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정동진 기자]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기관 수요예측에서 부진을 겪으며 IPO(기업공개) 일정을 연기하자, 공모구조와 사업영역이 유사한 서울보증보험과 토스(비바리퍼블리카)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케이뱅크의 상장 철회가 내년 상장을 준비 중인 이들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지난 18일 공모 절차를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최근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충분한 수요를 확보하지 못한 것이 주된 이유다.
케이뱅크의 수요예측 부진에는 크게 두 가지 주요 요인이 꼽힌다. 첫 번째는 공모 예정 주식 수(8200만주)의 절반에 해당하는 구주매출 규모가 과도하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낮은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와 여·수신 잔액 대비 고평가된 기업가치다. 특히 시장에 상장된 카카오뱅크와 비교가 이뤄지며 이 같은 평가가 더욱 부각됐다.
이번 철회로 향후 시장에서 대어급 상장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케이뱅크의 수요예측에서는 상당수의 기관이 수요예측 참여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향후 대규모 IPO를 준비 중인 기업들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IB업계에서는 이번 케이뱅크 사례가 내년 상장을 준비 중인 서울보증보험과 토스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서울보증보험의 경우 구주매출 비중이 케이뱅크보다 높은 100%에 달하고, 토스는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공통점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대형 IPO가 줄어들면서 케이뱅크가 이들의 주요 비교 대상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서울보증보험은 지난해 10월 약 3조원의 기업가치를 제시하며 상장을 추진했으나, 구주매출 100% 구조와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의 잔여 지분(약 83%) 대규모 처분 계획이 오버행 부담을 야기하며 기관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이로 인해 서울보증보험은 결국 상장 절차를 철회했다.
올해 3월 공적관리자금위원회가 '서울보증보험 지분 매각 추진계획 수정안'을 의결하며 상장이 다시 추진되고 있지만, 구주매출 비중을 포함한 공모 구조가 그대로 유지돼 시장의 반응은 미온적인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IPO의 목적 자체가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의 엑시트인 탓에 공모 구조 변경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공모가 추가 인하 압박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토스의 경우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공모 구조나 가격이 기존에 계획된 수준보다 낮게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케이뱅크의 상장 철회로 인해 인터넷뱅크에 대한 시장의 투심이 다소 악화됐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일부 IB업계 관계자들은 케이뱅크가 이번에 적용한 2.56배의 주가자산비율(PBR)보다 카카오뱅크가 현재 시장에서 평가받고 있는 약 1.6배의 PBR이 인터넷전문은행 기업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더 적절하게 반영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토스는 은행업에 국한되지 않은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보유하고 있어 차별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도 존재한다. 특히 종속회사 중 하나인 토스증권의 매출은 지난 2022년 1241억원으로 전체 중 11%를 차지했는데, 2023년 2010억원(14.7%), 올해 상반기 기준 1746억원(19.1%)으로 점차 비중이 확대되는 추세다.
또한 토스 애플리케이션의 평균 월간 이용자수가 2000만명을 훌쩍 넘기고 있는 만큼, 케이뱅크(400만명) 및 카카오뱅크(1500만명)와 단순하게 비교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토스는 케이뱅크와 다른 사업모델을 가진 회사로, 케이뱅크를 적절한 비교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며 "서울보증보험의 경우 현재 인하할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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