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정동진 기자] 뱅크웨어글로벌의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두 건의 대형 프로젝트가 지연 및 무산되면서 매출 등 성장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뱅크웨어글로벌가 최근 실적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정정 공시 요구를 받는 만큼 IPO 절차를 완주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뱅크웨어글로벌은 지난달 14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며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 돌입했다. 총 공모주식수는 140만주, 희망 공모가액은 1만6000~1만9000원을 제시했다.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밴드 상단 기준 1900억원이다.
기관 수요예측은 오는 23~29일, 일반 공모청약은 내달 1~2일로 예정됐다. 대표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이다.
뱅크웨어글로벌은 여신과 수신, 외환 등 고객의 금융 거래 가능케 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금융권에 납품하는 IT서비스 SI 기업이다. 현재 아시아 7개국 내 ▲상업은행 ▲저축은행 ▲카드 ▲캐피탈사▲핀테크 등 100여개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 상장 후엔 오라클‧테미노스‧인포시스 등 글로벌 빅테크들과 기술력으로 경쟁하는 소프트웨어(SW) 회사가 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일부 투자자 사이에서 이 같은 뱅크웨어글로벌의 포부가 공허한 외침으로 끝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잇단 사업 실패로 매출이 저하되는 등 상장을 앞둔 기업으로서는 다소 이례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2021년 950억원이던 뱅크웨어글로벌 매출은 2022년과 2023년 730억원 수준으로 25%가량 줄었다. 매출 하락으로 수익성 역시 악화됐다. 뱅크웨어글로벌은 2021년 3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이듬해 적자전환해 2022년 64억원, 2023년 4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특히 2024년 1분기 기준 매출과 영업손실은 각각 112억원, 36억원으로 영업손실률이 32%에 달했다.
이로 인해 뱅크웨어글로벌은 자본잠식 위험을 맞고 있다. 지난 2021년 자본잠식률이 마이너스(-) 533%를 기록하며 안정적인 재무 상태를 보였으나, 2022년 자본총계가 -32억원을 기록하며 완전자본잠식상태에 빠졌다. 이후 2023년 자본잠식상태를 벗어났지만, 2024년 1분기 기준 자본잠식률이 -52%가 되며 다시 자본잠식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지난 4일 정정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대표적인 매출 악화 배경으로는 OK저축은행과의 트러블 프로젝트(수주하여 용역업무를 진행하였으나 기간이 지속 증가하여 원가율이 높아진 프로젝트)가 꼽힌다. 해당 프로젝트가 지체되며 뱅크웨어글로벌은 프로젝트 매출이 226억원인데 반해 매출원가는 431억원이 발생하는 등, '배보다 배꼽이 큰' 사업으로 약 200억원의 손실을 감내하게 됐다.
이 밖에도 지난해 라인뱅크 프로젝트가 고객사 사정으로 무산되며 2023년 잠재 매출 82억원과 2024년 잠재 매출 12억원을 상실했다. 뱅크웨어글로벌은 해당 두 프로젝트를 대비하기 위해 신규 인원을 채용하며 매출원가가 약 100억원 증가했으나 유의미한 매출을 달성하지 못하며, 실적 부진을 피할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투자은행(IB)업계는 뱅크웨어글로벌이 상장 절차를 완주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통상적으로 IPO는 매출이 가장 잘 나오는 시점 혹은 기업의 외형 성장이 두드러지는 시점에 진행하는데, 뱅크웨어글로벌은 정반대의 상황에서 IPO를 강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에 제출된 1차 정정신고서를 살펴보면 뱅크웨어글로벌의 지난 4~5월 가결산 영업손실은 각각 16억원·13억원에 달해, 금융감독원의 추가적인 정정 요구가 예상된다. 최근 금융감독원의 잦은 증권신고서 수정요구가 '상장 철회 압박'으로 해석되는 만큼, 뱅크웨어글로벌이 받는 압박의 강도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벤처캐피탈(VC) 투자자의 엑시트 압박으로 인해 상장을 강행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 2015년 중국 앤트파이낸셜그룹이 100억원을 투자한데 이어, 2021년 SBI인베스트먼트·한국투자파트너스·컴퍼니케이파트너스·네이버클라우드가 시리즈 B에서 150억원을 투자한 만큼 상당기간 기관 투자자들의 자금이 묶여 있어서다. 특히 주요주주 중 하나인 'SBI 신성장지원 사모투자합자회사'의 경우 펀드 조성 시점이 2019년으로, 만기가 도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뱅크웨어글로벌 관계자는 "OK저축은행, 라인뱅크와 관련된 이슈는 올 1분기 반영돼 모두 정리된 상태로, 2분기부터는 실적 반등이 기대된다"며 "VC 투자자들의 엑시트 의지 표명 등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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