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플랫폼 사업, 위기일까
성장성 높은 시장에 1위 사업자는 살아남는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08일 08시 2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이상균 IB부장] 올 한해 벤처투자업계의 화두 중 하나라면 단연 플랫폼 기업의 부진을 꼽을 수 있다. 벤처캐피탈들이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을 투자했던 리디, 직방, 컬리 등 플랫폼 기업들이 코로나 엔데믹에 진입한 이후 약속이나 한 듯 실적 저하에 시달리고 있다. 투자 이후 수년이 흘러갔지만 적자를 해소할 기미는 보이지 않고 당연히 기업공개(IPO)는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벤처조합을 통해 투자한 기업의 구주를 거래하는 세컨더리 시장에서는 한때 유니콘 대접을 받던 플랫폼 기업들의 기업가치가 그야말로 하한가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세컨더리펀드를 운용하는 VC 심사역은 "거래를 제안 받은 벤처조합의 경우 투자 포트폴리오의 80%가 플랫폼 기업으로 도배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VC 사이에서 플랫폼 기업에 '묻지마 투자'가 얼마나 성행했는지를 보여주는 방증이다.


상종가를 치던 플랫폼 기업들이 연이어 추락하면서 플랫폼 산업의 위기를 거론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VC들의 손실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사실상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진 만큼 추가 투자는 어렵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새로운 플랫폼 기업이 나와도 VC들의 관심을 모으기 쉽지 않다는 어두운 전망도 제기된다. 유동성이 풍부하던 시기에는 보이지 않던 진짜 모습이 이제야 드러난 셈이다.

29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범부처 플랫폼 정책협의체 겸 기업간담회'에서 김병환 기획재정부 차관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3.8.29/(사진=뉴스1)

누구나 플랫폼 사업의 위기를 말하고 있지만 기자의 생각은 다소 다르다. 냉정하게 되짚어보자. 상당수 대표 플랫폼 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으나, 이것은 이들 기업에 해당하는 얘기일 뿐이다. 플랫폼 산업의 위기라고 보기는 어렵다.


일례로 컬리의 경우 신선식품이라는 테마를 앞세워 한때 돌풍을 일으켰다. 다만, 시장에서 1위 사업자는 아니다. 진입장벽이 낮은 탓에 대기업들이 관련 시장에 진출했고 이후 시장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선두 자리를 차지한 쿠팡만이 유일하게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결국 플랫폼 비즈니스의 핵심은 1위 사업자가 모든 이익을 독점한다는 점이다.


직방의 경우 얘기가 살짝 달라지기는 한다. 이 회사는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 시장에서 앱 다운로드 수와 이용자 수에서 1위이니 할 말이 많기는 하다. 컬리와 차이점은 국내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골목에 위치한 오프라인 부동산 중개소가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공인중개사협회와 법적 분쟁이 진행 중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온라인 시장으로 전환되지 않다보니 시장 규모가 작고 직방을 비롯한 후발주자들이 가지고 갈 파이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다.


오히려 중요한 것 플랫폼 기업이 타깃으로 삼고 있는 시장이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느냐 여부다. 시장이 충분히 성장하면서 플랫폼 기업이 공존할 수 있다면 배달의민족과 같은 기업이 탄생하고 그렇지 못하다면 명품 플랫폼 시장처럼 모든 기업이 공멸하기 마련이다. 유동성이 넘쳐나던 시기에는 거품을 걷어내야 하지만 지금처럼 투자 손실이 표면화된 시기에는 공포를 걷어내고 플랫폼 시장의 성장성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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