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자산관리대부'텐트계 샤넬' 공급사 ES큐브 재매각 나서나
[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한빛자산관리대부(이하 한빛대부)가 코스닥 상장사 'ES큐브' 매각을 다시 추진한다. 한빛대부가 HB저축은행의 지배구조를 개편, 금융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하면서 ES큐브를 다시 매물로 내놓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전임 대표와의 횡령·업무상 배임 소송을 포기하는 등 최근 ES큐브의 행보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22일 M&A(인수합병)업계에 따르면 한빛대부는 ES큐브 재매각을 결정하고 시기 등을 검토 중이다. 한빛대부가 'ES큐브→HB저축은행'으로 이어지던 지배구조 고리를 끊으면서 사업적 시너지가 없는 ES큐브만 따로 매각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HB저축은행이 4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최대주주가 ES큐브에서 HB홀딩스그룹으로 변경됐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한빛대부가 HB저축은행 매각 전략을 사실상 철회했다고 해석했다. 그리고 ES큐브 매각을 다시 추진하는 방향으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빛대부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HB저축은행) 유상증자를 계기로 HB저축은행 매각 계획을 중단하고 ES큐브 매각을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며 "다만 추진 시기 등을 추후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적정한 가격으로 인수하겠다는 원매자가 있다면 매각하겠다는 원칙에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ES큐브 매각이 과거 두 차례 실패했던 만큼 체질개선 이후 재매각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ES큐브는 2022년 앰버캐피탈에 이어 브락사와의 매각 계약을 체결했지만 불발됐다.
ES큐브는 최근 수익성 개선 등 경영정상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재무회계 전문가인 우인선 대표가 ES큐브의 운전대를 잡으면서 전임 대표와의 횡령 소송까지 과감하게 포기하는 등 본업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앞서 ES큐브는 지난해 7월 전임 대표였던 신모 씨가 4억8576만원 규모의 업무상 횡령·배임이 발생해 법원에 지급명령신청서를 제출했다고 공시했다. 이후 신 전 대표가 이의신청하면서 소송이 개시됐고, 법원은 지난 8월28일 ES큐브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ES큐브는 9월5일 1심 판결에 대한 항소장을 제출했지만 같은달 20일 돌연 항소를 취하했다. ES큐브는 신중히 재검토한 결과, 장기간 지속되는 소송으로 회사가 얻을 수 있는 실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대신 어려운 업황 속에서 본연의 업무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ES큐브의 이 같은 과감한 결정의 배경에 우 대표의 의중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불확실성이 큰 소송에 돈과 시간을 쏟기보다 본연의 업무에 집중해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우 대표는 뉴욕멜론은행 서울지점 회계부 부장을 거쳐 국일유니밀 관리총괄, 신한회계법인 팀장을 거친 재무회계 전문가다. ES큐브 CFO, 텐트사업본부장을 역임한 뒤 ES큐브 대표 자리에 올랐다. 우 대표는 자신의 주특기를 무기로 향후 ES큐브의 수익성 개선 작업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ES큐브는 '텐트계 샤넬'이라 불리는 글로벌 아웃도어 텐트 브랜드인 스노우피크를 비롯해 세계 유수의 아웃도어 기업들에게 텐트를 공급하고 있다. ES큐브는 코로나19 당시 텐트 특수를 맞아 빠르게 성장하는 듯 했지만 최근 해외 여행 수요 등이 되살아나면서 관련 매출이 전반적으로 침체된 상태다.
ES큐브는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한 2019년 이후 호황을 맞았다. ES큐브의 매출액은 2019년 437억원에서 2020년 807억원, 2021년 1258억원으로 늘어났다. 외형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2021년 영업이익도 흑자전환했다. 2022년의 경우 성장세는 주춤했지만 700억원대의 매출과 1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유지했다.
엔데믹이 본격화된 지난해부터 실적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매출 633억원, 영업이익 108억원을 기록했지만 관계회사의 실적악화로 순이익은 적자전환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부진한 실적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11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74.1%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고, 순손실 규모는 더욱 커졌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HB저축은행의 최대주주 지위가 ES큐브에서 HB홀딩스그룹으로 넘어가는 등 사실상 분리작업이 이뤄졌다"며 "(한빛대부가) 과거 인수 당시 계획처럼 저축은행을 품고 그외 사업을 정리하는 전략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가치가 떨어진 상황에서 안정적인 원매자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급하게 매각할 이유가 없는 만큼 경영정상화를 통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뒤 원매자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한편 ES큐브 관계자는 재매각 추진과 관련해 "잘 알지 못한다"며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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