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한전, 한전채 발행 확대?…기업 '자금경색' 우려↑
3개월만에 발행액 4조 달해…회사채 준비 기업, 자금조달 환경 악화
이 기사는 2024년 08월 21일 06시 1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전 남서울본부. (제공=한국전력공사)


[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한국전력공사(한전)가 한국전력 채권(한전채) 발행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에너지가격 상승에 따른 영향으로 수익성이 저하되자 필요 자금을 시장에서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신용등급 AAA급 최우량 채권인 한전채의 발행 확대는 일반 회사채 수요를 모두 빨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투자자들이 정부가 보증하는 우량 채권인 한전채에 몰리면 일반 기업들이 채권을 발행해도 투자자 모집을 못해 기업들의 자금경색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채권업계 일각에서는 한전의 적자 규모가 크지 않고 사채발행한도 일몰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한전채 발행 물량 확대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21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 총 3조6500억원의 채권을 발행했다. 구체적으로 ▲6월 1조원 ▲7월 1조7000억원 ▲8월 9500억원 등이다.


앞서 한전은 지난해 1~9월 11조9300억원 규모의 한전채를 대거 발행했다. 하지만 한전채가 신용 스프레드(회사채와 국고채 금리 간 차이) 확대를 부추긴다는 시장의 지적이 일면서 이후 발행을 중단했다. 채권 발행을 멈춘 기간 동안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를 찍으며 필요자금을 마련하다가, 최근 금리 수준이 크게 내려가자 올해 6월이 되어서야 채권 시장에 복귀했다.


한전채는 채권 시장에 복귀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장의 큰 주목을 받았다. 6월까지만 해도 2800억원의 순상환 기조를 보였는데, 지난달 부터 5500억원 순발행으로 전환하는 등 회사채 발행에 속도를 내기 때문이다.


(출처=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

채권업계 일각에서는 한전채 물량이 앞으로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한전은 에너지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올 2분기 별도기준 92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수익성 저하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천연가스 가격과 국제유가의 경우 최근까지도 지속 상승하고 있는 만큼, 한전채 발행 규모를 더욱 늘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연내 만기도래 물량도 상당한 점도 한몫 더했다. 한전이 올해까지 차환에 나서야 하는 채권 물량은 10조6000억원에 달한다. 2019년 9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발행한 채권들의 만기가 속속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반면 6월 말 한전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조6567억원에 그치고 있다.


여기에 한전은 만기 도래 채권을 갚으면서 노후화된 송배전 설비 교체 등 투자에도 나서야 한다. 이 같은 다양한 이유에서 한전이 한전채 발행 규모를 늘릴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문제는 한전채 발행 규모가 확대되면 회사채 시장이 불안정해진다는 점이다. 통상 한전채 발행은 회사채 시장의 물량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기 때문이다. 실제 한전의 트리플 A(AAA등급)라는 높은 신용도와 비교적 높은 금리 수준을 제안하고 있다 보니 한전채 발행이 증가하면 이외 일반 회사채의 수요는 비교적 낮아진다. 


실제 지난해 4월만 봐도 한전이 5300억원 한전채 발행에 시중 자금 1조2000억원이 몰리면서 A등급 이하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에 난항을 겪었다. 당시 신세계건설과 효성화학 등의 회사채가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대거 미달됐다.


다만 한전채 발행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했던 지난 2022년과 비교해 적자 규모도 작고, 오는 2027년 말 종료 예정인 사채발행한도 일몰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전채 발행이 일시적으로 늘어날 수 있지만 지난 2021년 하반기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 이어졌던 대규모 순발행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여진다"며 "대규모 적자 가능성이 낮고 4분기 전기요금 인상 등으로 펀더멘털 개선되면 4분기에는 순상환도 가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또 자체적으로 현금흐름 창출구조를 여유 있게 유지하는 만큼 한전이 체력을 다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전은 분기 감가상각비만 1조원대로 비자금비용이 상당한 수준으로, 채권 발행을 늘리지 않더라도 손익활동상 현금흐름 창출구조는 여유있게 유지할 수 있다"며 "여기에 4분기 전기요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별도기준 수익성도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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