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아크미디어 투자 엑시트하나
코리아그로쓰제1호 일부 투자금 회수...고려아연 "청산 논의한 적 없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14일 08시 4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김규희 기자] 고려아연 사모펀드 투자 중 일부가 최근 회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이 출자한 6000억원 중 900억원이 흘러 들어간 '코리아그로쓰제1호' 펀드가 그 대상이다. 코리아그로쓰제1호가 투자한 아크미디어의 손실이 지속되자 그 계열사인 높은엔터테인먼트 지분을 고려아연으로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


고려아연 측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해당 펀드와 관련해 투자금 회수가 아직 진행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1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PE)는 코리아그로쓰제1호 펀드 투자금 일부를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주요 투자처인 아크미디어의 경영 실적이 악화한 탓에 매각 원매자를 찾지 못하자 계열사인 높은엔터테인먼트 지분을 현물출자 방식으로 고려아연에 넘겨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현물출자 방식은 업계에서 매우 이례적으로 평가한다. 통상 펀드 만기일이 다가오면 만기를 연장하거나 투자기업의 매각 작업에 들어간다. 만기가 연장되면 이후 밸류업을 통해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향후 IPO 또는 매각 등으로 최종 엑시트한다. 그마저도 불가능한 경우 손실을 감안하고 헐값에 매각, 회수한 현금을 LP에 배분한다.


그런데도 원아시아PE가 현물출자 방식을 택할 수 있었던 건 고려아연과 원아시아PE 간 특별한 관계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원아시아PE 대표는 과거 현금입출금기(ATM) 제조사 청호컴넷을 운영하던 지창배 전 회장이다. 지 대표는 중학교 동창인 최 회장과 막역한 사이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소재 고려아연의 옛 본사 건물을 수시로 드나들 정도로 최 회장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지 대표는 지난 2020년 청호컴넷을 매각하고 원아시아PE를 통해 엔터테인먼트와 투자 분야 사업에 집중했다.

(그래픽=이동훈 부장)

지 대표는 고려아연으로부터 막대한 자금을 투자받았다. 펀드약정 규모 6900억원 중 6000억원이 고려아연 몫이었다. 전체의 90% 수준이다. 신생 사모펀드에 한 기업이 홀로 대규모 자금을 출자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다. 원아시아PE는 이 자금으로 ▲코리아그로쓰제1호(951억원) ▲아비트리지제1호(916억원) ▲저스티스제1호(503억원) ▲바이올렛제1호(890억원) ▲탠저린제1호(961억원) ▲그레이제1호(1104억원) ▲하바나제1호(1112억원) ▲망고스틴제1호(501억원) 등 펀드를 설립했다.


지 대표는 코리아그로쓰제1호 951억원으로 아크미디어를 인수하고 회장으로 취임했다. 아크미디어는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를 제작한 콘텐츠 제작사다. 한예슬과 조여정 등 연예인이 소속된 높은엔터테인먼트를 계열사로 갖고 있다.


아크미디어 투자는 초기 무렵엔 좋은 성과가 예상됐다. 2021년 드라마 제작을 시작한 아크미디어는 이듬해 드라마 '연모'로 콘텐츠 제작사로서 두각을 드러냈다. 연모는 박은빈, 로운 주연의 궁중 로맨스 드라마다. 한국드라마 최초로 국제 에미상 텔레노벨라 부문을 수상했다.


2023년엔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를 제작해 연타석 홈런을 쳤다. 이어 '한강', '효심이네 각자도생', '하이쿠키' 등을 연이어 제작했다. 다만 올해는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올해 방영한 콘텐츠는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지배종' 뿐이다.


아크미디어의 실적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2021년 1003억원이었던 매출액은 2022년 1418억원으로 41.4%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111억원에서 149억원으로 34.2% 늘었다. 2023년엔 역성장했다. 매출액은 96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32.2%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94.6% 감소한 8억원에 머물렀다.


지난해 실적이 급감한 건 오너 리스크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해 2월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서 지 대표가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와 공모해 SM 주식을 고가에 매수하는 방식으로 시세조종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지난 4월 그를 구속기소했다. 지 대표는 2019년 10월 코리아크로쓰제1호 펀드 자금 104억원을 빼돌려 자신의 빚을 갚는 데 쓴 혐의도 받고 있다.


아크미디어는 지난해 오너리스크에 직면한 뒤 콘텐츠 제작 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보니 2023년엔 수주를 하지 못해 실적 하락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실적 감소폭은 지난해보다 더 커져 적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 대표가 지난 7월 보석으로 석방됐지만 소송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실적 반등이 어려웠다. 콘텐츠 제작에 상당한 시간이 드는 회사 특성상 단기간에 밸류업을 이뤄내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런 상황에서 코리아그로쓰제1호 펀드 투자금 회수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통상 이런 경우 GP인 원아시아PE가 아크미디어 등을 매각해 현금을 마련하고 이를 LP인 고려아연에 배분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원아시아PE는 원매자를 찾지 못했고 결국 계열사인 높은엔터테인먼트 지분을 현물출자 방식으로 고려아연에 넘긴 것으로 해석된다.


IB업계 관계자는 "LP에게 수익을 배분할 때 현물로 지급하는 것은 시장에서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사례"라며 "이런 경우 신뢰를 잃은 GP는 더이상 LP로부터 출자금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고려아연 측은 코리아그로쓰제1호와 관련해 투자금 회수 등 논의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투자금 회수를 위해서는 임시사원총회 결의가 필요한데 관련 논의를 진행한 적 없다고 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코리아그로쓰제1호 청산 등 논의를 진행한 바 없다"며 "현물출자 방식의 투자금 회수 논의도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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