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법 찾는 삼성이재용, 메시지·컨트롤타워 보단 내실 강화
[딜사이트 김민기 기자] 삼성전자가 최근 반도체 위기론이 점화되면서 컨트롤타워 재건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 메시지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삼성에서는 별도의 메시지나 컨트롤 타워 재건 보다는 내부 경영진단 후 문제점 보완에 초점을 맞춰 빠르게 쇄신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번 위기가 반도체에서 나온 만큼 위기 극복의 초점을 반도체 품질 재건에 맞추고 속도보다는 방향에 힘을 쏟을 전망이다. 단기적으로 내부적 문제를 잘 추스르고 장기적으로는 외부적인 리스크에 잘 대응해 내실을 강화할 계획이다.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오는 25일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4주기 기일을 맞아 경기 수원 이목동에 위치한 선영을 방문해 추모식을 연다.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등 가족 외에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부회장 등 삼성 사장단도 참석한다.
이후 이 회장은 사장단과 만나 경기 용인 삼성 인력개발원에서 오찬을 진행한다. 이날 대외적인 메시지를 내기보다는 선대 회장의 '신경영'을 되새기고 뉴 삼성의 나아갈 방향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전영현 부회장의 사과문이 나간 상황에서 이 회장의 메시지가 또 외부로 나갈 경우 기존 사과문의 메시지가 희석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앞서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은 3분기 잠정 실적 발표 직후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을 복원하고 미래를 보다 철저히 준비할 것"이라며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법도 다시 들여다보고 고칠 것은 바로 고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전 부회장의 사과문에 이 회장의 의중이 충분히 담겼고, 회사를 대표해 나간 만큼 새로운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직원들과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도 있다"며 "올해 이미 경영과 관련된 주요 발언을 한 만큼 다시금 뉴삼성 전략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이 회장은 다양한 경영 발언으로 삼성의 미래를 제시했다. 1월 10일 삼성리서치를 방문해 "새로운 기술 확보에 우리의 생존과 미래가 달려있다"고 밝혔다. 2월 9일에는 삼성SDI 말레이시아 배터리 공장에서 "단기 실적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과감한 도전으로 변화를 주도하자"고 강조했다. 2월 16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 사업장에서는 "현재 성과에 만족하지 말고 더 과감하게 도전하다"고 말했다.
6월 4일 미국에서 버라이즌 CEO와 회동 해 "모두가 하는 사업은 누구보다 잘해내고 아무도 못하는 사업은 누구보다 먼저 해내자"고 밝혔다. 이어 6월 10~12일 메타, 아마존 퀄컴 등 빅테크 CEO들과 연쇄 회동을 하며 "삼성의 강점을 살려 삼성답게 미래를 개척하자"고 말했다. 이달 6일에는 삼성전기 필리핀 생산법인을 방문해 "인공지능(AI), 로봇,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른 기회를 선점해 달라"고 주문했다.
오히려 이 회장은 과감하고 강도 높은 연말 인사를 통해 쇄신의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전달할 가능성이 크다. 재계에서도 이 회장이 빠르고 강도 높은 인사 조치를 통해 조직에 변화를 일으키고 위기 극복의 의지를 강하게 표명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통상 12월 초에 진행됐던 연말 인사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에도 예년보다 일주일 가량 앞당긴 11월 말 인사를 한 바 있다. 이미 삼성전자 내부적으로는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꼽히는 반도체 부문의 임원진 교체 및 감축 등 인적 쇄신이 한창이다. 이에 올해도 11월 말 인사설이 나오는 중이다.
반면 컨트롤타워 부활이나 등기임원 복귀는 아직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기상조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에서도 과거 그룹의 구심점이었던 미래전략실과 같은 조직이 필요하지만 국정농단 사태의 창구로 지목되며 해제된 만큼 당장 부활시키기엔 부담이 여전하다. 장기적으로 컨트롤타워가 부활할 수도 있지만 당분간은 '미니 컨트롤타워'로 불리는 사업지원TF(태스크포스)를 통해 눈앞에 문제부터 처리하는 게 급선무라는 판단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삼성의 위기와 관련해 이재용 회장에게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건희 선대회장이 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며 '신경영 선언'을 했을 때가 회장 취임 후 5년이 지난 시점이다. 이재용 회장은 아직 취임 2년차에 불과하고 외부적인 변수와 리스크는 과거보다 더 크다. 각종 사법 위기로 본격적인 경영 전면에 나선 것은 얼마 되지 않고 사법 리스크도 완전히 벗은 것도 아니다. 미중 반도체 패권 전쟁 속에 정부 지원도 턱없이 부족하고 반도체 인재 영입은 갈수록 어려워져 기업 경영 환경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수많은 위기 속에서도 삼성전자가 살아남아 왔고, 삼성전자는 살아남는 법을 알고 있다"며 "내부진단은 이미 마무리 됐고 차근차근 문제를 해결해나가면 되는 만큼 외부 리스크 해결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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