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민규 기자] SKC가 화학 불황과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이중고에 올해 3분기까지 7개 분기 연속으로 적자를 지속했다. 다만 영업적자가 전년 동기 대비 소폭이나마 축소됐고 올 1분기부터 감소세인 등 반등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SKC는 올해 3분기 연결 기준으로 매출액 4623억원과 영업손실 620억원이 잠정 집계됐다고 5일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5% 늘어났고, 영업손실은 4.8%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도 마이너스(-) 495억원으로 적자를 이어 갔다.
사업부별로 살펴보면 2년이 돼도록 반도체 소재를 제외하곤 모조리 적자다. 특히 전체 영업손실의 56.6%가 동박 사업 자회사인 SK넥실리스에서 나왔다. 매출은 78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4% 급감했고, 영업손실은 351억원으로 107.7% 늘었다. 이와 관련, SKC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유지한 경영지원부문장은 "전기차 시장의 수요 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3분기엔 소형 배터리 수요 부진까지 더해지면서 판매량이 줄어들었다"며 "이익 측면에서도 낮은 가동률로 인해 적자를 지속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반도체용 테스트 소켓 제조사 ISC가 이끄는 반도체 소재 사업은 위형 성장과 이익 체력 향상 모두에 성공했다. 매출은 67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2.6% 급증했고, 영업이익은 141억원으로 무려 540.9% 증가한 수치다. 유 부문장은 "비메모리향 양산용 매출이 지속 늘고 있는 데다, 인공 지능(AI) 서버 관련 매출도 2분기 대비 약 35% 증가하며 성장에 일조했다"고 분석했다.
화학 사업(SKPIC글로벌) 역시 적자 구간이긴 해도 올해부터 실적 개선세를 이어 가는 모습이다. 매출 3130억원(전년 동기 대비 75%)을 달성해 전사 매출의 67.7%를 견인했고, 영업손실은 157억원으로 전년 동기 168억원 대비 소폭 줄었다. 유 부문장은 "주력 제품인 프로필렌글리콜(PG)에 대한 수요가 견조해 전체 생산 능력 수준의 판매량을 매분기 유지하고는 있지만, 3분기에는 비정상적인 환율 효과와 해상 운임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고 밝혔다.
이밖에 유리 기판(앱솔릭스)과 친환경 소재(SK리비오 SK티비엠지오스톤 등) 등을 포괄하는 신규 사업의 경우 매출이 발생하지 않은 가운데, 영업손실은 전년 동기 대비 42.5% 증대된 104억원으로 나타났다.
SKC는 4분기 동박과 화학 사업의 수익성 개선이 가능한 한편, 반도체 소재는 주춤할 것으로 내다봤다. 먼저 동박 사업은 인증이 완료된 중화권 대형 고객향 매출이 본격화되며 판매가 증가하고, 오는 2025년 1분기부터는 더 큰 규모의 매출 확대를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화학 사업 경우 PG의 동절기 수요 증가, 해상 운임 부담 완화 등에 따른 스프레드(제품가에서 원재료 가격을 뺀 값) 개선이 예측되는 만큼 4분기에도 적자 폭을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반도체 소재는 테스트 소켓 관련 메모리 고객사의 가동률 저하, 재고 조정의 영향으로 매출이 소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펀더멘털 측면에선 연말 베트남 공장 증설이 끝나는 만큼 빅테크 전략 고객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제조 기반을 확충하게 될 전망이다.
내년에는 3개 주요 사업 모두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SKC는 기대 중이다. 동박 사업은 말레이시아 공장의 가동률 상승, 반도체 사업은 인공 지능(AI) 산업의 성장에 후행할 테스트 소켓 수주 물량 증가, 화학 사업은 스프레드 추가 개선이 관건이다.
한편 SKC는 3분기에도 전사적 자산 유동화를 지속한 결과 재무 안정성을 어느 수준 개선했다. 부채는 지난 9월 말 기준 4조3461억원으로 6월 말 대비 3157억원 감소했고, 부채 비율은 185.7%에서 180.6%로 5%포인트(p) 이상 하락했다. 유 부문장은 "올 9월 SK 넥실리스의 7000억원 상당 유상 증자를 지원해 재무 약정이 있는 인수 금융 전액을 상환함으로써 상환 리스크를 제거하고, 금융 비용 부담도 낮췄다"며 "재무 건전성 강화 노력을 통해 연말 순차입금 규모는 연초 대비 약 3000억원 감소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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