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정동진 기자] 올해 기업금융본부를 전면 개편하며 절치부심한 하나증권이 기업공개(IPO) 주관 부문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평가다. 감소한 영업력과 저조한 IPO 빅딜(Big Deal) 참여율을 감안하면 향후에도 하나증권에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증권은 이날까지 올해 총 5건의 IPO 딜을 주관했다. 사피엔반도체·레이저옵텍·아이비전웍스 등 스팩(SPAC) 합병을 통한 상장이 3건, 포스뱅크·케이쓰리아이 등 일반 상장은 2건이다. 여기에 현재 합병 절차를 진행중인 엠에프씨가 연내 상장에 성공하면, 올해 최대 6건의 트랙 레코드 달성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는 지난해 총 9건의 IPO를 성사시켰던 것을 감안하면 아쉬운 성적이라는 평가다. 하나증권은 지난해 지아이이노베이션, 오픈놀, 이노시뮬레이션, 넥스틸, 에스엘바이오, 에이텀, 블루엠텍을 일반 IPO 트랙을 통해 상장시켰다. 스팩 합병을 통해서는 팸텍, 우듬지팜의 코스닥 데뷔를 도왔다.
IB업계에서는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업황 악화로 증권업계 전반에 '전통 IB 강화' 바람이 불며 증권사간 IPO 주관 경쟁이 치열해진 점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올해 IPO 시장은 신영증권·DB금융투자 등 중소형사들의 선전이 돋보이는 가운데, 기존에 중위권을 형성하던 하나증권·키움증권 등은 주관 건수가 줄어드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3월 '메가스팩' 하나금융25호와 비전검사 솔루션 기업 피아이이의 합병이 무산된 점이 뼈아팠다. 피아이이는 합병 과정에서 기업가치를 5차례 하향 조정하는 등 상장을 위해 총력을 다했으나, 스팩 주주들의 반대로 결국 증시 입성에 실패했다. 피아이이는 이후 상장 주관사를 하나증권에서 삼성증권으로 주관사를 교체한 뒤, 일반 IPO 트랙을 통해 상장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하나증권의 IPO 상장예비심사 신청 기업 수가 크게 줄어든 점을 우려하고 있다. IPO업계에서는 통상적으로 상장예심 신청 기업 수를 해당 증권사의 영업력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하나증권의 연간 상장예심 신청 기업수는 지난 2021년 이후 10개 내외를 유지해왔다. 구체적으로 2021년 9곳, 2022년 11곳, 2023년 15곳의 기업의 상장을 추진했다. 반면 올해는 이날까지 5곳에 그치고 있다. 심사 과정에서 철회한 기업은 지난 1월 상장예심을 청구했던 이안 한 곳뿐이어서 전반적으로 IPO 주관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올해 1월 기업금융 부문 실무 경험이 풍부한 김현호 전 DS투자증권 투자금융본부장을 영입하는 등 기업금융본부 강화에 힘썼으나, 실질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는 점이 아쉽다는 평가다. IB부문 역시 IB1부문과 IB2부문으로 나누고 기업금융 2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박병기 상무를 1부문장으로 선임하며 IPO부문의 대대적으로 힘을 줬지만, 기존에 목표했던 리그테이블 톱5에서는 오히려 멀어진 상태다.
이밖에 올해 말과 내년에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IPO 빅 딜'에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점도 향후 실적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하나증권은 올해 에이피알·HD현대마린솔루션 IPO에 공동주관사 및 인수단으로 참여했으나, 이후에는 큰 규모의 딜에 좀처럼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비슷한 자기자본 규모를 가지고 있는 대신증권·키움증권이 각각 LGCNS 공동주관사, 엠엔씨솔루션 인수단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올해 심사 기조가 강화되면서 IPO 사업부가 위축된 면이 있다"며 "최근 악화된 시장 상황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주관 기업에 대한 밸류에이션을 보수적으로 책정해 상장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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