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올해 들어 롯데손해보험, MG손해보험, 동양생명보험 등 매물로 나와 있는 보험사의 건전성 지표가 악화하면서 향후 인수합병(M&A) 작업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원매자로서는 지급여력비율 등 건전성 지표를 개선하기 위한 비용 부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만큼 매물로서 매력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12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4년 3월 말 기준 보험사 지급여력비율 현황' 자료에 따르면 경과조치 적용 후 기준 보험사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은 223.6%로 지난해 말(232.2%)과 비교해 8.6%포인트 하락했다.
지급여력비율은 보험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눠서 구한다. 1분기에는 주식위험 등 시장리스크 증가와 새 회계제도(IFRS17) 시행 등 영향으로 가용자본보다 요구자본이 큰 폭으로 증가해 지급여력비율이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손보, MG손보, 동양생명, ABL생명 등 현재 매각이 추진되고 있는 보험사들의 경우 지급여력비율 하락률이 업계 평균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잠재 매물로 꼽히는 KDB생명은 지급여력비율이 증가했으나 여전히 금융당국의 권고 수준(150%)에는 못 미쳤다.
문제는 하반기로 갈수록 이들 보험사의 건전성 관리 부담이 증가한다는 점이다. 건전성 악화는 원매자의 자금 부담을 키우는 만큼 보험사 인수합병 시장의 얼어붙은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당장 19일에 본입찰을 앞두고 있는 MG손보만 해도 예금보험공사가 자금지원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건전성이 악화할수록 인수자가 부담해야 할 자금 규모도 커질 수밖에 없다. MG손보 지급여력비율을 끌어올리려면 최소 6000억원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3월 말 기준 MG손보의 지급여력비율(경과조치 후)은 52.1%로 지난해 말(64.0%)보다 24.8%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손해보험업계 최하위 수준인 데다 법정 기준(100%)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MG손보의 최대주주는 사모펀드 JC파트너스이지만 2022년 MG손보의 부실금융기관 지정으로 예보가 금융위원회로부터 업무 위탁을 받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예비입찰에는 국내 사모펀드 데일리파트너스와 미국계 사모펀드 JC플라워 등 2곳이 참여했다.
최근 매각 작업이 원점 복귀된 롯데손보도 건전성 악화에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롯데손보의 최대주주 JKL파트너스는 최소 2조원 이상에서 거래를 원하지만 시장에서는 '비싸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건전성까지 악화하면 원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기가 어려워진다.
롯데손보의 지급여력비율은 지난해 말 213.2%에서 올해 3월 말 184.0%로 29.2%포인트 떨어졌다. 경과조치 전 기준 지급여력비율은 3월 말 146.4%로 금융당국의 권고 수준을 하회했다.
우리금융지주가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동양생명과 ABL생명도 3월말 기준 지급여력비율이 각각 174.7%, 160.6%로 지난해 말보다 18.7%포인트, 25.4%포인트 하락했다. ABL생명의 경우 경과조치 전 지급여력비율은 114.3%로 업계 전체로 봤을 때 하위권에 속한다.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열려 있는 데다 금융당국이 보험부채 할인율을 추가로 낮출 수도 있어 보험사의 건전성 관리 부담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자본 확충 등이 제대로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건전성 악화를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
금융당국은 2027년까지 지급여력비율에 적용되는 보험부채 할인율을 단계적으로 현실화한다는 계획이다. 보험부채 할인율이 낮아지면 보험부채 평가액이 커지기 때문에 지급여력비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금리 하락 구간에 진입하면 자산부채관리(ALM)비율이낮은 보험사의 경우 순자산 감소에 따른 지급여력비율 하락 우려가 있는데다 금융당국의 할인율 인하 정책이 동반되면 (지급여력비율) 하락폭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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