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SK스퀘어, '우물 팔 시간'이 왔다
포트폴리오 적자 행진…‘간절한’ 투자 활동 나서길
이 기사는 2024년 08월 28일 08시 2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텔레콤 사옥(제공=SK스퀘어)


[딜사이트 서재원 기자] "SK스퀘어 투자 성과를 돌아보면 인하우스 PE(프라이빗에쿼티) 문제점이 잘 드러났다고 생각해요. 독립계 PE는 굉장히 치열하거든요. 펀드레이징부터 시작해서 포트폴리오 밸류업, 엑시트(투자금회수)까지 투자 전 과정에 사활을 걸어요. 하지만 반대로 그룹의 지원 아래에서 투자하는 SK스퀘어가 우리처럼 치열하게 투자했는지는 의문이에요"


최근 SK그룹 리밸런싱과 관련해 관심 있는 매물이 있냐는 질문에 모 사모펀드(PEF) 운용사 대표가 시큰둥한 표정을 지으며 꺼낸 설명이다. 그는 SK그룹, 특히 SK스퀘어의 투자 행보를 보며 이들이 투자 활동에 '간절함'이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이 같이 말했다. 단순히 그룹 차원의 공격적인 확장 기조 속에서 '강 건너 불구경'식 투자를 한 것 같다는 게 지적의 골자다.


SK스퀘어는 2021년 SKT와 인전분할 해 설립한 투자 전문 회사다. 출범 후 소수 지분 투자부터 바이아웃 딜 등 다양한 방식으로 투자 활동을 해오며 그룹 내 PE 역할을 해왔다. 작년 말 기준 SK스퀘어가 출자한 회사 가운데 경영에 참여하는 기업은 22개에 달한다. 주요 포트폴리오로는 SK하이닉스를 비롯해 ▲11번가 ▲원스토어 ▲SK플래닛 ▲티맵모빌리티 등이 있다.


다만 현재까지의 투자 성과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지난해 보유 포트폴리오 대부분이 적자를 기록하면서 SK스퀘어는 2조3397억원의 영업손실(연결기준)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 역시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포트폴리오가 적자 상태다. 구체적으로 ▲11번가 390억원 ▲티맵모빌리티 372억원 ▲원스토어 47억원 ▲드림어스컴퍼니 42억원 등 각각 순손실을 기록했다.


장기간 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해당 포트폴리오들의 시장 주목도도 높지 않다보니 엑시트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실제 11번가의 경우 연이은 실적악화로 기업공개(IPO)가 미뤄졌으며 지난해 11월에는 SK스퀘어가 11번가의 FI(재무적투자자) 지분 18%가량을 되사는 콜옵션도 포기했다. 원스토어 역시 IPO를 추진했지만 기대를 밑도는 수요예측에 어쩔 수 없이 상장을 철회했다.


PE 투자는 자유도가 높은 만큼 가장 위험한 투자로 평가된다. 어떤 방식으로든 기업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긴 하지만 투자 대상, 시장 상황, 경영진 등 무엇 하나 최적의 조합에서 어긋나면 투자에 실패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저조한 투자 실적은 향후 펀드레이징 단계에서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있다. 엑시트를 하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에서 PE들이 목숨을 거는 이유들이다.


하지만 SK스퀘어의 지난 3년 간의 실적을 돌아보면 앞선 모 대표의 말에 공감이 간다. 투자 이후 '남의 일'인 것처럼 무관심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PE로서 낙제점을 받은 건 아닐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SK스퀘어가 일반적인 독립계 PE였다면 지금과 같은 트랙레코드(투자 실적)로 치열한 펀드레이징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목마른 사람이 우물판다'는 말이 있다. 어떤 일에 대해 절실히 필요한 사람이 그 일을 서둘러 시작한다는 의미다.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 것에 대한 '간절함'의 표현이기도 하다. SK스퀘어도 이제는 우물을 팔 시간이다. 최근 SK스퀘어는 한명진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하며 반도체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재편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승패 여부는 차차 논의할 일이다. 다만 그룹의 PE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간절한 마음으로 투자 활동에 나서길 기대해본다. 투자에 목숨 거는 독립계 PE들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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