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그룹 역량 집결, '강한' GIB 구축
[딜사이트 이성희 기자] 최근 몇 년간 시중은행들은 자본시장 조직을 확대하고 있다. 비이자이익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신한은행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 자본시장 조직을 확대하고 관련 조직 연결성을 강화하기 위해 자본시장부문을 신설했다. 또 지난해 GIB그룹과 대기업채널을 통합, GIB·대기업그룹을 출범시키면서 신한은행만의 특색 있는 영업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GIB·대기업그룹은 은행과 증권의 대기업 영업조직에 IB부문의 솔루션 제공 역량을 결집, 대기업 금융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은행으로부터의 대출뿐만 아니라 회사채 발행 등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 등 다양한 방안을 활용할 수 있도록 신한금융그룹 전체의 역량과 네트워크를 결합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타 은행과의 차별성 'CIB' 아닌 'GIB'
시중은행은 각자의 전략에 따라 기업금융과 IB부문 운용에 차별화를 두고 있다. 통상의 'CIB(Corporate Investment Bank)'그룹으로 기업금융과 IB를 한 부서로 묶고 시너지를 창출하거나, IB만 별도의 그룹으로 떼어내 역량 제고에 힘을 싣기도 한다.
신한은행은 명칭부터 남다르다. 'CIB'가 아닌 'GIB'로, 풀어쓰면 'Global&Group Investment Bank'이다. 신한은행도 기존에 CIB로 시작했지만, 글로벌 시장에 뛰어들어 다양한 딜에 참여하자는 의미에서 2017년 글로벌의 'G'을 앞세운 GIB로 명칭을 바꿨다. 당시 은행과 증권, 생명보험, 캐피탈 등 그룹 내 4개 계열사의 IB조직을 매트릭스 형태로 결합, 각 사 IB 인력들이 여의도 신한투자증권에 모여 단일회사 체계로 움직였다.
다만 매트릭스 조직이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사업 규모를 키울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업무 책임자가 불분명하다는 점과 더불어 경직된 상하체계에서 과도한 책임감이 부과된다는 점 등 단점도 있었다.
여기에 고도화시킨 매트릭스 체제가 금융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진옥동 회장 취임 후 매트릭스 체제는 BU(비즈니스 유닛)체제로 전환됐다. 이 과정에서 GIB부문은 보험과 캐피탈만 빠지고 은행과 증권 주축의 형태로 축소됐다. 은행과 증권의 경우 채권발행과 유상증자 등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GIB그룹과 은행 내 자본시장 조직(S&T센터, 증권운용부, 종합금융부)을 연결해 신한은행과 거래하는 기업이 자본시장에 원활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초부터 신한금융그룹 GIB 매트릭스 조직이 다소 축소됐으나 증권과의 협업에서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며 "신한금융지주 차원에서 촘촘하게 사업부문별 회의체를 운영함으로써 각 사의 역량과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시장 지위를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너지 효과 톡톡…DCM부문 시장 지위 '쑥'
GIB그룹은 은행 내 조직이면서 동시에 신한금융그룹 내 은행과 증권 간 매트릭스 조직으로, 그룹의 IB역량을 집결해 운영하고 있다. 매트릭스 내 업무별 '챕터' 조직을 통해 시장 상황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으로 대응 방안을 모색해 시장 지위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특히 그룹 차원에서 IB 강화 의지가 강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옥동 회장이 취임 후 20대 그룹 대표이사급과 릴레이 미팅을 진행, 아젠다와 마케팅 포인트를 설정하고 현업에서 전략 수립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GIB그룹과 대기업 채널이 통합되면서 신한은행만의 대기업 맞춤형 전략도 추진 중"이라며 "대기업의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니즈를 빠르게 파악한 후 그룹의 IB 역량과 네트워크를 결합해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역량이 타행과 차별화된 경쟁력이 되고 있다"며 "특히 회사채 발행주선(DCM) 부문의 시장 지위 및 점유율이 과거 대비 크게 개선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딜사이트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DCM 시장에서 신한투자증권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신한은행과 신한투자증권이 '원팀'으로서 기업의 자금조달 니즈에 대응하고 있는 것이 결실로 나타나고 있다.
DCM 발행 주관 실적은 2021년과 2022년 각각 2조6144억원, 3조1682억원에서 지난해 5조6833억원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주관 실적 순위도 6~7위 수준에서 단숨에 4위로 뛰어 올랐다. KB증권과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부동의 3강 체제에서 신한투자증권까지 4강 체제로 재편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올해의 경우 상반기에 이미 지난해 연간 실적에 준하는 주관 실적(5조6100억원)을 거두기도 했다.
신한은행 GIB·대기업그룹이 은행과 증권의 영업 조직에 IB부문의 솔루션 제공 역량을 결집함으로써 대기업 금융수요에 적극 대응한 결과다. 대출뿐만 아니라 회사채 등 자본시장을 통한 다양한 자금조달 방법을 사용하는 대기업으로선 신한금융그룹의 자본시장 역량과 네트워크를 결합한 금융 서비스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연초부터 대기업의 자금조달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주채무 계열 대상으로 시중은행 중 가장 큰 규모의 자산 성장을 이뤘다"며 "부문별로 건설, 이차전지, 방산 등 자금 수요가 많은 대기업 핵심 산업에 대해 금융지원을 강화했으며, 환경부 이차보전 대출을 적극 활용해 대기업의 ESG 관련 자금 수요에도 적기 대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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