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vsLIG사활 건 '420억'짜리 입찰

[딜사이트 박민규 기자] 한화시스템과 LIG넥스원이 420억원 규모의 '정찰용 무인 수상정(USV) 체계 개발' 프로젝트를 두고 열띤 수주전을 펼치고 있다. 현재 연구개발(R&D) 단계에서 준비되고 있는 초기 사업인 만큼 금액은 적지만, 진짜 먹거리인 양산 사업을 따내기 위한 전초전이기에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뜨겁다. 현재로선 사업 규모를 추정할 수 없으나, 무장형 USV로 확장된다면 향후 전투용, 기뢰 전용 등 다양한 목적의 USV 개발이 진행됨에 따라 장기적으로 큰 시장을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나아가 해양 분야에서도 무기의 무인화가 전 세계적인 흐름인 만큼 이번 사업을 수주하는 기업이 향후 수출도 유리한 입지를 점할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5월 31일 USV 체계 개발 사업을 공고했다. 선체 길이 12m급 USV 2척을 오는 2027년까지 개발하는 내용으로, 이달 23일 입찰 제안을 마감한 후 이르면 1개월 안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아울러 해당 입찰에는 LIG넥스원과 한화시스템 등이 입찰제안서(RFP)를 제출했다.
이번 사업의 규모는 수백억 단위로, 일반 양산사업 대비 현저히 작다. 하지만 LIG넥스원과 한화시스템 모두 사활을 걸고 있다. USV가 국내외의 꾸준한 먹거리가 될 것으로 전망돼서다. 국내에선 당장 북한 공기 부양정 침투 등에 대응해 해안 경계를 강화하기 위한 USV 도입이 전망되며, 궁극적으론 무장을 탑재하는 파생형 USV 양산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무장 USV 양산이 현실화되면 한화시스템은 주력인 레이다를 비롯해 특수 목적 소나 체계 등을, LIG넥스원은 유도 로켓과 소나 체계 등 공급까지 기대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병력이 줄어드는 추세라 무기의 유무인 복합 운용과 무인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USV는 장기적으로 성장성이 확실한 사업으로, 미래엔 규모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의 전략적 요충지(핵심 보급로) 역할을 해 온 크림대교를 지난해 말 우크라이나의 USV가 폭파한 이후 USV에 대한 각국의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다.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인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USV 시장은 작년 21억6000만달러(약 3조원) 규모로 추산됐으며, 올해 22억7000만달러(약 3조1000억원)에서 2032년 32억9000만달러(약 4조6000억원)로 연평균 4.7%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방산 업계 관계자는 "USV 경우 수출은 아직 먼 이야기지만, 국내 사업 수주는 추후 수출을 위한 트랙 레코드를 쌓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유효하다"고 언급했다. 글로벌 5위권에 드는 해군력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에서 USV의 주요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한다면 해외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기 수월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한화시스템으로선 최근 필리 조선소 인수에 참여, 미국 함정 시장 진출을 선언한 상황이라 USV 수주 기록이 더욱 중요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 이 회사는 필리 조선소에서 자율 운항 상선 개발에 공조하는 한편, USV 등 특수선 분야까지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내건 참이다. 한화그룹이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호주 오스탈도 USV 등을 건조, 정비하는 미국 조선소를 보유한 만큼 한화시스템의 USV 수주 활동에는 여러 포석이 깔려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특히 북미는 글로벌 최대 USV 시장으로, 지난해 37.5%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미국의 해군 국방 예산이 늘어나며 북미 USV 시장 규모는 지난해 8억1000만달러(약 1조1200억원)로 집계됐다. 또한 캐나다가 수출 증가와 경제 발전에 힘입어 USV 시장의 성장을 주도할 주자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USV는 ▲수색 및 구조 ▲자원 탐사 ▲천연 자원 탐사 ▲해양 쓰레기 수거 ▲환경 및 기상 모니터링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으며, 방위 외에도 양식업 등 광범위한 산업에서 채택이 늘고 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