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美 대선 나비효과 대처법
기업들 내년 사업계획 수립, 전화위복 계기 삼아야
이 기사는 2024년 11월 07일 08시 2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진철 기자] 연말이 다가오면서 기업들의 내년 사업계획 수립이 한창이다. 매년 이맘 때쯤 기업들이 올해를 평가하고 새해 전망을 토대로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연례행사처럼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만난 대기업 임원은 올해는 유독 새해 사업계획을 짜는 것이 어렵게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이는 국내외 경영 환경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그 어느 해보다 커지고 있어서다. 


올해 주요 상장기업들은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을 주도했던 철강·석유화학·디스플레이 등 전통 제조업은 물론 반도체·전기차·배터리·태양광 등 첨단산업까지 실적이 뒷걸음질쳤다. 중국의 경기 부진이 지속하면서 빚어진 글로벌 공급 과잉이 제품 단가 하락으로 이어졌고 수익성 악재로 돌아왔다.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전자는 반도체 위기론에 주가가 52주 신저가로 곤두박질하며 '5만 전자'로 추락했고, 배터리 관련 기업들도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감소)의 직격탄을 맞았다.


기업들은 정국 불안과 소비 부진, 무역 분쟁 등으로 내년 한국 경제가 회복되기는 힘들 수 있다며 벌써부터 긴축 경영과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미국 대선 이후 나비효과는 내년 사업계획을 수립하는데 새로운 변수다. 초박빙 예측불허로 진행된 선거전에서 트럼프와 해리스 중 누가 당선되는지에 따라 이해 득실을 따졌지만 결국 자국 우선주의를 표방한 트럼프가 승리했다. 앞으로 미국내 투자 확대정책이 더욱 강화되고, 중국 등과 무역전쟁이 치열해지면서 그 파장은 고스란히 우리 기업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 


미국 대선 과정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급등해 1400원에 근접한 것도 시사한 바가 크다. 환율이 1400원 선을 넘은 건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2022년 코로나19 위기 뿐이었다. 환율은 1300원선 방어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글로벌 변수에 고환율 복병이 언제든 우리 기업들에게 드리워질 수 있다는 우려를 갖기에 충분하다. 


특히 수출입 기업들 입장에서 환율 레벨이 1300원선 초반과 후반의 불과 몇십원 차이가 외화평가손에 끼칠 영향은 천지차이다. 환율 상승은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여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반면 에너지·원자재 등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인플레 압력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현대차그룹 등 현지 투자·생산 비중이 높은 기업은 환율 상승 수혜를 과거보다 덜 누리는 상황이다. 


내년 사업계획을 짜는 기업들은 미국의 새로운 리더십이 미칠 통상환경 변화를 세밀히 살피고 대응 전략을 잘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내년 안갯속 전망과 우울한 환경이 옥죈다고 해서 움츠러들기만 해선 안 될 일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및 스마트폰과 현대차의 자동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지금의 위상에 오른 데에는 최악의 불황 때 호황을 앞당기기 위한 과감한 역발상 투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주요 고비 때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던 저력의 노하우를 내년도 사업계획에 담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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