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통신3사의 '탈(脫)통신'에 불이 붙었다. 그동안 매출을 책임져 온 5G는 온전한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그 다음 세대 기술에 자리를 내주길 기다리고 있다. 올해 전 산업군에서 활용 범위가 한층 넓어진 인공지능(AI)에 기업 자금과 시장 관심이 몰리는 까닭이다.
하지만 탄탄한 내수시장에 기반했던 통신사업의 그늘에서 벗어나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아직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마저 부재한 AI 초기 시장에서 오랜 통신사업 수준의 수익성을 확보하기는 불가능하다. 거대 자본을 앞세운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마저 천문학적인 금액의 반도체 칩을 대거 확보하며 다양한 AI 모델을 선제 구축했음에도, 이에 따른 수요 및 성과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이에 혹자는 이제 막 태동한 AI 시장에 뛰어든 지 3~4년 만에 확연한 성과를 기대하는 건 애당초 무리라고 주장한다. 최소 수년 동안은 막대한 성장투자가 뒤따라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미 통신3사는 자본적지출(CAPEX)에서 AI 부문 비중을 공격적으로 늘리면서 성장동력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처럼 투자비용 규모가 늘어나는 점은 사업 과도기에 겪는 필수 절차이자 없어선 안될 선순환이다.
문제는 대대적인 신사업 전환에 따른 재정 부담이 소액주주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수년 동안 '탈통신'을 기치로 걸고 포트폴리오 전환을 추진해 왔지만, 시장 기대감만 부풀어 올랐을 뿐 실상은 여전히 한 자릿수의 매출 비중에 불과한 속빈 강정이다. 최대 수조원에 이르는 현금과 수십조원에 달하는 이익잉여금 때문에 따라다닌 '밸류업 수혜주'라는 이미지도 막대한 AI 투자비용에 힘을 잃어가고 있다. 추가 배당을 비롯해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여력이 지속 감퇴한다.
앞으로도 AI 투자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빅테크들과 어깨를 견주기 위해선 인수합병(M&A) 등 보다 체계적이고 비중 있는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한편으론 수십년간 쌓아온 통신 기술과 자체 데이터를 결합해 향후 수십년을 이끌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할 절호의 기회다.
다만 신사업에 매몰돼 주주들을 외면해선 안될 일이다. 이미 통신업계는 오랜 저평가가 이어지거나, 주주환원 기준 변경에 따른 배당규모 축소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이는 앞서 5G 품질논란에도 이렇다 할 개선 없이 수익성에만 집중했다는 해묵은 논란이 연장선 상에 서는 것과 다르지 않다. 특히 그동안 5G 사업을 통해 막대한 현금을 쌓아온 만큼, 주주친화 정책에 대한 중요성은 앞으로도 지속 부각될 전망이다.
세계적 혁신기술을 앞세워 AI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기업들은 평균적으로 매년 순이익 90% 육박하는 금액을 주주환원에 투입한다. 이러한 기조 하에 자사주 매입을 단행할 경우 70% 이상 소각으로 이어진다. 우리나라도 최근 들어 정부의 밸류업 정책 바람에 따라 자사주 소각 사례가 50% 늘어났다는 유의미한 통계가 나오고 있다.
이는 내수를 넘어 세계 시장을 바라보는 통신업계가 주주친화 정책의 중요성을 다시금 되새길 수 있는 울림을 준다. 유수의 빅테크와 AI 경쟁을 앞둔 국가대표 통신사들의 글로벌급 책임경영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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