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프리즘산일전기, 터널링 시도?…'찝찝한' 자회사 거래

[딜사이트 정동진 기자] 기업공개(IPO)를 앞둔 산업용 특수 변압기 제조업체 '산일전기'가 과거 자회사와의 석연치 않은 거래로 주목을 받고 있다. 전폭적으로 지원에 나섰던 '틔움'의 지분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다소 잡음이 발생해서다. 산일전기 측은 모든 거래 과정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친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산일전기는 최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증권신고서 정정요청을 받았다. 과거 일어난 자회사와의 자본거래에 대한 위험 등에 대한 상세한 배경 고지가 필요하다는 차원에서다.
쟁점 부분은 박동식 산일전기 대표가 회사가 보유 중이던 자회사 지분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14억원가량의 차액이 발생한 점이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투자자들이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산일전기는 자회사인 '틔움'의 재무 상황, 출자전환 개요, 경영진에 대한 보상 내역 등을 보충 기재했다.
산일전기는 지난 2014년 음폐수 처리 및 바이오가스 사업 등을 영위할 목적으로 특수관계인과 공동 출자를 통해 자회사 틔움을 설립했다. 이후 6년간 적자를 기록한 틔움에 대한 운영자금 지원을 위해 21억원 및 54억원의 자금대여를 실시했다. 지원 목적은 영업 정상화였다.

모회사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틔움은 경영 상황을 개선하며 2020년부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매출은 2021년 16억원, 2022년 22억원, 2023년 25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2021년 2500만원, 2022년 9800만원, 2023년 1억7792만원으로 소폭 증가세를 보였다. 이를 바탕으로 틔움은 산일전기의 대여금 54억원 중 약 19억원을 상환했다.
하지만 산일전기는 틔움의 상환능력이 더 이상 없다고 판단, 남은 대여금 35억원에 대해 2022년 말 출자전환을 결의했다. 이때 발행된 신주는 70만주로 틔움의 기존 총 주식수인 52만주를 넘었다.
이후 IPO를 준비하던 산일전기는 자회사와의 이해관계자 문제 발생 여지를 차단하기 위해 출자전환해 보유 중인 틔움 지분을 처분하고자 했다. 하지만 틔움 지분에 대한 매수 의향을 밝힌 투자자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게 산일전기의 설명이다. 결국 박 대표 외 특수관계자들이 틔움 지분을 인수했다.
문제는 해당 거래에 적용된 평가액이 틔움의 액면가인 5000원보다 낮은 4123원이었다는 점이다. 산일전기는 외부평가기관을 통해 비상장주식의 가치평가를 받았다고 밝히고 있으나, 결과적으로 거래 당시 틔움의 기업가치는 2014년 산일전기가 처음 출자했던 당시보다 하락한 가격이 적용됐다. 이 때문에 박 대표 및 특수관계자에게 약 70만주의 틔움 지분을 매도한 산일전기에는 약 14억원 가량의 재무상 손해가 발생했다.
산일전기는 해당 손실이 IPO 상장 과정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 박 대표에게 해당 손실 만큼 보유 중인 산일전기 주식을 회사에 무상증여하도록 했다. 산일전기가 지분 매도 과정에서 입은 재무상 손실을 박 대표에게 벌충하도록 한 셈이다.

주목할 부분은 박 대표가 출자전환 직전 시점인 2022년 11월 23일 틔움의 사내이사로 취임했다는 점이다. 박 대표는 틔움 창립 초기에 사내이사로 재직했으나, 2017년 12월 10일 임기가 만료된 상태였다.
출자전환을 위한 신주 발행은 이사회 결의가 필요한 사항이다. 이는 박 대표가 틔움의 출자전환과 산일전기의 지분 매각 결정에 모두 관여했다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박 대표는 산일전기가 틔움의 신주를 인수하는 과정에 도움을 준 뒤, 해당 물량을 매각할 때는 이를 액면가보다 낮은 가격에 인수했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이 과정이 터널링 시도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산일전기가 수년에 걸쳐 자회사에 대한 출자와 유상증자, 대여금까지 제공하며 운영 정상화에 대한 노력을 기울였는데, 결국 박 대표가 액면가보다 낮은 가격에 틔움의 지분을 인수하는 모양새로 거래가 마무리돼서다. 2023년 말 기준 박 대표의 틔움 지분율은 약 60%로, 현재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산일전기는 "IPO를 준비하면서 이해관계자 간 거래가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해 보유하고 있는 틔움 지분에 대한 처분을 진행했다"며 "해당 거래는 회계법인 등 외부 평가기관을 통해 정해진 가격으로 진행됐고, 모든 절차가 적법하게 진행돼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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