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삼성 파운드리
구조조정 예고…수조원 적자에 고객사 전무
인텔도 파운드리 사업부 분사 후 구조조정, 삼성도 칼날 대나
이 기사는 2024년 09월 20일 17시 5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경기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파운드리 3나노 양산 라인에서 3나노 웨이퍼를 보여주고 있다. 뒤에는 손가락으로 3을 가리키며 3나노 파운드리 양산을 축하하는 직원들. (사진=삼성전자)


[딜사이트 김민기 기자] 최근 삼성전자 내부에서 블라인드 등을 통해 파운드리 사업부 구조조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현재 파운드리 사업부는 3나노미터(nm) 공정에서 대형 고객사가 전무하고 지난해 2조원, 올해 상반기 1조5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위기에 빠져있다. 


최근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마저 수조원의 적자로 인해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사하고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삼성전자도 일부 사업부의 해외 직원을 최대 30% 감원하는 등 군살 빼기에 나서고 있는 만큼 파운드리에도 칼날을 댈 것이라는 분석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가 해외를 중심으로 인력 감축에 돌입했다. 앞서 로이터는 12일 "삼성전자 본사가 전 세계 자회사에 영업·마케팅 직원은 약 15%, 행정 직원은 최대 30% 줄이도록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 측에서는 자연스러운 인력 감축이며 구체적인 인력 감축 목표를 정한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최근 인도 남부 스리페룸부두르 공장에서 대규모 파업으로 감원 규모가 1000여명에 달할 것으로 보이고, 세계 경기 침체로 수요가 줄고 있어 인력 감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미주,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 전 지역에 영향을 미치며 연말까지 진행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최근 국내에서도 일부 사업부에서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디바이스경험(DX)부문 생활가전(DA)사업부도 수익성 제고를 위해 일부 저가 라인업의 구조조정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DA사업부는 올해 상반기 경영 컨설팅사에 생활가전 사업 수익성 강화에 대한 프로젝트를 발주했고 세탁기와 냉장고를 비롯한 일부 제품 비(非)프리미엄 라인의 효율화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모델을 단종하는 것보다는 장기적으로 조금씩 중저가 모델을 줄이고 프리미엄 라인 위주의 제품 판매를 통한 수익성 제고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의 통신장비 사업을 담당하는 네트워크사업부도 실적 부진으로 소속 인력 중 700명을 타 사업부로 전환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글로벌 통신시장 침체로 적자가 심화되면서 인력 감축을 포함한 강도 높은 긴축 경영에 나선 것이다.


파운드리 사업부 역시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TSMC와 격차가 벌어지면서 수조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TSMC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추가 투자가 필요하지만 현재 메모리 사업마저 SK하이닉스에 밀리면서 파운드리까지 투자를 늘릴 여력이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당장 고객사도 없어 무리하게 공장을 늘리거나 인력을 확충한다고 해서 실적이 개선되기도 어렵다. 당분간 HBM, 서버용 D램 등 성장성 있는 부문에 집중한 후 파운드리도 기본으로 돌아가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TSMC를 제치고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반도체에서 1위를 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내걸었다. 하지만 5나노 공정부터 조금씩 격차가 벌어지고 4나노, 3나노에서는 삼성전자가 수율을 올리지 못하면서 TSMC에 고객사들을 대거 뺏겼다. 이에 2분기 기준 TSMC의 시장점유율은 62.3%로 직전 분기 대비 0.6%포인트 상승한 반면 삼성전자 점유율은 11.5%로 떨어지며 TSMC와의 격차가 50.8%포인트나 벌어졌다. 


이로 인해 파운드리 사업부 적자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파운드리 사업부의 적자가 2조원에 달했으며 올해는 엑시노스 2500 양산이 불발되면서 2조4000억원대 적자까지도 예상하고 있다. 더 이상 늘어나는 적자를 보고만 있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삼성 내부 시각이다.


특히 최근에는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에서만 28억달러(약 3조84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인텔 쇼크'를 기록하자 삼성에서도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인텔은 전체 직원의 15%를 감원하고, 자본 지출을 줄이는 등 비용 절감을 위한 대대적인 구조조정 작업에 들어갔다.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사하고 기업공개(IPO)를 통한 투자자 유치 방안을 검토하는 중이다. 매각설이 제기됐지만 파운드리 사업을 포기하는 대신 재도전하기로 선택했다. 인텔의 몰락으로 반도체 업계에서는 인텔 자체의 위기를 넘어 종합반도체기업(IDM)의 위기설까지 나오는 중이다. 전 세계 주요 반도체 회사 중 설계와 최첨단 제조 공정을 모두 하는 곳은 인텔과 삼성전자뿐이다.


인텔은 차세대 CPU '루나레이크' 생산을 자사 파운드리가 아닌 TSMC에 맡겼고, 삼성전자 역시 차기 갤럭시S25에 자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인 엑시노스 2500가 아닌 퀄컴칩을 넣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를 모두 하면서 어느 한분야에 집중하지 못하면서 최근 D램에서도 1c나노 D램 '세계 최초' 타이틀을 SK하이닉스에 넘겨줬다는 평가다. 


이에 삼성전자는 당장 고객사가 전무한 파운드리 사업에 집중하기 보다는 메모리 사업에 힘을 쏟은 후 파운드리를 확장하려는 모양새다. 실제 삼성전자는 평택 사업장 신규 팹인 4공장(P4)을 완전 메모리 전용으로 변경을 추진 중이다. 당초 P4에 메모리 라인인 PH1를 건설한 다음 파운드리 라인인 PH2, PH3(메모리), PH4(파운드리)를 순으로 지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를 모두 메모리 라인으로 바꿀 전망이다. 4나노와 2나노 공정을 양산할 계획이었던 미국 테일러 공장도 고객사 확보가 된 이후 인력을 보내 공장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한편 삼성전자 역시 과거부터 파운드리 사업부 분사 등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가 애플 등의 고객사 확보를 위해서는 별도 법인으로 분사해 기존 세트부문 등과 교류를 차단해 철저한 독립성을 가져야한다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파운드리 사업부가 독립적으로 사업을 이어가기에는 대규모 투자금액을 감당하기가 어려워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대형 고객사 확보 등을 위해서는 정부 출자 등을 통한 합작 법인 신설 등 새로운 방안을 강구해야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전임 반도체 수장 시절 파운드리 사업부가 임원들이 승진을 위해 문제를 숨기고 희망치를 반영한 수치만 보고 하면서 시스템이 많이 무너졌다"면서 "파운드리 사업부를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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