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우선주의 부활미국 증시 '환호' vs 국내 증시 '침울'
[딜사이트 김동호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4년 만에 다시 백악관의 주인이 된다는 소식에 미국 증시의 3대 지수가 모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미국을 더 위대하게(MAGA, Make America Great Again)'란 구호를 앞세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화당이 상·하원 의석을 모두 싹쓸이하는 '레드 스윕(Red Sweep)' 가능성이 커지면서 미 증시의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면 트럼프의 귀환이 국내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감축법(IRA), 반도체지원법(CHIPS) 등을 트럼프가 폐지할 경우, 미국 정부의 보조금으로 산업 성장을 견인했던 전기차, 2차전지 등 업종이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관세인상과 달러강세로 인한 국내 수출기업들의 수익성 악화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6일(현지시간)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 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57% 오른 4만3729.93포인트로 장을 마쳤다. 나스닥지수는 2.95% 상승한 1만8983.47을 기록했으며, S&P500지수는 2.53% 오른 5929.04로 마감됐다.
이날 공개된 47대 미국 대선 결과는 시장 예상과 다르게 트럼프의 압승으로 끝났다. 트럼프는 선거인단 중 312석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되며, 226명의 선거인단 확보에 그친 민주당의 해리스 후보를 압도했다. 미국 상하원 의원 선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상원은 개표 초반부터 공화당이 과반을 확보하면서 승기를 잡았고, 하원 역시 공화당이 200명 이상의 의석을 차지하면서 과반 확보에 성공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 결과를 두고 미국 시장은 '롱', 한국 시장은 '숏' 전략을 제시했다. 트럼프가 자국 기업들에 대한 감세와 규제 완화를 단행할 것이라는 기대가 실질 성장 기대를 높이고, 연방준비제도를 압박해 기준금리를 적정 수준보다 낮추도록 만들면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아질 가능성도 커졌다는 관측이다. 이 경우 미국 주가 지수의 상승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한국 증시에는 부정적인 결과다. 상대적인 언더퍼폼이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 이후 금융시장의 돈은 오직 미국으로 달려갔다"며 "경제적, 지정학적으로 트럼프 당선이 한국에 리스크임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한국 증시는 언더퍼폼이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희종 아이엠증권 연구원 역시 "이전 트럼프 집권 시절에 미국 증시는 여타 지역 증시 대비 강세가 뚜렷했고, 달러화도 전반적으로 고공행진을 기록했다"며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따른 미국만의 강세가 이번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요한 것은 트럼프의 자국 경기 부양책과 중국 견제 등 대외적인 압박이 언제 나올지다. 따라서 지수의 방향보다는 업종별 대응에 더 주력해야한다는 조언이다. 이은택 연구원은 "현재 업황과 트럼프 정책의 교집합은 'AI+규제완화'"라며 "자율주행과 우주방산, 바이오, 원전, 금융 등 업종에 주목할 것"을 권했다.
그뿐만 아니라 단기적인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야 한다는 진단도 나온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글로벌 증시 전반에 걸쳐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할 것"이라며 "트럼프 수혜주 중심의 차별화 장세도 일정 기간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치와 관련된 움직임이 진정되고 난 이후 주식시장은 재차 매크로와 펀더멘털로 초점이 이동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 지형이 빠르게 뒤바뀔 것"이라며 "트럼프의 규제 대상으로 지목된 산업은 중장기 부진이 예상되지만, 규제 정책이 미치지 않는 분야는 느리지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이슈와 관계없이 국내 정책에만 연동되는 산업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보일 수 있다"며 "향후 한국은 지수보다 산업, 특히 트럼프 수혜 산업과 밸류업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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