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지 기자] 롯데쇼핑이 야심차게 출범시킨 패션전문법인 롯데GFR이 부진의 늪에 빠졌다. 출범 당시 2022년까지 매출 1조원을 목표로 하는 등 청사진을 그렸지만 낮은 브랜드 파워와 경쟁력 부재에 발목이 잡히며 아직까지 목표 매출과는 큰 괴리를 보이고 있다. 롯데GFR은 올 연말까지 부실한 브랜드를 정리하는 등 내실을 다지고 향후 마케팅 강화와 신규 브랜드 론칭 등을 통해 본격적인 매출 반등에 나선다는 포부다.
롯데GFR은 롯데쇼핑이 2010년 인수한 패션회사 엔씨에프와 롯데백화점 패션사업부문인 글로벌패션을 통합해 2018년 출범했다. 출범 당시 롯데GFR은 4년 내에 매출 1조원 달성을 목표를 내세우며 큰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롯데GFR 매출은 아직까지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실제 롯데GFR의 매출액은 2018년 1442억원에서 작년 1139억원으로 오히려 7년 사이 21%나 뒷걸음질쳤다.
수익성 역시 요원한 상태다. 롯데GFR은 출범 첫 해부터 104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후 ▲2019년 102억원 ▲2020년 62억원 ▲2021년 123억원 ▲2022년 194억원 ▲2023년 91억원의 손실을 내며 현재까지 누적된 영업적자만 676억원에 달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롯데GFR 부진의 가장 큰 요인으로 동종업계 대비 부족한 경쟁력을 꼽고 있다. 동종업계 경쟁사인 한섬과 신세계인터내셔널의 경우 국내 유통판권을 확보한 브랜드가 약 30개에 육박한다. 반면 롯데GFR이 운영하고 있는 브랜드는 6개 불과하다. 결국 경쟁업체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브랜드 포트폴리오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군다나 롯데GFR이 보유한 브랜드의 국내 인지도 역시 떨어진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롯데GFR은 현재 나이스크랍, 까웨, 겐조, 빔바이롤라, 캐나다구스 등의 패션브랜드의 국내 판권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해당 브랜드들의 선호도가 매니아층에 국한돼 매출을 공격적으로 끌어올리기에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다.
시장 한 관계자는 "글로벌 패션기업들이 해외 유통 판권기업을 선정할 기업의 규모와 보유한 유통채널, 운영기간 등 다양한 부분을 고려한다"며 "결국 브랜드 판권 경쟁력이 그 기업의 경쟁력이 되는데 롯데GFR의 경우 이 부분이 발목을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돌파구가 필요한 롯데GFR은 올 연말까지 사업성이 부진한 브랜드 정리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이 회사는 앞서 지난 4월 이탈리아 의류브랜드인 '카파(KAPPA)'의 계약기간을 2028년에서 올해 말로 수정했고 온라인몰 운영도 중단했다. 매출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나이스클랍'의 경우 리브랜딩과 매장리뉴얼을 진행 중이다.
아울러 현재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별 특성에 맞춘 마케팅을 확대해 매출 확대를 이끈다는 계획이다. 스페인 브랜드인 '빔바이롤라'의 경우 현지 디자이너들과 협업해 국내 소비자 성향에 맞는 디자인을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프랑스 스포츠 브렌드인 '까웨'는 젊은층 공략을 위해 인기아이돌 그룹 몬스타엑스의 '셔누'를 글로벌 앰버서더로 선정하고 브랜드 연령대 낮춰 매출 증대를 꾀하겠다는 목표다.
롯데GFR은 보유한 브랜드 안착과 함께 신규 브랜드 론칭도 예정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신규 해외 패션브랜드의 첫 선을 보인다는 계획이다.
롯데GFR 관계자는 "올해는 브랜드 내실을 다지는데 집중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외형 확장에 들어갈 계획이다"며 "현재 해외 신규 패션브랜드 론칭을 검토 중이며 흑자전환을 위한 포트폴리오 재정비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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