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은행계열사 시너지로 자본시장 존재감 'UP'
[딜사이트 이성희 기자] NH농협은행은 기업고객보다 개인고객에 치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췄다. 농협금융이라는 정체성 탓이다. 이 때문에 자본시장 내에서도 다른 시중은행과 비교해 자산과 수익 규모가 작을 수밖에 없다.
다만 농협은행 역시 비이자이익 포트폴리오 강화라는 숙제를 안고 있는 만큼 '투자금융부문'은 무시할 수 없는 사업 영역이다. 이석용 농협은행장은 이러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난해 조직을 재정비하는 등 관련 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농협은행은 농협중앙회 상호금융부문을 비롯해 금융그룹 내 증권과 생명, 손보, 캐피탈 등 확고한 포지션을 구축한 시장 참여자들과의 협업을 핵심 전략으로 삼았다. 현재는 '패스트 팔로어'의 입장이지만 계열사 간 시너지를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겠다는 목표다.
◆기업투자금융부문서 투자금융부문 독립…본격 사업 확대
농협은행의 투자금융부문은 올해 큰 변화를 맞이했다. 기존 기업투자금융부문에서 분리돼 독자적인 사업영역을 구축한 것이다. 2017년 기업고객본부가 기업투자금융부문으로 바뀐 지 7년 만의 조직개편으로, IB 등 투자금융부문에서의 자산 성장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서다. 또 사업별 전문성을 강화하고 동일사업 내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것도 조직개편의 이유로 꼽힌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개인금융이 디지털화와 비대면화가 진행되고 일반 기업금융의 은행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기업금융부문의 마진율은 하락하고 판관비는 증가하는 상황"이라며 "다만 IB부문은 대기업 사업재편, 국내 사모펀드(PE)의 성장 및 해외투자자의 국내금융 수요 증가 등의 영향으로 은행들의 금융 참여 기회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협은행은 서브프라임 금융위기 이후 투자금융부문 조직과 인력을 축소 운영하며 보수적인 투자기조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최근 2~3년 국내 인수금융 및 해외 인프라금융 위주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여기에 그동안의 역량과 경험을 바탕으로 조직편제상 투자금융부문을 새롭게 신설,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농협은행의 투자금융부문은 크게 ▲IB사업부와 ▲해외투자금융국 ▲프로젝트금융부 등 세 개의 사업부서로 구성돼 있다. IB사업부는 국내 인수금융, 신디케이트론, 유동화, 기업투자 업무를, 해외투자금융국은 해외 인수금융을 비롯해 해외 인프라금융, 해외투자 업무를 맡고 있다. 프로젝트금융부는 국내 부동산PF와 인프라금융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 백오피스와 미들오피스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전담조직인 투자금융지원단을 신설했다. IB사업지원팀과 미들오피스반으로 구성된 투자금융지원단은 투자금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예방하고 내부통제를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세 가지 키워드, '패스트 팔로어·리툴링·시너지'
현재 농협은행 투자금융부문의 전략은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된다.
첫 번째는 'Fast Follower(패스트 팔로어)'이다. 현재 IB시장에서 '톱 티어' 그룹과 격차가 분명히 구분되는 만큼 우선 냉정하게 현재의 조직과 인력의 열위를 인정하고, 향후 빠르게 선도은행과의 격차를 좁히고 농협은행의 장점을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전략 수립이 시급한 상황이라는 진단이다.
두 번째는 '리툴링'이다. '패스트 팔로어'라는 농협은행의 위치를 인지한 데서 뒤따르는 전략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야구에서 팀을 전면적으로 개편하는 것을 '리빌딩'이라고 하는데, 반대로 '리툴링'은 핵심자원은 유지하고 나머지 부분을 개편하는 것을 말한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투자금융부문 역시 자산에 대한 리밸런싱을 통해 핵심수익자산은 지키고 수익성이 떨어지거나 자본에 대한 부담이 큰 자산을 중장기 고수익 자산으로 대체하는 투자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키워드는 '시너지'이다. NH농협금융그룹이 농협중앙회 상호금융부문과 금융지주 계열사인 생명, 손보, 캐피탈, 증권까지 IB시장에서 나름 확고한 포지션을 구축한 시장 참여자를 보유한 만큼 계열사 간 협업 등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타 금융그룹 역시 계열사 간 협업을 통해 자본시장에서 존재감을 강화하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는데, 사실상 농협금융그룹만큼 짜임새 있는 비은행 계열 조직을 갖춘 곳은 그리 많지 않다. 타 금융그룹들이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그룹 내 비은행 계열사를 확장하려는 배경에는 이러한 계열사 간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특히 농협은행의 경우 IB시장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갖춘 플레이어 'NH투자증권'과 '농협 상호금융'의 존재감이 은행의 시장 지위 확대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NH투자증권과 농협 상호금융 간의 협업을 통해 시장 리더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NH투자증권은 주선 능력을 갖춘 리딩 증권사이고 농협 상호금융은 메자닌 투자도 가능한 다양한 스펙트럼과 자금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여기에 농협은행의 고객 네트워크와 투자 규모를 감안하면 앞으로 투자금융 시장에서 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각 계열사 단위의 장점을 하나로 모아서 부분보다 큰 총합을 이뤄낸다면 선도 그룹과의 거리를 현격하게 줄일 수 있는 전략적 장점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글로벌 영역 확장 발판 다져
현재 시중은행들은 글로벌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농협은행도 마찬가지다. 특히 투자금융부문은 글로벌IB를 통한 자산 성장과 수익창출을 위해 열심히 발판을 다지는 중이다.
비록 시중은행에 비해 자산 규모와 경쟁력에서 열위인 상황이지만 최근 가장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사업영역임은 분명하다. 투자금융부문의 해외 IB 자산은 2018년 약 7억달러 수준에서 지난 6월말 기준 29억달러까지 4배 이상 성장했다.
특히 기존에는 타행을 통해 안전하지만 수익성은 낮은 보증부여신에 참여하는 초보적인 수준의 딜 소싱 단계였다면, 최근에는 블랙스톤 등 글로벌 톱 티어 수준의 사모펀드 운용사를 통해 직접 딜을 접수해 검토하는 단계까지 나아갔다.
농협은행 투자금융부문은 현재의 성과보다 앞으로의 계획이 더 중요한 시점이라는 판단에 글로벌 거점 지역에 IB데스크를 지속 파견할 예정이다. 현재는 뉴욕지점 한 곳에만 IB데스크가 진출한 상태지만, 현재 보유한 투자금융 인력 풀을 바탕으로 뉴욕뿐만 아니라 홍콩, 시드니, 런던, 싱가폴 등 선진권역에서도 해외IB 사업영역이 확대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심도있게 고민하고 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