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주명호 기자] 올해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증인 채택은 기정사실로 여겨졌다.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사태가 주는 무게감은 그만큼 컸다. 이전의 금융권 비리사고를 넘어 우리금융의 근간을 흔드는 내부통제 실패로 사실상 각인됐다.
부당대출 자체는 이전에 발생했지만 금융감독원은 현 경영진이 사태 책임의 중심에 있다고 봤다. 부당대출 사실을 파악하고서도 이를 감독당국에게 적기보고하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이복현 금감원장 역시 직접적으로 "우리금융을 신뢰할 수 없다"며 경영진 책임론을 강조했다. 이달부터 시작된 우리금융 종합검사의 칼날 역시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롭다.
이런 상황인 만큼 지난달부터 임 회장의 조기 사퇴설은 끊임없이 금융권 안팎에서 오르내렸다. 특히 국감 시즌이 다가오면서 사퇴설은 더욱 힘받은 분위기였다. 이미 정부와 금융당국에 사퇴 의지를 내비쳤다는 소문도 돌았다.
그러나 임 회장의 선택은 정면돌파였다. 증인 채택과 별개로 한번도 참석하지 않았던 이전 금융지주 회장들과 달리 임 회장은 처음으로 국감 증인 단상 앞에 섰다. 묵묵부답보다는 적극적인 해명을 통해 현 상황을 변화시켜 보겠다는 결단인 셈이다.
임 회장의 승부수는 어느 정도 통한 듯하다. 그에 대한 증인 심문은 여야 의원 모두 대체적으로 호의적인 분위기가 연출됐다. 소위 불성실했던 그간 금융지주 회장들과 다르게 증인 요청에 응한 임 회장의 태도가 좋게 비친 듯한 모습이었다.
질의 역시 금감원이 내세운 '임종룡 책임론'보다는 내부통제를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로 초점이 모였다. 거취에 대한 질문은 의례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강민국 의원의 경우 "이런 횡령이나 배임 사건이 더 생기면 거취를 어떻게 하겠냐"고 묻기도 했다. 사실상 현 부당대출 사태와 임 회장의 직접적 연결고리를 크지 않게 본 셈이다.
오히려 이복현 금감원장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기도 했다. 초반 질의를 맡았던 이강일 의원은 이 원장이 금융권 인사에 영향력을 미치려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여당측도 마찬가지였다. 권성동 의원은 '월권'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이 원장의 행보를 질타하기도 했다. 권 의원은 국민의힘에서 대표적인 친윤계 인사로 분류된다.
임 회장에게는 부당대출 사태에 대한 설명과 향후 내부통제 강화 대책을 적극적으로 밝힐 수 있는 시간도 주어졌다. 그는 자회사 임원 선임에 대한 사전합의제 폐지를 비롯해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기획재정부에서 국무총리실, 금융위원회를 두루 거치며 알려진 그의 논리정연하면서도 정제된 화법은 여기에서 다시금 빛을 발했다. 의원들 역시 그를 "금융에 대한 최고 전문가라고 인정한다"며 그의 말에 신뢰를 보내기도 했다.
국감 일정이 좀 더 남았지만 이번 출석으로 임 회장의 행보에는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최소한 당장의 사퇴설은 더 이상 힘을 받기 어려울 것이다. 다만 검증해야 할 부분은 아직 남았다. 친인척 신용정보 등록 등 여러 쇄신책을 내놓았지만 그 현실성에 의문부호가 함께 붙고 있어서다. 방안들이 어떤 식으로 구체성을 보일 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임 회장의 이번 정면돌파가 확연히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시점도 그 이후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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