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 톺아보기시장점유율 하락한 '캐시카우'…타개책은

[딜사이트 이승주 기자]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경신하는 등 호실적에도 오뚜기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오랜 기간 '캐시카우'로 자리매김한 주요 제품들의 시장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는 탓이다. 국내 식품산업의 환경 변화와 새로운 경쟁자들로 압도적인 시장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 힘들다고는 해도 이를 늦출 수 있는 대책은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는 업계에서 오뚜기의 '프리미엄화'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오뚜기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3조4545억원, 영업이익 254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1969년 오뚜기의 창립 이후 최대 실적이다. 나아가 에프앤가이드 등 금융증권업계에선 오뚜기가 올해도 매출 3조5355억원과 영업이익 2646억원을 올리며 종전 기록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온다.
그럼에도 오뚜기의 고민은 점점 깊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창립 제품인 분말카레를 포함해 오랜 기간 캐시카우로 거듭난 주요 제품들의 시장점유율이 지속 우하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AC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오뚜기의 '3분류(3분카레 등 레토르트제품)'와 '참기름' 제품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85.3%, 48.3%로 2019년 말 대비 7.4%포인트(p), 6.3%p 하락했다. 마찬가지로 오뚜기 '라면'과 '즉석밥'의 시장점유율 또한 각각 23.3%, 29.5%로 2019년 대비 4.3%p, 1.2%p 떨어졌다.
오뚜기가 그 동안 시장지배적 강자로 군림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가성비를 앞세운 판매 전략 덕분이다. 오뚜기가 '진라면' 가격을 2010년부터 2021년 8월까지 10여년 간 동결하면서 '갓뚜기'라는 별명을 얻은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오뚜기는 현재 20개 이상의 시장점유율 1위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대표제품은 ▲분말카레 ▲ 3분카레 ▲참기름 ▲마요네스 ▲후추 ▲케찹 등이다.
마찬가지로 오뚜기가 시장점유율을 뺏기기 시작한 것도 '가격'이 가장 큰 원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내 식품사들이 제품 가격을 일제히 올리면서 그만큼 소비자들의 '심리적 저항선'도 상승했기 때문이란 시장의 분석이 나온다. 이는 소비자들이 '저렴한 가격'이라고 생각하는 금액이 이전보다 높다졌다는 뜻으로 가성비를 앞세운 오뚜기에겐 악재인 셈이다.
유통채널이 다양화되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온·오프라인 유통시장에는 쿠팡을 비롯한 컬리, 오아시스마켓 등 다양한 채널들이 등장했다. 대형마트에 직원을 파견해 상품을 판촉하는 과거 마케팅 방식보다는 제품 본연의 경쟁력과 이색 마케팅이 필요한 상황이다. CJ제일제당이 올해 8월 쿠팡과 다시 손을 잡고 햇반 판매를 재개하거나 농심이 팝업스토어를 통한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것도 같은 이유다.
나아가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도 위협 요인이다. 오뚜기가 닐슨코리아 기준 시장 점유율 90%를 꾸준히 유지해오던 3분류 제품군에는 샘표가 강력한 라이벌로 등장했다. 샘표는 2019년 프리미엄 커리 브랜드 '티아시아'를 론칭하고 오뚜기를 쫓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마켓링크에 따르면 티아시아는 국내 즉석카레 시장점유율 26.2%로 오뚜기(66.2%)에 이은 2위로 자리잡았다. 샘표는 올해에도 중화 미식 브랜드 '차오차이'를 론칭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에 시장에선 오뚜기도 하루빨리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가성비 이미지와 반대되는 프리미엄화에도 속도를 내야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오뚜기는 3분류에서 '오즈키친', 라면에서는 '라면비책', 프리미엄 냉동피자 등으로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다만 오뚜기는 올해 상반기 광고선전비는 425억원으로 전년 동기 410억원 대비 3.6% 밖에 늘어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층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들도 제기된다.
시장 한 관계자는 "국내 식품시장의 환경 변화로 오뚜기도 더 이상 시장지배적 지위를 유지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시장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다면 이를 늦출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게 급선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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