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통첩' 삼성 노조, 끝장 교섭 후 타협 기대
사실상 마지막 노조 협상 기회, 협상 결렬 후 파업 동력 잃을 가능성 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30일 18시 0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8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반월동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딜사이트 김민기 기자] 사흘간의 '끝장 교섭'을 진행 중인 삼성전자 노사가 막바지 협상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노사 양측은 의견 차이가 발생할 경우 자문을 구하기 위해 황기돈 나은내일연구원장을 자문위원으로 데려와 의견 조율에 힘을 쏟고 있다.


협상 파트너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가 다음달 4일까지만 '대표교섭 지위'가 유지돼 이번 끝장 교섭에서 사실상 잠정 합의안이 나와 노사가 합의할 것이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하지만 전삼노가 이번에 출구전략을 세우지 못하고 협상 결렬 선언과 함께 파업을 지속할 경우 파업에 동참한 노조원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고, 동력을 잃으면서 파업이 흐지부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기흥 사업장 근처의 한 회의실에서 지난 29일부터 사흘간의 '끝장 교섭'을 진행 중이다. 교섭은 31일 밤 늦게까지 진행된 후 최종적으로 교섭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현장에는 외부자문위원으로 황기돈 위원이 참석했다. 독일 유학파 출신인 황 위원은 한국노동교육원, 대통령비서실을 거쳐 한국고용정보원에서 가장 오래 일했다.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으로서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등 주요 사업장의 노사관계 발전을 자문·지원하고 있다.


노사 양측이 모두 황 위원을 자문위원으로 하는 것에 동의하면서 이날 끝장 교섭 자문에 참여하게 됐다. 양측은 황 위원이 참여한 만큼 31일 마무리되는 끝장 교섭이 잘 마무리될 것이라는 기대다. 업계에서도 노사 양측 모두 파업 장기화가 부담인 만큼 당초 각각의 입장을 고수하기 보다는 너무 늦지 않은 시일 내 한 발 씩 양보해서 합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노조는 이번 협상마저 결렬될 경우 대표교섭 지위를 잃을 우려가 있다. 전삼노는 지난해 8월 대표교섭권을 확보해 1년이 되는 오는 8월 4일까지 '대표교섭 노조' 지위를 보장받는다. 노동조합법에 따라 대표교섭 노조가 1년 동안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하면 어느 노조든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5일부터는 삼성전자 5개 노조 중 1개 노조라도 사측에 교섭을 요구하면 개별 교섭이 진행되거나, 다시 교섭 창구 단일화 절차를 밟아야 한다. 사무직노동조합(1노조), 구미네트워크노동조합(2노조), 동행노동조합(3노조), 전국삼성전자노조(4노조), DX노동조합(5노조)이다. 앞서 삼성전자에 있는 다른 노조 중 하나인 동행노조가 파업에 부정적 입장을 밝힌 만큼 5일 이후 전삼노의 대표교섭 지위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동행노조는 지난 26일 사내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기대했던 대표 노조의 총파업을 통한 협상이 회사와의 첨예한 대립으로 더 이상 합리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없는 길로 들어서고 있다" 며 "강성노조의 힘은 앞으로 우리의 발목을 잡고 실망만 안겨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표교섭 지위를 잃으면 전삼노는 더 이상 대표교섭 노조가 아니라 파업도 유지할 수 없다. 전삼노가 파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5개 노조 모두 합의를 해야 하지만 노조원들의 피로도가 쌓인 상황에서 내부에 균열이 발생할 수도 있다. 실제 이미 7월 초 시작한 파업이 8월로 넘어가기 직전이고, 부양 가족이 있는 노조원들은 파업이 길어질 경우 생계에도 지장이 생길 수 있어 내부 분위기가 좋지 만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일부터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들은 '무임금 무노동' 원칙에 따라 대리급은 최대 360만원, 과장급은 최대 450만원(주휴수당 포함)의 임금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된다.


전삼노는 파업 타결금을 통해 일부 임금 손실을 보전할 수 있다고 독려했지만 현재로서는 타결금 지급은 불투명한 상태다. 파업이 2달이 넘어갈 경우 아무리 삼성전자 직원이라도 큰 동력 없이 버티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총파업이 지속될수록 파업 참여율도 떨어져 전삼노 또한 조속한 타결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지난 11일 전삼노가 벌인 사내 홍보집회에는 회사 추산 150여명, 노조 추산 350여명으로 숫자가 크게 줄었고 26일 사내 집회에는 100명 안팎이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삼노 집행부도 이러한 상황을 의식한 듯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8월 5일 변경사항이 생길 가능성이 있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그 기간 안에 (교섭을) 끝내려고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노조 공지를 통해서도 "노조 측 교섭위원은 2023년, 2024년 최종 임금교섭 타결을 위해 3일간 집행부, 대의원과 함께 집중적으로 최선의 결과를 도출할 예정"이라며 "총파업 시작부터 폭염과 폭우 속에서도 21일 동안 함께 투쟁해온 만큼 집행부와 대의원들을 조금만 더 믿고 기다려달라"고 밝혔다.


사측 역시 노조의 요구를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도 이번 교섭 동안 적극적으로 대화해보겠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 생산 차질로 인한 큰 피해는 없는 상황이지만, 파업 장기화에 따른 생산 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외부 시선이 곱지 않은 만큼 사측에서도 이번 교섭에서 최대한 합의안을 도출하려는 생각이다. 


다만 문제는 협상이 결렬되면서 파업이 장기화됐을 경우다. 이미 양측은 파업이 길어지면서 노사가 서로 고소·고발하는 등 갈등도 가시화하고 있다. 전삼노는 지난 25일 온양사업장에서 사측과 여성 조합원이 충돌한 사건과 관련해 성폭력이라며 사측 인사를 고발했으며, 이에 맞서 사측 해당 인사는 노조를 무고죄로 고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마저 결렬될 경우 양측의 감정의 골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 전삼노는 ▲노동조합 창립 휴가 1일 보장 ▲전 조합원 5.6%(기본 3.5%·성과 2.1%) 임금 인상 ▲성과금 제도 개선(EVA→영업이익) ▲파업에 따른 경제적 손실 보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전삼노 측의 핵심 요구사항은 초과이익성과급(OPI) 개선이다. OPI는 소속 사업부의 연간 경영실적에 따라 개인 연봉의 최대 50%까지 지급하는 성과급 제도다. 전삼노는 OPI의 지급 기준이 복잡하고 불투명하다며 지급 기준을 낮추고 산출 방식을 바꿀 것을 요구하고 있다. 양측이 OPI 개선 등에 얼마나 합의할 수 있을 지가 협상의 키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양측이 요구하는 조건 중 어느 것을 받고 어느 것은 내주는 지가 협상의 관건이 될 것"이라며 "노조의 일부 급진파 노조가 힘을 실으면서 무리한 협상을 요구하고 있는 데, 대다수의 노조원들은 실리적인 결정이 이뤄지길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송승준 인사이트 대표(노무사)도 "삼성 노조가 이번에 출구전략을 제대로 잡지 않으면 총파업도 흐지부지 되면서 노조탈퇴가 늘어나는 등 동력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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