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고려아연 공개매수 종료…드라이파우더 10조
6호펀드 8조 규모, 최대 3.5조 추가 투입 가능…5호펀드·SSF2호도 대기
이 기사는 2024년 10월 14일 18시 4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왼쪽)과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 (그래픽=신규섭 기자)


[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의 고려아연 공개매수가 14일 마무리됐다.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에서 우세를 확보하려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이에 대한 공개매수 중지 가처분신청 결과 등 다양한 변수가 남아있다. 다만 MBK파트너스는 풍부한 자금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MBK파트너스가 복수의 펀드를 통해 보유한 미집행 투자금(드라이파우더)은 총 1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코스피 시장에서 고려아연은 전 거래일(79만4000원) 대비 0.13% 하락한 79만3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MBK파트너스·㈜영풍이 공개매수 가격으로 제시한 주당 83만원보다 4.46% 낮은 가격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날 종료된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공개매수 결과는 늦어도 오는 17일 확인 가능하다.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는 23일 마감한다. 최 회장이 지난 11일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을 89만원으로 상향하며 이번 공개매수는 어느 방향으로도 기울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고려아연이 가격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은 이번 공개매수에서 1%의 지분만 확보해도 우호지분을 포함해 40% 이상의 의결권을 확보할 수 있다.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이 의결권 지분 1%를 확보할 경우 최 회장 측 우호지분의 의결권 42.6%와 20.3%로 나뉘게 된다. 의결권 없는 자사주를 매수하는 고려아연 공개매수의 특성 상 최 회장 측 의결권 확보와는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청약 수량 자체가 MBK·영풍 연합의 기대치에 미달해도 MBK파트너스는 공개매수 기간을 연장하거나 향후 장내 매수 또는 블록딜의 방식으로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이 경우 매수 자체가 원활하지 않았기에 준비해둔 실탄 대부분을 고려아연 지분 매수에 활용할 수 있다.


드라이파우더만 1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MBK파트너스의 넉넉한 곳간도 이들의 우세를 점치는 큰 이유 중 하나다. MBK파트너스가 이번 공개매수를 위해 설립한 한국기업투자홀딩스는 MBK파트너스6호 펀드가 최대주주다.


이 펀드는 MBK파트너스가 국내 투자를 위해 결성한 8번째 펀드다. 회사는 2005년 1조원대로 결성한 MBK파트너스1호 펀드를 결성한 뒤로 2~5호까지 꾸준히 조단위 펀드를 결성해 운용하고 있었다. 이외에도 스페셜시츄에선펀드(SSF) 1호(8500억원)와 2호(2조3000억원)를 각각 2018년과 2021년 결성했다.


MBK파트너스 6호 펀드는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8조원 이상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첫 포트폴리오인 고려아연에 투자하기 위해 한국기업투자홀딩스에 이미 5000억원의 에쿼티 출자금을 제공했고 차입금 1097억원을 추가로 투입했다. 일반적으로 사모펀드 하나가 포트폴리오 한 곳에 투자 가능한 재원은 전체 출자금의 20% 내외로 제한하지만 이를 감안해도 NH투자증권과 약정한 차입금 1조5000억원을 포함하면 최대 3조5000억원 이상을 고려아연에 추가로 투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회사가 설립한 다른 펀드(SSF2호, MBK파트너스5호) 역시 드라이파우더에 여유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8조원 규모로 결성한 5호 펀드는 최근까지 출자금 70%를 소진한 상태다. 아직 2조4000억원의 드라이파우더가 남아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말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에 투입했던 SSF 2호 펀드 역시 공개매수 불발로 대규모 자금을 보유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LP 등 주주의 의사결정이 절대적인 사모펀드 특성 상 MBK파트너스의 운용 펀드가 이번 고려아연 공개매수나 이후의 지분 확보 경쟁에 참전할 가능성은 낮은 편"이라면서도 "상황의 변화에 따라 LP의 설득 등 MBK파트너스의 추가 자금투입이 불가능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PEF 업계에선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공개매수가 업계의 투자 트렌드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개매수에 성공해 고려아연의 이사회를 장악할 경우 산업자본이 주류를 이루던 국내 시장에 금융자본의 영향력 확대를 증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PEF 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선진화 할수록 금융자본의 기업 투자 및 경영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산업자본 기반의 재벌에게 주도권이 몰려 있다"며 "MBK파트너스가 이번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마땅한 투자처를 발굴하지 못해 고민하고 있던 투자사들에겐 새로운 투자방식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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