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 톺아보기해외사업 성패, 미국법인이 쥐었다
[딜사이트 이승주 기자] 해외사업 확대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오뚜기가 '미국법인(오뚜기아메리카홀딩스)' 부진에 골치를 썩고 있는 모양새다. 해당 법인이 북미지역 7개 법인을 총괄하는 중간지주사로서 베트남법인과 함께 오뚜기 해외사업의 두 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시장에선 해당 법인이 떠오르는 신흥시장인 '중남미'의 교두보 역할까지 수행할 것이란 전망들도 나온다. 이에 향후 미국사업의 성패가 오뚜기 해외사업 성과의 핵심 분수령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오뚜기는 올해 해외사업 확대에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글로벌사업부를 본부로 격상하고 김경호 글로벌사업본부장(전 LG전자 BS유럽사업담당 부사장)을 영업하기도 했다. 올해 7월에는 ESG보고서에서 '글로벌 오뚜기'로 도약하기 위해 2028년까지 글로벌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까지 제시했다. 지난해 오뚜기 글로벌 매출이 3325억원임을 감안하면 3배에 달하는 성장을 기대하고 있는 셈이다.
오뚜기가 해외사업을 확대하려는 이유는 국내 식품산업이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국내 식품업체들도 경쟁 과열과 소비 둔화가 반복되는 상황에 일찍이 글로벌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식품산업 생산실적은 104조 81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했다. 이 같은 성장률은 2021년(10.5%)과 2022년(12.5%)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다만 오뚜기는 동종업계와 비교해 해외사업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오뚜기의 지난해 해외매출 비중은 9.6% 수준으로 '라면 3사'로 묶이는 농심(39%)과 삼양식품(68%)에 비해 턱없이 낮다. 비교군을 매출 3조 이상의 국내 식품사로 넓혀봐도 오뚜기의 해외매출 비중은 CJ제일제당(48%), 대상(32.3%) 롯데웰푸드(24%), 롯데칠성음료(20%) 등보다 낮다.
물론 오뚜기의 해외사업도 꾸준히 성장하고는 있다. 이 회사의 올해 상반기 해외매출은 1659억원(전체 9.5%)으로 전년 대비 2.6% 증가했다. 다만 세부적으로는 다소 아쉬운 성적을 거뒀다는 시장의 평가들도 나온다. 오뚜기의 미국법인인 '오뚜기아메리카홀딩스'의 올해 상반기 매출이 42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8% 감소했고 같은 기간 순이익은 19억원으로 69% 줄어든 탓이다.
사실 오뚜기아메리카홀딩스는 오뚜기의 해외사업의 핵심 법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이 회사는 '베트남'과 '미국'을 해외사업 확대를 위한 전략적 요충지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오뚜기는 2005년 판매법인 오뚜기아메리카홀딩스 설립하고 북미 현지 법인 7곳(오뚜기아메리카, 오뚜기USA, 오뚜기아메리카 LA 미라다 등)의 지주사 역할을 맡겼다.
특히 해당 법인은 최근 떠오르고 있는 신흥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이를 테면 오뚜기베트남은 인근 동남아지역과 할랄시장을, 오뚜기아메리카홀딩스는 북미지역과 중남미시장의 진출 발판이 되는 식이다. 이 회사에 지난해 지역별 매출에서 '동남·서남아시아(14.8%)'와 '북·중남미(14.9%)' 지역이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시아(46.8%)'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점도 미국법인의 중요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이에 오뚜기는 '미국법인 살리기'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미국내 생산법인 '오뚜기푸드아메리카'를 출범하고 현지 생산 공장 설립을 위해 부지를 물색 중이다. 현지 공장 설립을 통해 국내 생산 제품을 수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류비는 물론 원재료 현지 조달로 원가절감 효과까지 노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더해 함영준 회장의 장녀인 함연지 씨는 올해 5월 미국법인에 입사해 마케팅 부문을 담당하며 힘을 보태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한 관계자는 "국내 식품사들이 글로벌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에서 북미지역은 중요한 핵심거점 중 하나"라며 "미국은 현지인들은 물론 한국 교민이나 아시아계 주민들도 많기 때문에 꾸준한 수요가 보장되는 장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오뚜기 관계자도 "미국법인은 중남미시장 진출기지를 담당할 예정"이라며 "시장의 규모가 커진 만큼 고객의 요구 또한 더욱 다양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차별화된 제품 개발과 현지 전략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