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지주 상반기 실적 프리뷰하나금융, 수익성 방어 '성공적'
[딜사이트 안은정 기자] 하나금융그룹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소폭 개선될 전망이다. 1분기 홍콩H지수 ELS 배상 관련 충당금 적립으로 순이익이 감소했지만 2분기 은행과 비은행 자회사 동반 성장으로 실적 부진을 만회한 결과로 보인다. 순이익 감소가 예상되는 KB·신한금융그룹과 대조적으로 수익성 방어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하나금융의 수익성 전략은 선택과 집중으로 요약된다. 무리하게 비은행 인수합병(M&A)을 추진하기보다 확실하게 이익을 가져다줄 계열사 성장에 집중해왔다. 그간 기업대출을 적극적으로 확대한 하나은행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증권과 카드의 실적이 회복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하나금융의 올해 상반기 지배주주 추정 순이익은 2조512억원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2조453억원)에 비해 0.3% 소폭 증가한 규모이다.
순이익 감소가 예상되는 경쟁사와 달리 하나금융은 소폭이나마 증가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시장 컨센서스를 종합해보면, KB금융과 신한금융의 올해 상반기 추정 순이익은 전년동기대비 각각 16.4%, 0.3% 감소할 전망이다. 하나금융의 경우 1분기엔 홍콩ELS 배상 관련 충당부채로 순이익이 1년 전보다 6.1% 감소했지만 2분기엔 7.9% 증가, 1분기 손실을 만회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이 수익성을 방어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하나은행의 성장이 꼽힌다. 그간 기업대출을 공격적으로 확대해온 하나은행이 KB국민·신한은행의 양강구도를 위협할 만큼 수익을 내며 지주의 견조한 실적을 이끌어왔다. 이번 상반기에도 대기업 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이 하나은행의 원화대출 증가를 주도한 것으로 예상된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높은 대출 성장을 시현했다"며 "하반기 금리 인하를 앞두고 선제적 이익확보를 위해 대출 성장에 주력한 것"이라고 말했다.
비은행 자회사 순이익이 반등하고 있는 점도 하나금융의 실적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지난해 말 2782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냈던 하나증권이 올해 1분기 만에 899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그룹에 보탬이 됐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추가 충당금 부담으로 실적이 완전히 정상화되지 않았지만 지난해에 견줘 개선되는 흐름을 보이면서 그룹 실적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은행 계열사 중에선 하나카드의 활약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지난해 1분기까지만 하더라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하나카드가 트래블로그 흥행에 힘입어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올해 1분기 기준 535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는데 그간 그룹 내 비은행 기여도 1위를 자랑했던 하나캐피탈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몸집이 커졌다.
하나금융은 현재까지 M&A를 무리하게 타진하기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수익성 기반을 착실하게 다져가고 있다. 지난해 롯데카드 인수를 중단하고 KDB생명 인수우선협상자에서 발을 뺀 점도 이 같은 판단에서다. 그룹에 수익성을 가져다줄 부분엔 확실한 투자를 단행하고 아닌 부분에서는 힘을 빼며 내실경영에 무게를 뒀다. 하나은행이 기업금융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하나카드와 협업을 강화한 것도 맥을 같이 한다.
다만 올해 하반기에도 하나금융이 견조한 실적을 이어갈지는 불투명하다. 지금처럼 원·달러환율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대출 성장은 자본비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과거 외환은행과 합병한 이력이 있는 하나금융은 경쟁사 대비 높은 외화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외화환산손익과 자본비율 측면에서 타행보다 민감한 특성을 갖고 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주로 지목되는 만큼 주주환원 여력 확보를 위해 자본비율 관리에 나서면서 대출 성장 속도를 조절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정태준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높은 대출성장률을 보인 하나금융지주의 보통주자본비율 하락이 예상된다"며 "하반기 대출 확대 속도를 통제하며 자본비율 회복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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