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텐 사태 파장셀러·기업·소비자 피해 '일파만파'
[딜사이트 이승주 기자] 큐텐 '정산지연 사태'의 파장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위메프나 티몬에 입점한 셀러들의 대규모 이탈은 물론 협력사와 금융권까지 등을 돌리고 있어서다. 특히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이커머스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까 우려하고 있다. 대금 정산을 받지 못한 셀러들을 넘어 오픈마켓 기업과 소비자까지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위메프나 티몬에 입점한 셀러들의 대규모 이탈이 발생하고 있다. 대금 지연에 직접적인 피해를 받은 중소 셀러는 물론 롯데쇼핑, 신세계, CJ, GS 등 대형 유통업체들도 발을 빼고 있다. 큐텐이 여러 차례에 걸쳐 보상안과 입장문을 밝혔음에도 우려했던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셀러들의 대규모 이탈은 큐텐 입장에선 최악의 상황이나 다름없다. 물리적 공간의 제약이 없는 이커머스 산업에선 다수의 셀러들을 확보,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곧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특히 오픈마켓 부문의 경우 셀러의 판매액 일부를 수수료로 받는 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경쟁력있는 셀러의 확보가 최우선 과제다. 이는 쿠팡, G마켓, 11번가 등이 셀러와의 '동반성장'을 강조하는 이유기도 하다.
문제는 큐텐이 한번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티몬과 위메프는 2022년 말 기준 자본총액이 각각 마이너스(-) 6386억원, -2398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져있는 상태다. 이에 큐텐이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위해 몸집을 불리는 과정에서 현금 유동성이 악화됐고 향후 상황이 반전될 여지도 없을 것이란 전망들도 나온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셀러들에게 신뢰를 잃었다는 것은 이커머스로서 경쟁력을 상실한 것"이라며 "큐텐 산하 계열사들의 재무 상태가 악화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개선될 여지도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번 사태는 협력사와 금융권까지 번지고 있다. 여행사의 경우 위메프와 티몬에서 대리점에 항공료 지급을 무기한 연기하면서 이에 따른 미정산 대금만해도 1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또한 컬처랜드·해피머니 등 상품권 업체들은 네이버페이, 구글 등 제휴처들과의 거래가 중단됐다. 티몬은 해당 상품권들을 약 10% 할인된 가격에 판매했는데 제휴처들이 티몬의 대금 정산에 의문을 품고 적립 및 사용을 중단한 것이다.
특히 PG사와 금융권도 큐텐과의 거래를 끊으며 소비자들이 결제금액을 환불받거나 셀러들이 '셀러론(정산 대금을 담보로 한 현금 대출)'을 통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는 길도 막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커머스 업체들도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이번 사태가 이커머스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셀러와 기업 간 문제를 넘어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끼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먼저 타 이커머스 입장에서는 셀러들의 상황 악화가 남일 같지 않다. 대부분 셀러들이 위메프와 큐텐은 물론 쿠팡·G마켓·11번가 등 다른 오픈마켓에도 입점해있기 때문이다. G마켓의 경우 제품 판매 확정 후 1일, 판매 미확정 시에도 7일 이내에 대금을 정산하는 등 셀러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큐텐 사태로 다수의 셀러들이 도산한다면 타 이커머스도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이커머스 시장의 진입 장벽이 높아지고 독과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도 우려할 점이다. 우선 탄탄한 모기업이나 대규모 투자를 받지 못한다면 이커머스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인식이 저변에 깔리면 신규 플레이어의 진입이 더욱 어려워진다. 이는 '이커머스 신화'를 썼다고 평가 받는 구영배 대표의 G마켓이나 큐텐이 다시는 탄생할 수 없다는 의미다.
사실 이는 국내 5대 오픈마켓(네이버쇼핑·쿠팡·G마켓·11번가·큐텐) 가운데 11번가와 큐텐의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업계에서는 현재 이커머스 업체들이 출혈 경쟁을 감수하면서 고객들을 유치하고 있지만 향후에는 상황이 바뀔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 경우 소비자들이 받는 혜택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유통사와 제조사 간의 '갑을 관계'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른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큐텐이 이대로 시장에서 도태된다면 당장은 수혜를 입을 수 있겠으나 장기적으로는 악영향이 클 것"이라며 "어느 산업군이든 기존 플레이어와 새로운 플레이어가 경쟁하는 구도가 형성돼야 자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커머스의 경쟁이 지속되는 것이 소비자들에게는 좋다"며 "일부 업체가 독주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2, 3위 사업자에게 지원이 필요할 경우 정부가 경쟁 활성화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줄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만 플랫폼 사업의 경우 경쟁력이 떨어질 때 오프라인에 비해 빠른 속도로 무너지고 어떤 부분을 지원할지 애매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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