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美 조선소 인수 놓고 '불협화음'
노조 "득보다 실이 많아…루마니아 투자 실패 전례 반복 우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04일 05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필리 조선소 전경 (제공=한화그룹)


[딜사이트 박민규 기자] 한화오션이 한화시스템과 함께 미국 필리조선소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한화오션노동조합(노조)에선 "득보다 실이 많은 투자"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화오션은 해당 조선소 인수로 연간 20조원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는 당위성과 필요성 때문에 인수를 결정하게 됐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조는 생산정상화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될 가능성이 높아 자칫 대우조선해양 시절 인수했던 루마니아 자회사와 같은 실패를 맛볼 것이라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까닭이다.


한화오션은 한화시스템과 함께 지난 6월 필리조선소를 약 1436억원에 인수하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회사는 필리조선소가 미 해군의 함정 유지 보수 및 정비(MRO) 사업을 수주하기 위한 교두보가 될 것으로 기대 중이다. 하지만 노조는 미국의 경우 인건비가 비싸 국내보다 선박 건조비용이 3배나 비싸고, 크레인과 드라이 도크 등 선박 건조 설비가 턱없이 부족해 '돈 먹는 하마'가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나아가 노조는 필리조선소가 특수선 건조 경험이 전무할 뿐만 아니라 근무인력 역시 대부분 미숙련자라 납기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만큼 시가총액(약 600억원)의 2배 이상 가격에 인수하는 것 역시 비합리적이라는 입장이다. 실제 필리조선소는 지난해 990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하는 등 2018년부터 6년 연속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이에 부채비율도 4946%에 달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우조선해양 시절 인수했던 루마니아 조선소의 악재가 재현될 것이란 우려도 노조는 표하고 있다. 앞서 대우조선해양은 1997년 루마니아 조선소를 인수해 망갈리아조선소 설립했다. 이후 생산정상화에 막대한 인·물적 투자를 단행했다. 하지만 20년 간 운영하면서 한 차례만 영업흑자를 냈을 만큼 경영난을 겪었고, 결국 인수금액의 절반수준인 239억원에 매각했다.


노조 관계자는 "필리조선소 인수비용 자체는 웬만한 배 1척 값도 되지 않지만, 경영정상화를 위해 투입해야 할 추가 비용이 우려된다"며 "배보다 배꼽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함정 MRO 시장은 이미 호주와 일본, 이탈리아 등이 진출해 꽉 잡고 있다"며 "후발주자로서 성과를 내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화오션은 필리조선소의 수주 잔량과 미래 가치를 보고 투자한 것이며, 해당 조선소의 지위를 고려할 때 오히려 합리적인 가격에 인수를 타진했다는 입장이다. 일단 미국 함정 MRO 시장 진출의 1순위 조건은 현지 생산이니 미 조선소 인수는 필수 불가결한 선택지이며, 필리조선소는 그나마 노후화가 덜하다는 것이 한화오션의 설명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미국의 조선 경쟁력이 떨어진 만큼 설비 부족과 비싼 인건비, 납기 지연 모두 맞는 말이지만 필리조선소는 현지 최대 도크를 보유하고 있으며 MRO 뿐만 아니라 신조도 가능하다"며 "최근 상선 중심의 조선소로 거듭난 점도 기대 요인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이어 "필리조선소는 미국에서 건조된 컨테이너선과 석유화학 제품 운반석(PC선) 등 대형 상선의 약 50%를 공급하며, 해양풍력설치선과 관공선 등 다양한 분야의 선박 건조 실적도 보유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또한 "미국 선박 시장은 수출로 한국, 중국과 경쟁하는 시장이 아니라 독립된 (내수) 시장으로, 존스법(Jones Act)에 의거해 연안에서 운항하는 선박은 얼마나 비싸든 자국 내에서 건조해야 한다"며 "높은 인건비와 납기 지연은 문제가 아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카를로스 델 토로 미 해군성 장관이 방한해 국내 조선사에 적극 어필한 등, 미국이 한국 조선사 유치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한국 기업에 자국 조선소 경영을 맡겨 원가 경쟁력을 높이는 등 조선업 재건을 위함"이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한화오션은 타국 조선사들이 미국 함정 MRO 시장에 진출한 만큼 당사가 뛰어들기에는 뒤늦었다는 논리에도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미국 함정 MRO 시장 경우 규모가 크기 때문에 호주와 일본, 이탈리아가 이미 주도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이들과 경쟁하는 게 아니라 시장 규모 자체가 큰 점을 주목하고 있다"며 "타국 조선사들이 미국 조선소를 확보했더라도 (필리 조선소 대비) 규모가 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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