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더리 펀드의 전성기
DSC, 투자 기회 놓친 기업 구주 '집중 인수'
②역대 최대 3000억 규모 결성…초기투자로 쌓은 경험 십분 활용
이 기사는 2024년 07월 30일 06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벤처캐피탈(VC)의 투자금 운용 규모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만기가 임박해 투자금 회수가 절실한 펀드는 쌓여가는데 시장 침체로 기업공개(IPO) 기회는 줄어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VC들에게 펀드의 지분이나 포트폴리오 구주를 인수해 운신의 폭을 넓혀주는 이른바 '세컨더리 펀드'가 단비가 되고 있다. 시장의 주목을 받으면서 투자금 소진 속도가 1년 내외로 빨라질 정도다. 딜사이트는 최근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는 세컨더리 시장의 현황을 알아보고 업계에서 구사하는 전략과 한계점을 살펴본다.



[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DSC인베스트먼트는 지난 5월 국내 세컨더리 펀드 중 가장 큰 규모의 펀드를 결성했다. 초기창업투자 전문 벤처캐피탈(VC)로 명성을 쌓아온 회사가 3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세컨더리 투자 목적으로 만든 것이다. 


회사가 결성한 'DSC세컨더리패키지인수펀드제1호'는 오는 9월 다수의 투자기업을 확정하고 투자금 집행을 완료할 예정이다. 약정을 맺은 기업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투자 집행을 완료하면 해당 펀드는 600억원을 투자하게 된다. 전체 결성액(3000억원)의 20%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는 지난 5월 8일 멀티클로징 후 4개월 만의 투자실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회사는 지난해 12월 22일 2050억원 규모로 세컨더리펀드를 결성하고 5개월 만에 950억원을 증액(멀티클로징)했다. 대표펀드매니저는 이성훈 이사로 뽀득, 딜리셔스 등에 투자한 경험이 있다. 핵심 운용인력으로는 이경호 상무, 노승관 이사, 이계민 수석팀장, 강성민 팀장이 이름을 올렸다.


주요 출자자로는 산업은행이 600억원, 군인공제회가 200억원,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사학연금)이 150억원, 기업은행이 200억원으로 참여했다. DSC인베스트먼트 역시 운용사출자금(GP커밋)으로 330억원을 내놓았다. 최근엔 우체국보험이 약 200억원을 출자했다.


이 펀드는 청산 예정인 특정 펀드에서 미처 회수하지 못한 포트폴리오의 구주를 선별해 인수한다. 다른 유한책임투자자(LP) 또는 펀드가 다른 LP의 펀드 지분을 사들이는 일반적인 세컨더리 투자와 달리 개별 기업의 발행 주식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차별성을 더했다. 다양한 펀드의 포트폴리오 지분을 가져올 수 있게 되면서 향후 기업공개(IPO) 등으로 투자금을 회수하면 보다 많은 성과보수를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펀드가 보유한 기업의 구주 전체를 가져오는 만큼 건당 투자금액 단위가 크다. 이로 인해 결성금액이 커졌고 소진 속도가 빨라졌다는 게 DSC인베스트먼트의 설명이다. 일명 '다이렉트 세컨더리 투자'다. 이론 적으로는 창업자 등 개인주주의 지분까지 모두 가져올 수 있는 방식의 세컨더리 펀드인 셈이다.


하지만 결성 당시 LP 자문단에선 이러한 방식의 세컨더리 투자가 벤처기업 및 스타트업의 성장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일반적인 벤처투자가 초기 기업에 자금이 흘러가 고용창출과 세수확대 등의 효과를 부여하지만 세컨더리 투자는 기업에 투입하는 자금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이에 최다 출자자인 산업은행은 주목적투자대상을 VC와 기업주도형벤처캐피탈(CVC), 신기술금융사 등의 펀드가 보유한 구주 지분으로 한정할 것을 제안했고 회사가 조건을 충족하며 출자금 유치에 성공했다.


회사 관계자는 "벤처캐피탈(VC)의 투자금은 10조원 가까이로 늘었지만 금리 인상과 기업공개(IPO) 위축 등 시장 환경이 척박해지면서 회수에 어려움이 컸다"며 "펀드의 만기를 IPO 시기가 따라가지 못하며 발생한 시장의 경색을 해소하고 원활히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이번 펀드 결성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장에서 인기는 뜨거운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의 세컨더리 펀드는 투자금을 소진하는 데 3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해당 펀드는 1년 8개월 만에 전체 투자금을 모두 소진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간 초기창업투자에 주력해온 DSC인베스트먼트가 세컨더리펀드로 눈을 돌렸다는 점에 대해 VC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회사는 그간 투자 기회를 놓친 기업 중 추가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포트폴리오의 구주를 집중 인수할 계획이다. 향후 1~2년 내 상장이 가능한 IPO 직전의 포트폴리오가 주류를 이룰 전망이다.


회사는 그동안 초기창업투자를 진행하며 파악한 다양한 기업의 레퍼런스가 세컨더리펀드 투자를 위한 자양분이 됐다고 설명한다. 여러 회사를 창업 후 눈여겨보면서 자체 데이터베이스를 자연히 형성했고 이를 통해 세컨더리 펀드 결성 후 투자 기회가 생길 때마다 신속한 결정 및 투자금 집행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노승관 DSC인베스트먼트 이사는 "그동안 투자 기회를 아쉽게 놓친 기업들을 눈여겨보고 있었다"며 "이번 세컨더리 투자 확대로 시장에 활력을 제공하는 우수한 투자 사례를 남길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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