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이 자사주 대항공개매수를 대규모 단기 차입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관련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고려아연 편에 서기로 한 베인캐피탈이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해 제공한 자금이 고려아연이 동원할 자기자금에 포함되면서다.
고려아연이 4일 공시한 공개매수신고서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이번 자사주 공개매수대금으로 현금 3조931억원을 투입한다고 신고했다. 회사가 금융기관이 예치했거나 예치할 예정인 자기자금 1조5895억원, 차입금 1조5070억원을 포함한 금액이다.
고려아연의 자기자금 1조5000억원 중 6000억원은 미래에셋증권의 고려아연 명의 계좌에 예치돼 있다. 나머지 9000억원 역시 오는 10월 21일 하나은행의 고려아연 명의 계좌에 예치될 예정이라는 게 고려아연의 설명이다.
공시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미래에셋증권과 하나은행에 예치한 자금 외에도 1조5070억원을 오는 10월 21일 차입한다. 하나은행과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1조1635억원을 최소고정금리 연 5.5%, 최초변동금리 연 4.67%의 조건으로 제공하며 만기는 최초 인출일로부터 각각 9개월, 1년이다. 여기에 베인캐피탈의 트로이카드라이브인베스트먼트가 최윤범 회장의 고려아연 지분을 담보로 제공한 연 5.7%의 차입금 3438억원을 추가한 금액이 고려아연이 이번 공개매수로 동원할 차입금이다.
하지만 MBK파트너스는 해당 자금이 고려아연의 자기자금이 아닌 ▲메리츠증권이 납입한 1조원의 고금리 단기사채 발행대금 ▲운전자금 목적으로 발행한 기업어음(CP)의 인수대금 4000억원 ▲기존 보유자금 1000억원으로 구성돼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고려아연이 투입한 자금은 1000억원 뿐이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제공받은 사채와 CP는 회사의 부채로 인식한다.
트로이카드라이브인베스트먼트의 자금 859억원이 고려아연이 하나은행이 별도로 예치한 자기자금으로 포함시킨 것도 MBK파트너스의 의심을 샀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해당 금액을 트로이카드라이브인베스트먼트 측 차입금과 더하면 4297억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베인캐피탈이 제공할 것으로 알려진 금액 4300억원과 일치한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과 최윤범 회장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외부 기관으로부터 제공 받은 차입금을 자기자금에 포함시키며 시장 교란행위를 범하고 있다는 것이다.
MBK파트너스 측은 "일부 언론에서 고려아연이 1조5000억원의 자기자본을 투입했다는 오보가 나오고 있다"며 "고려아연 측에서 시장을 교란하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어 "실제로 회사가 1조원 이상의 자기자금을 투입했다면 고려아연은 진행 중인 본업을 다 접고 최윤범 회장 경영권 방어에 올인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선 "고려아연이 베인캐피탈을 통해 진행한 자금조달 방식을 정확히 명시하지 않으면서 MBK파트너스에게 빌미를 제공한 것 같다"며 "베인캐피탈의 정확한 자금조달 방식이 밝혀지지 않는 이상 비슷한 방식의 지적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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