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현대자동차가 세계 최대 자동차 판매국인 중국 시장 내 부진을 떨쳐내지 못하면서 오익균 부사장의 어깨가 무겁다. 오 부사장은 지난해 현대차 중국 법인 베이징현대(BHMC)의 수장에 오르며 실적 반등을 노렸지만, 판매 역성장을 막지 못하면서 입지가 좁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 신차효과 소멸·인기 차종 한계 탓 판매 급감
16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 상반기 중국 시장에서 총 9만1650대(수출 포함)를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1만8330대)과 비교할 때 22.6% 감소한 숫자다. 특히 약 1만대의 수출 실적을 제외하면 도매 판매대수는 무려 31.1% 줄어든 8만1578대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BHMC가 저조한 실적을 낸 주된 배경으로는 판매를 견인할 인기 차종의 수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자국 브랜드를 선호하는 중국의 애국주의 소비와 중국 내 소비 둔화 현상 등이 맞물린 영향도 있다.
실제로 BHMC가 지난해 6월 출시한 중국 전략 모델 '무파사'의 경우 매달 3600대씩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신차효과가 종료되면서 월 판매 대수는 1000대 미만까지 떨어졌다. 중국 현지에서 고성능 'N 브랜드' 첫 모델을 선보인 '엘란트라'의 경우 지난해 12월 1만5000대 가까이 판매되며 실적 견인차 역할을 했으나, 올 들어 월 평균 판매 대수는 반토막 난 7337대에 그쳤다.
현대차는 한때 중국에서 100만대를 훌쩍 웃도는 연간 실적을 기록하며 현지 판매 '톱 5' 브랜드에 이름을 올렸지만, 지금은 경쟁력이 크게 약화됐다. 한국 정부가 2016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결정하면서 중국 내 반한 감정이 고조됐고, 현대차가 직격탄을 맞았다.
실제로 현대차는 2013년 사상 첫 중국 현지 판매 100만대를 돌파했고, 4년 연속 100만대 이상 판매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2017년 78만5000여대를 기록한 이후 ▲2019년 65만여대 ▲2021년 35만여대 ▲2023년 23만2000대 순으로 연평균 20%씩 감소했다. 그 결과 현대차의 중국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말 기준 1.1%에 그쳤다.
◆ 중요도 높은 시장, 잦은 리더십 교체에도 성과 미미
현대차는 유독 중국 법인장을 대상으로 철저한 신상필벌 원칙을 따르고 있다.
현대차는 중국 판매가 고꾸라지기 시작한 2016년 말부터 수차례의 법인장 교체와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반등을 노렸으나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의 수시 인사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2018년부터 더욱 잦아졌다.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완성차 기업 이미지를 탄탄하게 구축하기 위해서는 중국 시장 공략이 필수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현대차는 2016년 10월 BHMC 총경리로 장원신 부사장을 선임했으나, 약 1년 만에 중국지원사업부장이던 담도굉 부사장으로 지휘봉을 넘겼다. 하지만 실적 회복은 요원했다. 이에 현대차는 2018년 7월 HAOS(터키)법인장을 역임한 윤몽현 부사장을 BHMC 신임 총경리에 임명했다.
정 회장은 총괄 수석부회장에 오른 직후 친정체제를 안착시키기 위해 단행한 첫 인사에서 이병호 부사장을 중국사업총괄로 이동시키며 전력을 보강했다. 2019년에는 중국사업총괄을 이광국 현대차 국내사업본부장 부사장으로 교체했으며, 2020년에는 최동우 부사장을 BHMC 대표로 앉혔다. 하지만 최 부사장은 3년을 채우지 못하고 오 부사장에게 자리를 넘겨줬다.
오 부사장은 지난해 3월부터 BHMC 총경리 직 수행 중이지만, 중국 현지 실적은 정상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오 부사장이 중국사업총괄까지 겸직 중인 터라 부진의 책임을 물을 만한 다른 임원은 없다.
재계 관계자는 "정 회장 주도 아래 현대차그룹이 추진하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프로바이더'를 실현하려면 '전동화'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글로벌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 내 존재감을 키우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는 중국 판매 회복을 위해 ▲고성능 ▲전동화에 초점을 맞춘다는 계획이다. 먼저 올 하반기 중 고성능 전기차인 아이오닉 5 N 을 공식 출시할 계획이다. 또 중국 시장에 적합한 현지화된 전기차(EV) 모델도 개발 중이다. 이르면 오는 2027년까지 중국 신에너지차(NEV) 볼륨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전용 EV 모델 라인업을 구축할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중국 현지화 EV 개발에 있어 중국 대표 배터리 제조사인 CATL과의 협업을 강화할 것"이라며 "전동화 기술력과 CATL의 배터리 기술력 조합을 바탕으로 높은 상품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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