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인 시프트업사업재편 '열쇠' 저축은행 매각…"여전히 안갯속"
상상인이 대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2018년 증권사에 이어 2019년 선박회사를 인수한 상상인은 IT·금융·조선 3대 사업축으로 한 종합그룹 도약을 꿈꿨다. 하지만 사법리스크를 비롯한 다양한 변수가 걸림돌이 됐다. 전면적인 포트폴리오 재편은 이제 불가피한 상황이다. 조선 대신 바이오로 방향타를 돌리며 변화를 모색했지만 금융은 여전히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성공적인 포트폴리오 재편을 노리는 상상인의 최근 행보와 향후 과제 등을 살펴본다.
[딜사이트 주명호 기자] 상상인이 새롭게 꾸려나갈 포트폴리오의 윤곽은 잡혔지만 아직 리스크는 남았다. 포트폴리오 재편의 마지막 열쇠인 금융부문 정리가 답보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매각이 남은 열쇠다. 현재 대주주 적격성과 관련된 대법원 판결이 확정된 만큼 두 저축은행의 매각은 불가피한 수순이다.
문제는 판결 이후 여전히 적절한 매수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금리 환경 및 경기 침체에 따른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위기로 저축은행 M&A(인수합병) 시장은 특히나 얼어붙은 상황이다. 행정소송을 통해 당분간 시간은 벌었지만, 늘어난 이행강제금은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최악의 경우 공들인 포트폴리오 재편도 성과를 못내고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상상인은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에 대한 매수인 물색을 지속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진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우리금융이 공개적으로 인수를 검토하고 나섰다 무산된 이후 반 년 넘게 원매자를 찾지 못한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때 상상인 2대 주주인 시너지그룹(시너지파트너스)으로 매각설이 돌기도 했다"며 "그 외 다른 소식은 들리지 않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금융위원회는 상상인에 6개월의 시한을 두고 두 저축은행에 대한 보유 지분 매각 명령을 내렸다. 같은 해 5월 대법원이 유준원 상상인 대표가 받은 중징계에 대해 금융위의 손을 최종적으로 들어주면서다. 금융위는 앞서 지난 2019년 상호저축은행법 위반을 근거로 유 대표에게 직무정지 3개월 처분을 내렸다. 상상인은 이에 대한 취소청구를 제기해 대법원 상고까지 갔지만 최종 패소했다.
상상인은 대법원 판결이 나온 시점부터 두 저축은행 매각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행정소송이 이어지고 있었던 상황에서는 저축은행의 지분을 최대한 유지한다는 입장이었다.
이후 우리금융이 두 저축은행의 인수 검토를 공식화하며 매각절차는 신속히 마무리되는 듯 했다. 우리금융의 경우 수도권 영업망이 절실하다는 점도 매각 성사 관측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실사 이후 우리금융이 인수철회 의사를 밝히면서 매각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상상인은 지난해 11월 서울행정법원에 주식처분명령에 대한 취소청구 소송을 제기한 한편, 별개로 효력정지를 신청해 가처분 결정을 얻어냈다. 올해 4월인 주식처분 기한을 맞추기 촉박하다는 이유였다. 처분 기한을 넘기게 되면 상호저축은행법에 따라 상상인은 금융위에 이행강제금을 지불해야 한다. 이행강제금은 처분해야할 주식 장부가액의 최대 0.03% 내에서 부과된다.
상상인은 더 원활한 매각 작업을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상상인 관계자는 "(효력 정지로) 금융당국이 원하는 방향대로 매각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가 된 것"이라며 "매각을 잘 진행하기 위해서인 만큼 금융당국에도 나쁜 결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관건은 취소청구 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매각을 마무리할 수 있느냐다. 기존 결과를 뒤집기는 힘들다고 보는 만큼 벌어둔 시간 내에 어떻게든 두 저축은행의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상상인은 올해 말을 매각 목표 기한으로 설정한 상태다.
문제는 가격이다. 적정가를 받고 싶은 상상인의 입장과 달리 업황 악화로 건전성 문제가 불거진 두 저축은행에 대한 가격 조정이 되지 않으면 매수인 찾기가 사실상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앞서 우리금융의 인수 무산 역시 매각가를 놓고 시각차가 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보다 이행강제금 부담이 더 커졌다는 점은 매각 실패에 대한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 3월 두 저축은행에 대한 자본확충을 실시하면서 각각의 장부가액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기준 상상인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장부가액은 각각 614억7800만원, 552억8200만원이다. 이를 토대로 0.03%의 비율을 적용해 계산하면 두 은행에 부과될 이행강제금은 매월 약 9억5000만원 수준에 이른다. 두 저축은행의 사업 정상화가 급박한 상황에서 유동성 우려를 더 키울 수 있다는 관측이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장기화될 수록 상상인에게 불리하다"며 "원하는 수준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매각하는 상황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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