구 대표가 상장 시기를 애매하게 말해 투자자들의 혼란만 가중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LS그룹에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이 많고 LS전선은 상장 순위에서 뒤에 밀려 실제 상장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LS가 사실상 상장 의지가 없지만 주력 계열사를 두고 자회사만 상장을 하고 있다는 비판의 시각이 큰 만큼 이를 무마하기 위해 상장을 할 것처럼 이야기했을 것이란 전망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 LS그룹 내부에서는 ▲LS이링크 ▲LS엠트론 ▲LS MnM, LS전선에선 자회사인 LS이브이코리아가 상장을 준비 중이다. 이중 LS이링크의 경우 2차전지 캐즘의 직격탄을 받으면서 1조원의 몸값에 턱없이 부족해 상장이 내년으로 밀릴 가능성이 높고, LS이브이코리아는 이제 주관사를 선정해 상장을 준비 중이다.
이런 가운데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신성장 동력으로 낙점하고 있는 배·전·반(배터리·전기차·반도체)의 경우 최근 전세계적으로 수요 둔화 등으로 인해 사업이 주춤하고 있어 관련 기업들의 IPO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또 LS그룹이 1년 새 연달아 기업이 상장시키면서 그룹 내 상장 조율이 필요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카카오도 지난 2020년~2021년에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게임즈를 잇달아 상장시키면서 문어발식 자회사 상장으로 모회사 기업가치를 훼손시킨다는 지적을 받았다.
앞서 LS전선은 2010년 IPO 계획을 밝히며 유상 증자를 단행했다. 당시 LS전선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던 증권사는 ▲하이투자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이트레이드증권(현 LS증권) 등 총 4곳이다. 당시 공모 청약에는 전체 물량 1725억원의 76%인 1281억원만 들어와 주관 증권사들이 나머지 물량 총 400억원을 떠안았다. 하이투자증권 125억원, 이베스트투자증권(당시 이트레이드증권) 116억원, 미래에셋대우(당시 미래에셋증권) 103억원, 한국투자증권 101억원 등이다. 결국 증권사들은 IPO가 성사되지 못한 채 LS전선의 지분을 매도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LS전선의 상장이 늦어지는 이유는 지주사인 LS가 지분을 92.31% 보유하고 있고 소액주주들의 비율은 4.33%에 불과하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LS전선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지주사인 LS의 지분은 구자열 LS그룹 이사회 의장 외에 구씨 일가 44인이 32.15%를 보유하고 있다. LS전선도 구씨 일가 13명이 각각 0.01~0.03% 수준의 주식을 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구씨 일가는 LS전선이 미국 해저케이블 착공을 완료한 이후로 미룰 가능성이 크다"며 "LS전선이 상장하면 구씨 일가와 LS지주사의 지분율도 희석될 가능성도 높아 사실상 상장을 의도적으로 미루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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