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證, IB그룹장 공백에 경쟁력 '휘청'
전임자 퇴직 후 8개월째 '오리무중'…DCM·ECM 성과 부족 원인 꼽혀
이 기사는 2024년 07월 16일 07시 0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투자증권. (제공=한국투자증권)


[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한국투자증권이 기업금융(IB) 없는 항해를 이어가고 있다. 배영규 전 IB그룹장이 퇴임한 후 6개월 넘게 후임을 찾지 못하면서다. 그 사이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IB그룹장 공백을 메우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주식자본시장(ECM)과 부채자본시장(DCM) 등 정통 IB부문에서 올해 상반기 한국투자증권이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기 때문이다. 


다른 증권사들이 올해 초부터 정통 IB부문 강화를 외치며 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지만 한국투자증권은 수장(IB그룹장)의 부재 탓인지 오히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경쟁력을 강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증권업계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이 IB그룹 수장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IB전략본부를 신설한 것과 별도로 IB그룹장을 하루빨리 영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이 올해 들어 정통 IB부문에서 저조한 실적을 기록하며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2024 딜사이트 자본시장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1분기만 해도 DCM부문 주관 실적 2위를 기록했으나 2분기에 한 건의 단독 주관도 따내지 못하면서 3위로 미끄러졌다. 한국투자증권의 올해 상반기 DCM부문 대표주관 실적은 6조2054억원으로 KB증권(8조1330억원), NH투자증권(6조2400억원) 다음에 자리했다.


기업공개(IPO)부문 실적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상반기 2375억원의 대표주관 실적을 기록하며 IPO부문 1위에 올랐던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 1922억원을 달성, 4위 자리에 만족해야 했다. NH투자증권(7건) 다음으로 많은 6건의 IPO를 주관했음에도 일명 '대어급 IPO' 주관에 참여하지 못한 영향이 컸다.


증권업계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이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한 배경으로 IB그룹장 공백을 꼽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의 IB그룹장 공백은 '경쟁사 대비 체계성이 비교적 약할 수 있다'는 의구심을 키웠다"며 "기존 딜을 비롯해 신규 딜에 있어서도 영향을 미쳐 올해 상반기 DCM과 ECM 주관 실적에도 반영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눈길을 끄는 건 IB그룹장 자리가 지난해 12월께 배 전 IB그룹장이 퇴임한 후 지금까지 8개월가량 공석이라는 점이다.  전체적으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인물이 없는 상황이 올해 상반기 내내 계속된 셈이다.


그렇다면 한국투자증권이 IB그룹장 자리를 공석으로 두는 이유는 뭘까. 시장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이 '자(自)의 반 타(他)의 반'으로 IB그룹장 자리를 비워두는 것이란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내부 승진으로 IB그룹장 자리를 채우기에는 성에 차는 인물이 없는 데다 외부 수혈을 고려해도 최근 다수의 증권사가 기업금융을 강화하겠다고 나서고 있어 적합한 인력을 영입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IB통'으로 불리는 김 대표의 깐깐함도 한몫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가 과거 IB를 담당한 이력이 있다 보니, (IB그룹장 영입에) 더욱 깐깐한 조건으로 체크하고 있는 것 같다"며 "아직 IB그룹장 자리를 비워두고 있다는 건 영입 의사가 없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이 해외 IB의 주요 임원 출신을 영입하고자 한다는 얘기도 나왔지만 국내 환경을 감안하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의 IB 비즈니스 모델이 국내에 집중된 구조인 탓에 외국계 IB 인사가 최적의 선택지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현재 IB그룹장 자리의 적임자를 찾고 있는 과정 중에 있다"고 짧게 답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종목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