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현대로템이 올해 매출 4조원을 여유 있게 달성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K2전차의 폴란드 납품이 순조롭게 이뤄진 영향으로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현대로템의 매출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 평균)가 1000억원 가량 상향됐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로템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2조93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익은 2949억원으로 110% 증가했고, 세전이익은 3191억원으로 175% 늘었다.
현대로템의 호실적을 이끈 일등공신은 방산 부문인 '디펜스솔루션'이다. 매출 증감률만 놓고 보면 디펜스솔루션(27%) 부문은 에코플랜트(32%) 보다 뒤처지지만, 증감액 절대치에서는 크게 앞서 있다.
올해 3분기까지 디펜스솔루션의 누적 매출은 1조4671억원으로 전년 대비 3085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철도 부문인 레일솔루션은 662억원 줄어든 1조76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에코플랜트는 953억원 늘어난 3925억원을 달성했다.

디펜스솔루션 부문은 실적 기여도가 커지면서 현대로템의 최대 매출처 자리를 꿰차게 됐다. 불과 2021년까지만 해도 디펜스솔루션은 회사의 근간이 되는 레일솔루션 보다 매출 비중이 27%p(포인트) 낮았다. 하지만 2022년 두 사업 부문 간의 격차는 21%p로 좁혀진 뒤, 지난해 디펜스솔루션이 1%p 차이로 근소하게 추월했다. 이런 가운데 올해 레일솔루션 매출 부진이 겹치면서 디펜스솔루션이 전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에 달하게 됐다.
디펜스솔루션의 위상 강화는 'K-방산'의 주요 해외시장으로 떠오른 폴란드 납품이 본격화 된 영향이다. 현대로템은 지난 2022년 8월 폴란드 정부와 1000대의 K2전차를 수출하는 '기본계약'을 체결했다. 이 중에서 우선적으로 180대에 대해서만 납품을 추진한다는 '실행계약'을 맺고 2022년에 10대를 초도 수출했다. 동일한 연장선에서 지난해 18대를 납품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 18대가 추가적으로 수출 길에 올랐다. K2전차 납품 진행률이 본격적으로 인식되면서 디펜스솔루션은 상승 기세를 타게 됐다.
증권가에서는 현대로템이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데다 4분기에도 38대의 K2전차 납품이 예정돼 있다는 점에서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난 8월까지만 해도 에프앤가이드는 상반기 실적에 기반해 올해 현대로템의 매출 컨센서스를 전년 대비 15.6% 증가한 4조1461억원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최근 해당 수치를 4조2134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09.7% 증가한 4405억원을 예상했고, 당기순이익은 134.7% 늘어난 3680억원으로 내다봤다.
임박한 것으로 점쳐지는 2차 실행계약에 따라 현대로템의 K2전차 납품량은 더욱 늘어날 수 있다. 방산업계 안팎에서는 이르면 내달 현대로템과 폴란드 정부 간에 2차 실행계약이 맺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납품 물량은 1차 계약 때와 마찬가지로 180대가 유력시된다. 1차 실행계약 때 초도 물량 납품이 즉시 이뤄진 만큼 올해 38대를 초과하는 K2가 수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기에 2차 계약에는 계열전차(교량‧구난‧공병 등)도 포함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 방산 수출 호조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폴란드 현지 방산업체인 오브룸(Obrum)과 교량전차 개발 MOU를 맺게 되면서 2차 실행계약에 계열전차 수출이 포함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며 "사업부문별 수주 잔고가 쌓여 있는 만큼 견고한 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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