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은비 기자] 국내 벤처캐피탈(VC)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지난해 9월 결성한 '에이티넘성장투자조합2023'(8600억원)이 1년도 채 되지 않아 투자금 20% 이상을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는 올해 펀드레이징(자금 모집)보다는 ▲서비스/플랫폼 ▲딥테크 ▲바이오/헬스케어 ▲게임/콘텐츠 등 전 종목에 걸쳐 본격적인 투자 활동을 전개할 방침이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지난 14일 기준으로 에이티넘성장투자조합2023의 약정총액 가운데 약 23.1%에 달하는 투자금을 소진했다. 2000억원에 가까운 규모다. 회사는 서비스/플랫폼 분야와 딥테크 부문에 대한 투자를 우선 검토하고 있다.
에이티넘성장투자조합2023은 2023년 9월 7942억원으로 1차 클로징을 완료한 이후 658억원을 추가 모집해 그해 12월 멀티클로징(증액)에 성공했다. 국민연금공단,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한국교직원공제회, 과학기술인공제회 등 여러 유한책임투자자(LP)들이 힘을 보탰다. 대표펀드매니저는 김제욱 부사장이 맡고 있다.
김 부사장은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 학사, 동 대학원 컴퓨터공학 석사를 취득한 이후 삼성전자 소프트웨어(SW)연구소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2016년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에 투자해 2년간(2022~2023년) 500억원 이상의 성과보수를 받으며 '연봉킹'으로 명성이 자자한 인물이기도 하다.
해당 펀드는 결성 당시 분야별 투자 비중을 다르게 설정했다. 서비스/플랫폼 관련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비율을 가장 높게 정하고 그 다음으로 딥테크, 바이오/헬스케어, 게임/콘텐츠 순이다.
다만 회사는 올해 초부터 '부문대표 체제'를 도입한 만큼 틀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영역에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다. 부문대표 체제는 각 투자 부서별로 '부문대표'를 두는 제도다. 현재 서비스/플랫폼 부문대표는 김제욱 부사장이, 딥테크 부문대표는 맹두진 사장이, 바이오/헬스케어 부문대표는 곽상훈 전무가, 게임/콘텐츠 부문대표는 박상호 전무가 담당하고 있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펀드를 조성할 때 부분별로 투자 비율을 달리 수립했다"면서도 "부문대표 체제에 따라 섹터별로 전문성을 가진 심사역이 독립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처음 수립한 계획을 기반으로 투자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지만 실제 투자 활동은 시장 상황 등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회사는 에이티넘성장투자조합2023을 활용해 신규 투자와 후속 투자를 가리지 않고 투자 활동에 매진하고 있는 모습이다. 서비스/플랫폼 분야의 포트폴리오는 모두싸인(전자계약 솔루션 기업)과 데이터라이즈(전자상거래 마케팅 솔루션 기업)가 있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모두싸인이 추진한 177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 유치와 데이터라이즈가 진행한 15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 유치에 신규 투자자로 참여했다.
딥테크 영역의 투자 포트폴리오로는 오픈엣지테크놀로지(반도체 설계자산 플랫폼 전문회사)와 메디인테크(의료용 스마트 내시경 개발사) 등이 있다. 오픈엣지테크놀로지가 추진한 600억원의 제3자 유상증자와 메디인테크의 200억원 시리즈B 투자 라운드에 참여해 후속 투자했다. 더불어 파인트리테라퓨틱스(항체의약품 개발 기업)와 브이에이게임즈(모바일 게임사)가 각각 진행한 시리즈A 투자 라운드에 참여해 새로운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회사 관계자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기반으로 하는 기업 간 거래(B2B) 플랫폼 관련 스타트업을 유심히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에는 딥테크를 다루는 업체들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라며 "인공지능(AI)에 주력하기보다는 로봇 등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고 거기에 AI를 부수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기업들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투자 활동을 활성화한 결과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의 투자금액은 1분기 대비 크게 늘었다. 벤처투자회사 전자공시(DIVA)에 따르면 회사의 2분기 투자금은 675억원으로 1분기(83억원) 대비 713.25% 증가했다. 누적 투자금은 758억원이다.
원펀드 전략을 펼치고 있는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연내 신규 펀드 결성보다는 투자 역량을 발휘하는 데 몰두할 예정이다. 원펀드 전략은 하나의 대형펀드 자금을 모두 사용할 때까지 투자에 집중해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법이다. 앞선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출자를 받은 GP는 해당 펀드의 투자금을 모두 소진할 때까지 별도의 펀드 결성이 어렵다"며 "올해는 에이티넘성장투자조합2023 등을 통한 투자 업무에 전념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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