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송한석 기자] 이차전지 업체의 업황 회복이 상당시간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침체), 완성차 업체이 전동화 전략 변경, 중국 이차전지 업체의 글로벌 진출 확대 등 수요 감소 및 공급 과잉이 심화될 수 있어서다.
24일 한국기업평가(한기평)는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KR CREDIT SEMINAR에서 이차전지 업체의 업황 회복이 상당 시간 지연될 것으로 평가했다.
현재 이차전지 업체는 2023년 하반기 이후 전기차 수요 캐즘 상태에 진입했다.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대비 높은 차량 가격과 함께 성능 및 안전에 대한 우려가 확대된다는 이유에서다.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성장률은 2022년 4분기 50%이상에서 올해 2분기 한 자릿수대로 하락했다. 이에 삼성SDI, SK온, 에코프로비엠 등 국내 주요 이차전지 업체들의 영업실적도 악화된 상태다.
전기차 캐즘과 더불어 이차전지 업체가 부진한 건 ▲완성차 업체의 전동화 전략 변경 ▲각국 친환경 규제 축소 ▲중국 이차전지 업체의 글로벌 진출 확대와 무관치 않다.
우선 한기평은 완성차 업체들이 LFP배터리에 집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국내 이차전지 업체는 삼원계 배터리에 집중해 중국 경쟁사 대비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각국에서 친환경 규제가 축소되고 있다는 점도 이차전지의 수요가 줄어든 배경이다. 실제 미국 환경보호청은 미국 내 전기차 판매 목표치를 2027년 36%에서 2027년 26%로 축소했다. 미 대선 결과에 따라 친환경 정책 변경 리스크가 있다는 것도 변수다.
아울러 한기평은 중국 이차전지 업체의 글로벌 진출 확대로 국내 업체들이 가격경쟁력이 악화됐다고 평가했다. 중국 업체들의 공격적 생산능력 증대로 수출 물량 확보가 필요해진 상황에서 LFP배터리 채택 비중이 증가하면서 중국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셀 업체의 시장 점유율은 2021년 54.4%에서 2023년 68.5%로 14.1%p나 상승했다.
이에 가격경쟁이 심화됐다는 게 한기평의 분석이다. 완성차 업체가 저가 전기차 출시 및 전기차 판매 마진 개선을 위해 배터리 셀 원가절감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업체는 거대한 내수시장 기반 강력한 원가경쟁력을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한기평은 국내 셀, 소재 업체를 모니터링 할 계획이다. 우선 셀 업체는 전기차 수요 둔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케파(생산능력) 증설과 맞물려 고정비 부담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SK온의 경우 북미 공장 가동률 회복, 영업실적 개선 및 추가 자본조달을 통한 재무안전성 통제 여부가 중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SDI는 양호한 영업실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북미 투자에 따른 차입금 증가에도 우수한 재무안전성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 중이다.
소재 업체 중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퓨처엠 등은 재고 관련 손실 축소에도 고정비 상승과 물량 증가 둔화로 부진한 영업실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SKIET는 SK온에 대한 판매의존도와 최대주주 변동에 따른 고정거래기반 및 사업안정성 저하 여부를 살펴본다는 입장이다. 전해액 업체인 엔켐은 전방 수요 둔화에도 선제적 북미 진출에 따른 탈중국 수요 확보로 점진적 영업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지웅 한국기업평가 기업4실장은 "중국 이차전지 업체의 적극적인 글로벌 시장 진출로 가격 경쟁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며 "셀, 소재 업체 모두 어떤 아이템을 판매하고 어떤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대응의 수준이 많이 차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이차전지 업체가 부정적인 상황은 맞지만 업체별로 좀 다르게 적용될 수 있어 자사가 최대한 모니터링 주기를 짧게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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