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최지혜 기자]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국정감사 증인석에서 직접 공개한 내부통제 강화 방안을 두고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일부 내용의 경우 실효성이 낮거나 시행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임원 친인척의 신용정보를 등록한다는 부분은 도입 자체가 힘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신용정보를 등록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동의가 필요한데 아무리 친인척 관계라도 이를 수긍하기 쉽지 않다는 이유다. 또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제재 강화가 필수인데, 금융사고 발생 시 내부 제재나 징계 강화에 대한 대책이 없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11일 우리금융에 따르면 임종룡 회장은 전날(10일) 국회 국정감사 금융위원회 증인석에서 내부통제 강화 방안으로 ▲자회사 임원 사전합의제 폐지 ▲임원 친인척 신용정보 확보 ▲여신감리 프로세스 강화 등을 공개했다.
우선 현재 운영되고 있는 '자회사 임원 사전합의제'는 폐지한다. 그동안 우리금융이 자회사 임원을 선임할 경우 금융지주사 회장의 승인을 받았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연말 시작되는 인사부터 합의제 폐지가 적용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지주사 회장의 과도한 인사 권한이 이번 손 전 회장의 부당대출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되자 계열사의 자율경영 보장을 강화한 것이다.
또 신용정보를 통해 임원 가족의 채무정보 현황 등을 파악, 자회사에서 받은 대출의 적정성 여부를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신용정보 수집은 임원 가족이 그룹 산하 자회사에서 대출이 있는지, 부적정 대출의 소지가 있는지 등을 검토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임원 선임 전 금융사고를 예방하고 향후 문제 발생 시 신속히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는 임원의 가족에 대한 신용정보의 수집·공유의 경우 도입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리금융이 정한 임원 가족의 범위는 임원 본인 및 배우자의 직계·존속·비속과 형제자매까지다. 임원 선임을 위해 손자녀, 외손자녀, 임원 배우자의 형제자매 등까지 신용정보 제공에 동의해야 한다는 얘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개인 입장에선 형부나 처제, 처남, 시동생의 임원 선임을 위해 본인의 신용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도입이 어려운 제도"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시행 자체도 어렵지만, 지속적으로 신용정보를 조회하지 않는 한 예방의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우리금융은 또 수집한 신용정보를 강화된 여신심사 관리 프로세스와 연계해 내부통제를 견고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여신감리조직 격상 ▲부적정 여신에 대한 내부자 신고 채널 강화 ▲계열사 부적정 여신 및 이상거래 정보교류 시스템 구축 등을 내년부터 시행키로 했다. 손 전 회장의 부당대출 사례와 같이 영업점에서 발생하는 여신심사 부실을 예방하기 위한 방안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계열사에서 감리했던 여신 정보를 공유하며 관리하겠다는 것"이라며 "개인정보 등 여신 취급의 하자 요소를 공유하게 된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여신과 거래에 포함된 개인정보의 공유는 계열사라 할지라도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개인정보 없는 단순 이상거래 사례만을 공유한다면 시스템 구축 자체에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우리금융은 사외이사만으로 구성되는 윤리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하고, 위원회 직속으로 윤리경영실을 마련한다. 윤리경영실은 외부전문가를 수장으로 선임, 감시기능과 내부자 신고제도를 총괄하겠다는 구상이다. 내부 경영진에 대한 외부 견제·감독기관을 두기 위한 취지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내부통제 강화는 전체 금융권의 과제로, 이번에 우리금융이 내놓은 다양한 방안에 공감하지만 일부 내용은 사실상 도입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아쉬운 점은 발생한 부당대출 등 금융사고에 대한 내부적 제재나 징계에 대한 내용이 없다는 것"이라며 "예방을 위해서는 제재 강화도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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