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은비 기자] 신한벤처투자가 신한금융그룹 산하에 편입된 이후 단기차입금을 계속해서 늘리고 있다. 운용자산(AUM)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운용사출자금(GP커밋)을 조달하기 위해 신한금융지주로부터 자금을 빌린 결과다. 연 이자율 4%대의 단기차입을 늘리게 되면 이보다 수익률이 높은 고위험 투자에 매달릴 수밖에 없지 않냐는 지적에 대해 회사는 엄격한 내부 통제를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연결기준 신한벤처투자의 단기차입금은 595억원으로 전년 대비(400억원) 48.75%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2월, 4월에 각각 500억원, 100억원을 모두 신한금융지주로부터 차입했다. 여기에 5억원의 현재가치할인차금(이자수익)이 차감됐다. 단기차입금은 차입일 기준으로 1년 이내에 상환해야 하는 차입금을 가리킨다.
2000년 설립한 회사는 2020년 9월 신한금융지주가 두산그룹의 네오플럭스를 인수하면서 현재 사명으로 변경했다. 신한벤처투자는 은행계열 벤처캐피탈(VC)로 자리매김한 후 꾸준히 단기차입을 확대하고 있다. 네오플럭스 시절이었던 2019년 55억원에 불과했던 단기차입금은 이듬해 85억원으로 늘어나더니 ▲2021년 160억원 ▲2022년 400억원 ▲2023년 595억원으로 급증했다.
신한벤처투자 관계자는 "운용하는 펀드가 늘어나면 업무집행 조합원 자격으로 일정 수준의 자금을 출자해야 한다"며 "GP커밋을 충당하기 위한 예비비로 단기차입을 늘렸으나 빌린 자금을 전부 사용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신한벤처투자는 2020년부터 시작한 이동현 대표 체제 아래 지난해 AUM 1조원을 돌파했다. 벤처투자회사 전자공시(DIVA)에 따르면 신한벤처투자가 지난해 12월말 기준 운용 중인 펀드는 총 15개다. AUM은 ▲2020년 4219억원 ▲2021년 7019억원 ▲2022년 9653억원 ▲2023년 1조3042억원 규모로 늘어났다. 신한금융그룹에 인수되기 직전해(2019년) AUM은 4440억원이었다.
여기에 지난해 10월 결성했지만 공시 의무가 없어 집계에 빠진 한일 역외펀드 '신한-GB 퓨처플로 펀드'(27.5억엔, 약 241억원)와 지난 4월 결성한 '마켓프론티어투자조합 3호'(1000억원)를 합하면 회사의 AUM은 1조4000억원(PEF 제외)이 넘는다.
일각에서는 단기차입한 자금을 GP커밋으로 활용할 경우 투자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연 이자비용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목표수익률을 끌어올려야 하는 만큼 위험부담이 높은 투자를 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신한벤처투자가 올해 상환해야 할 단기차입금 이자율은 연 4.08~4.58%이다. 당좌대출이자율(연 4.6%)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KB금융지주 계열 VC인 KB인베스트먼트의 단기차입금 금리인 연 2.63~2.69%에 비해 높은 편이다.
신한벤처투자 관계자는 "같은 계열이라 해서 금리를 우대해주진 않는다"면서 "신한금융지주 입장에서는 신한벤처투자보다 더 큰 규모로 차입한 고객과 비교해봤을 때 이 회사에 우대금리를 적용해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투자 심의를 거쳐 리스크까지 최대한 많이 고려하고 있다"면서 "차입을 한다고 해서 맹목적으로 위험부담이 높은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또한 "차입 자체는 늘 부담되지만 필요에 따라 실행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면서 "회사가 수익성을 높일 수 있도록 기반을 보다 넓게 다져놓고 그 안에서 리스크관리를 통해 최대한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상대적으로 내부 통제 절차도 많은 편"이라면서 "투자 집행 이전에 열리는 투자심의위원회의 경우 한 번만 하거나 형식적으로 진행하는 곳들도 있는데 당사는 1·2차에 걸쳐 철저히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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