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테스가 오너 2세 경영 시대를 개막하기 위해 본격 준비에 나섰다. 이 회사 주숭일 회장(75)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둘째 아들인 주재영 전무(46)에게 주식을 대거 증여하면서 후계자를 사실상 낙점한 까닭이다. 시장에서도 주 전무가 8년 넘게 경영수업을 받아 왔고, 자본시장에 능통한 인재이니 만큼 수년 내 테스를 이끌 것으로 관측 중이다. 다만 주 전무가 테스 지배력을 키우기 위해선 지분 매집 또는 부친으로부터 추가 증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니 만큼 배당 확대 등에 나설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주숭일 회장은 지난해 7월에 이어 올해 4월, 주재영 전무에게 테스 지분을 각각 25만주씩 총 50만주를 증여했다. 이에 6월말 기준 주 전무의 지분율은 3.38%로 종전(0.86%)보다 2.53%포인트 상승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주 회장이 둘째 아들인 주 전무에게만 지분을 증여했다는 점이다. 앞서 2022년만 해도 주 전무(0.86%)와 그의 친형 주재현 씨(0.7%)의 지분율 격차는 0.16%포인트에 불과했다. 이를 고려할 때 주 회장이 주 전무를 후계자로 낙점하고 증여를 본격 시작했다는 것이 시장의 시각이다.
주 전무는 미국 미시간대에서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한 뒤 2006년 SK하이닉스에 입사해 반도체 경험을 쌓았고, 2012년 키움증권으로 적을 옮겨 자본·투자시장 전문가로 활동했다. 이후 2017년 테스에 합류, 현재 테스 제조 및 전략기획 부문을 총괄하며 주 회장의 참모 역할을 수행 중이다.
문제는 주 전무가 테스를 온전히 지배하기 위해선 장내에서 지분을 추가 매집하거나 부친인 주 회장으로부터 지분을 추가로 증여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에 시장 일각에서는 주 전무의 지분 매집 실탄을 마련해주기 위해 테스의 배당 등을 늘릴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 주 전무는 지난해 테스로부터 3억3490만원의 결산배당금을 수령했고, 이 회사 사업보고서에 기재돼 있는 이사 보수지급액을 바탕으로 추정하면 4억8000만원 가량의 보수를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주 전무에게 매년 8억원 안팎의 실탄이 생기고 있긴 하지만 주 회장의 지분 전량을 증여받기 위해선 340억원 안팎의 실탄이 필요하고, 이를 역산하면 66년이란 세월이 필요하다. 따라서 주 전무의 보수 또는 테스의 배당금을 늘리는 방식으로 승계 자금 마련에 도움을 주지 않겠냐는 것이 시장의 시각이다.
시장 한 관계자는 "주숭일 회장이 여전히 건재하긴 하지만 고령이고, 증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을 보면 수년 내 경영권 승계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주재영 전무의 증여세 부담을 해소해주기 위해 그의 직책을 올려 보수 자체를 늘리거나 배당금을 높이는 방안 등을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앞서 삼성과 SK하이닉스를 모두 거친 주숭일 회장이 사업 부문에서 탄탄한 기반을 쌓아 놓은 만큼 가장 시급한 건 내부비용 효율화"라며 "주재영 전무가 비주력 부문의 유동화 작업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 회장이 20여년간 활약해 오는 동안 주 전무도 50대를 바라보는 나이에 접어든 만큼 경영권 승계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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